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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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과잉 시대의 선택

초저금리에 대응하는 4가지 키워드…절세, 투자 비중 확대, 현금흐름, 해외투자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5-06-29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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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가 또 떨어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6월 11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p 인하했다. 침체에 빠진 내수경기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더 깊은 수렁에 빠지자 금리를 낮췄다. 금리가 떨어질 때마다 언론에서는 금리인하 이후의 투자 전략에 관한 내용을 보도하기 바쁘고, 금융회사 직원들도 고객의 의문점에 대답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기준금리가 낮아질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금리인하에 따른 새로운 투자 방법이 없을까 귀를 쫑긋 세우지만, 실제 대응 전략을 검토해보면 대개 비슷하다.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절세, 투자 비중 확대, 현금흐름, 해외투자 4가지다.

    절세부터 보자. 금리 쇼핑을 해봤자 유의미한 금리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니 절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실질수익률을 높이는 길이다. 연금저축계좌, 비과세종합저축제도, 재형저축, 장기소득공제펀드, 청약통장 등 언급되는 상품이나 제도도 동일하다. 투자 비중 확대도 익숙한 메시지다. 금리가 낮아지면 예·적금 같은 저축상품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 금리는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쳐 화폐 구매력을 보호받을 수 없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금리 생활자들의 안락사’다. 안락사하지 않으려면 투자로 나아가야 한다.

    자산운용의 핵심 전략

    현금흐름도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강조되고 있고, 실제 이에 초점을 맞춘 투자가 부쩍 늘었다. 대표적인 것이 오피스텔 같은 수익성 부동산이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월세 수입이 가능한 수익성 부동산이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고, 일부에선 과열 양상까지 나타난다. 주식시장에선 배당주가 여전히 초저금리 시대의 대안으로 대접받는다.

    해외투자의 필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조되는 분위기다. 저금리·저성장에 놓인 국내에만 머물면 자산의 수익성은 물론, 안정성마저 확보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그리고 흔한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보다 먼저 초저금리를 경험한 일본도 금리가 낮아지면서 해외투자 비중이 늘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 금융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이상의 4가지 키워드가 현 시기 자산운용의 핵심 전략을 표현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총론에 대해 이견이 없다. 과제는 총론 수립이 아니라 각론 실행이다. 그나마 4가지 키워드 가운데 절세가 가장 간단하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는 상품이나 계좌를 지정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세부사항은 만만찮다. 가령 연금저축계좌에 펀드를 편입하려 해도 국내와 해외펀드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둘 다 선택한다면 비중은 어떻게 할지, 그리고 해외펀드는 지역이나 투자 대상별로 종류가 많은데, 그중 무엇을 선택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현금흐름 문제에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 많다. 배당주에 관심이 있다면 직접투자를 할지 간접투자를 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배당주 펀드에 투자할 요량이라도 어느 회사의 펀드를 고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수익성 부동산은 배당주 투자보다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부동산은 입지(立地) 상품인 탓에 개별성이 강하다. 지역도 살펴야 하고, 수익률도 점검해야 한다. 대출 상환 계획도 있어야 한다.

    요즘 인기 있는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에서도 생각할 것이 많다. 지수형과 개별 종목형 가운데 결정해야 한다. 목표수익률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목표수익률이 높은 ELS는 상환 조건이 더 까다롭다.

    그렇다고 금융회사 직원들의 말만 믿고 투자하기도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 직원이 추천한 상품이 반드시 돈을 벌어준다는 보장이 없고, 때로는 금융회사에겐 좋은데 고객에겐 나쁜 상품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시대는 이처럼 우리에게 수많은 선택을 강요한다. 선택은 불행하게도 공짜가 아니다. 선택에는 반드시 심리적 비용이 따른다. 특히 인간은 선택해야 할 가짓수가 많으면, 즉 선택 과잉 상황에 놓이면 선택을 회피하거나 남에게 맡겨버린다. 선택 과잉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6종류와 30종류 초콜릿 선택 실험이다. 초콜릿을 두 집단에게 제공했다. 만족도는 30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 집단이 더 높았지만 실제 선택 결과는 달랐다. 6종류의 초콜릿을 본 사람들이 직접 초콜릿을 구매한 비율이 더 높았다. 선택 과정과 선택 후가 달랐던 것이다.

    ‘매직 넘버 7’이란 말이 있다. 7개가 넘어가면 기억력의 한계로 판단이 어려우므로 7개 이내로 선택지를 가져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특히 투자 세계에서는 선택지가 늘 많다. 일례로 판매 중인 국내 배당주 펀드만 40여 개에 이른다. 7개가 훌쩍 넘어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와 매직 넘버 7

    선택 과잉 시대의 선택
    이에 대한 완벽한 방법은 없지만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필터링 시스템을 스스로 고안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익성 부동산을 고를 때 수익률이나 지역 등의 기준으로 필터링을 하는 것이다. 최소 몇 % 수익률 혹은 자신이 잘 아는 지역 등으로 기준을 삼고 걸러내는 식이다. 필터링을 통과한 것만 후보로 정해놓으면 선택 과잉 상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또 하나는 좋은 친구를 두는 것이다. 사람은 사물 등을 판단할 때 내부인 관점(inside view)과 외부인 관점(outside view)으로 본다. 그리고 대개 자신과 시각을 같이하는 내부인 관점에 끌린다. 내부인 관점은 전체 조망이 어렵다. 반면 외부인 관점은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특히 외부인 관점에서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람을 좋은 친구로 둬야 한다. 희망, 그중에서도 거짓 희망만큼 돈을 유혹하는 존재도 드물기 때문이다. 실패를 논하는 좋은 친구는 투자 의사결정에서 인간 필터링 구실을 할 가능성이 높다.

    초깃값 설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 본성에 맞는 선택법이다. 해외투자를 예로 들면, 한 국가나 지역에 초점을 맞춘 펀드보다 글로벌 분산투자를 하는 주식과 채권에 기계적으로 나눠 투자하는 식이다. 초깃값을 지역이나 종목이나 전체(글로벌)를 대상으로 하면 추가로 선택할 필요가 줄어든다. 자연스레 선택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투자는 자기 책임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기 몫이다. 그러나 인간은 불행하게도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없다.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혀놓고 거기서 결정해야 한다. 투자 의사결정이 삶의 일상이 돼버린 초저금리 시대에는 선택 과잉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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