주간동아 492

2005.07.05

대한민국 무대에 ‘대한민국’을 올린다

  • 김경미 ‘all of dance’ PAC 대표 choumkun@yahoo.co.kr

    입력2005-06-30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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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무대에 ‘대한민국’을 올린다
    현대무용의 문법으로 표현되는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가 존경하는 예술가 피나 바우쉬(사진)!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그 공연은 대박이다.

    20세기 말 세계 공연계를 평정한 그녀가 6월22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한국을 말한다. ‘포용력과 다양성을 가진 한국, 한국사람 Rough Cut’. 이미 독일 부퍼탈에서 연 시연회의 폭발적인 반응은 앞으로 이어질 세계 투어에 청신호를 밝힌다.

    피나 바우쉬는 65세라는 나이에도 매일 오전 10시에 무용단에 나온단다. 단원들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리허설을 하고, 집에서나 작업실에서 새벽까지 작품 구상에 몰두하며 무용 이외의 다른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바쁜 나날을, 그러나 예술가로서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나는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느냐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의 눈은 언제나 세계와 사람을 그윽하게, 그리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바라본다.

    피나 바우쉬 무용단은 다국적이다. 그래서 무용수 개개인 모두 특별하며, 피나 바우쉬는 이들의 개성과 그것이 만들어진 근본까지 들춰내는 그녀만의 독특한 작업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 탓에 그녀의 작품은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안무를 하고 리허설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원들과 함께 하나의 현상, 하나의 사물에 대해 서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함께 발전시켜 나간다. 그녀의 작품은 완벽에 가까운 예술성을 지닌다. 매일 진행되는 리허설 동안 피나 바우쉬는 무용수들의 모든 신경을 예민하게 깨운다. 그래서 무용수들은 각자의 감성과 세계에 대한 관찰과 느낌, 자기만의 세계를 춤으로 발산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피나 바우쉬 무용단은 그래서 그들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30여년간 세계 정상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끊임없는 예술에 대한 노력과 열정은 그들의 노력과 열정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오직 작품에만 매달리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환경과 지원, 그리고 그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기에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예술가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전 세계인의 가슴에 남으며, 영혼을 울린다.



    이번 공연은 오래전부터 공연계의 핫이슈였다. 이미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우리 공연계는 술렁거렸다. 피나 바우쉬가 이번에는 한국을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고 보도되었을 때부터 사람들은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한국을 표현해낼까 기대하며 기다렸다.

    이 땅의 예술을 사랑하며 개인 작업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한편으로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그런 미묘한 감정과 생각을 하게 만든 이유는 우리 공연예술계를 되돌아보게 했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며 생존의 이유가, 존재의 이유가 창조 행위인 우리 예술가들의 세계적 위상을, 아니 대한민국 내에서의 위상에 대해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들의 꿈과 재능이 흙 속에 묻혀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친구들끼리 가끔 얘기했던 것이 생각난다. “만약 백남준이 한국에 남아 있었더라면 지금의 백남준이 되었을까?”

    한 예술가의 신념과 철학이 작품에 녹아들어 전 세계의 예술가와 관객들에게서 존경을 받는다는 사실은 그 예술가에게 있어 어떤 삶보다 아름다운 인생일 것이다.

    ‘포용력과 다양성을 가진 한국, 한국사람 Rough Cut’.

    한 예술가가 바라본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올려질지 사뭇 기대된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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