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3

2012.02.06

팝송에 ‘뽕끼’ 있어야 한국인 열광

‘빅 인 코리아’의 독특한 세계

  • 정바비 bobbychung.com

    입력2012-02-06 13:2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팝송에 ‘뽕끼’ 있어야  한국인 열광

    영국의 재즈가수 캐롤 키드

    리알토의 ‘먼데이 모닝 5:19’, 캐리 앤드 론의 ‘아이오유’, 제시카의 ’굿바이‘, 캐롤 키드의 ‘웬 아이 드림’….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친숙한 팝송들일 것이다.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더 큰 사랑을 받았던 노래들이기도 하다. 본국에서는 한물간 스타가 일본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걸 비꼬아 ‘빅 인 재팬(big in japan)’이라고 표현하듯, 이들 가수 역시 조금 짓궂게 말해 ‘빅 인 코리아’라고 불러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빅 인 코리아는 드라마나 영화에 노래가 삽입돼 특수를 누린 경우가 많다. 캐롤 키드의 ‘웬 아이 드림’은 1998년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며 한국 영화 붐을 주도했던 ‘쉬리’의 엔딩 테마로 사용되면서 1000만 관객의 뇌리에 콱 박혔고, 캐리 앤드 론의 ‘아이오유’도 드라마 ‘애인’에 쓴 것을 계기로 전국적인 지지를 받았다. 팝송치고는 멜로디에 소위 ‘뽕끼’가 다분해 우리나라 대중에게 친숙하고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여러 해석을 달 수 있지만, 어쨌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뜬금없이 터지는 이들 ‘반도(半島) 한정’ 히트 팝송은 정말 흥미로운 현상이다.

    문득 빅 인 코리아 상관계수라는 것을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관적 데이터를 대입하면 0에서 1 사이의 숫자를 산출해내는, 1에 가까울수록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가수임을 입증하는 수학적 메커니즘이다. 먼저 한국 내 판매량을 본국에서의 판매량으로 나누고 거기에 음반시장의 규모를 고려한 적정 가중치를 부여해야겠다. 그다음 해당 가수가 발매한 전체 음반 중 한국 팬을 위한 스페셜 음반 수의 비중을 계산해 더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는 내한공연 횟수를 월드 투어할 때의 방문 국가 수로 나눠 합산하는 것도 잊지 말자. 대충 생각나는 대로 늘어놓았지만 그럴싸하지 않은가.

    빅 인 코리아만 모아놓은 앨범을 사고 싶다면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로 가면 된다. 트로트 메들리와 개그맨의 만담쇼 사이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류의 제목을 단 CD나 테이프가 반드시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신 히트 팝송 모음집’ 같은 CD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본국에서 히트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동시에 붐을 이루는 노래가 상당히 많았던 사실을 떠올리면 묘한 일이다. 2012년 현재 잘나가는 비욘세나 브루노 마스, 마룬5의 히트곡을 모아둔 해적판 모음집이 더는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 수요를 한국 가요 최신곡들이 넘치도록 충족해주고 있기 때문일까.

    팝송에 ‘뽕끼’ 있어야  한국인 열광
    며칠 전 택시를 타고 가다가 팝송을 트는 라디오 방송에서 보스턴의 ‘아만다’를 소개하는 것을 들었다. 한편 같은 날 뉴스에서는 소녀시대가 굴지의 미국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쪽이 완전히 멎어 고여 있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현기증이 나도록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튼 이렇듯 역동적인 나라에서 유독 과분한 사랑을 받은 가수들은 복 받은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