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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꽃을 왜 사요? 위기의 화훼업계 각자도생

얇아진 지갑, 선물 다양화로 생화 수요 줄어…엔화 약세로 꽃 수출도 타격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꽃을 왜 사요? 위기의 화훼업계 각자도생

꽃을 왜 사요? 위기의 화훼업계 각자도생
연인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안기며 흐뭇해하는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꽃 사는 돈이 아깝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생업에 위기를 맞은 화훼농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화훼 소비액은 2005년 2만870원에서 2013년 1만4452원으로 31% 급감했다. 1만4452원은 일반 꽃집에서 장미 7~8송이 사는 값이다. 국내 화훼농가 수는 1만2859호에서 9147호로 29% 줄었다.

꽃 소비는 경기 불황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2014년 6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화훼·인삼·녹차의 소비행태 조사’(박기환·허성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이 적고 연령이 낮은 소비자들이 꽃 구매에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20대의 65.6%, 30대의 49.8%가 ‘꽃을 돈 주고 사기에 아깝다’거나 ‘사치품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든다’고 답했으며, 월소득 2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41.3%, 200만 원 이상 4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45%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김영란법’에 축하 난(蘭) 직격탄

‘변종 꽃다발’도 생화 수요를 감소케 했다. 학교 졸업식에 초콜릿·사탕을 끼워 넣은 꽃다발이나 비누꽃다발을 선물하는 풍경이 흔해졌다. 졸업 시즌인 올해 2월 aT 화훼공판장 경매실적은 68억6200만 원으로 지난해 동기(84억3800만 원)보다 19% 줄었다.

일본 엔화 약세도 꽃 수출에 직격탄을 던졌다. 일본은 국산 절화(꺾은 꽃) 수출량의 98%(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데, 2010년 7996만1000달러(약 947억 원)였던 절화와 꽃봉오리 수출액은 지난해 2746만4000달러(약 325억 원)로 66% 줄었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14조(금품 등을 받는 행위의 제한) 규정도 화훼 소비를 위축시켰다. 강령에 따르면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품 한도는 3만 원이다. 하지만 화훼업계는 “비(非)공직자들까지 대상인 것처럼 오해되고 금품 한도도 터무니없이 낮아 업계에 타격이 크다”고 주장한다. 장만형 한국화훼협회 사무총장은 “축하 난(蘭)만해도 5만 원 이상인데 정부 규제는 현실성이 없다”며 “이대로라면 국내 화훼시장이 저렴한 중국, 콜롬비아 등 외국산 꽃에 잠식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환 재활용’을 양산하는 유통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애경 단국대 환경원예학과 교수는 “장례식 등에서 단기간 사용하는 화환의 상당수가 재활용돼 농가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사용 기간이 지난 꽃은 바로 소각하는 방법 등으로 화환 품질을 제고하고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황을 맞은 화훼농가와 꽃집들은 각자 살길을 모색 중이다. 작목을 전환하는 경우는 흔하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하거나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도 한다. 또 한 번 맞은 고객은 최대한 단골로 만들려고 애쓴다.

경기 화성에서 20년째 안수리움(Anthu-rium)을 재배하는 곽재동(62) 씨는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룬다. 그가 운영하는 약 6611㎡(2000평)의 비닐하우스는 조도, 수분, 온도, 환기 조절이 자동화돼 있다. 하우스 안에 세워진 기계는 실시간으로 온도와 습도를 확인하고 정보를 곽씨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곽씨는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스마트폰으로 하우스의 상황을 보거나 원격 조정한다.

곽씨는 원래 장미를 키우다 안수리움으로 작목을 바꿨다. 안수리움은 일반 꽃집에선 흔히 볼 수 없고 호텔·예식장 장식이나 고급 꽃꽂이 등에 쓰인다. 송이당 생산원가는 1600~1800원, 소매가는 3000원 선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수확 후 관상 기간이 3~4주간 지속되고 불황에도 수요가 안정적인 편이다. 곽씨는 “플로리스트를 직접 만나 소비자가 원하는 색, 모양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네덜란드 꽃 사이트에 들어가 한국어 번역기를 돌려 꽃 정보를 일일이 확인한다. 분홍색이나 연두색 등 특이한 색의 품종도 들여와 상품 다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꽃을 왜 사요? 위기의 화훼업계 각자도생
‘농사만’은 옛말, 소비자 요구 알아야

독특한 아이디어로 노동력을 절감한 경우도 있다. 경기 파주에서 국화 농사를 짓는 이만백(64) 씨는 겨울철 일조량을 최대한 활용한다. 여름에 비해 겨울은 일조량이 적고 난방비가 더 들어가 꽃 생산 원가가 높다. 하우스가 남북 방향으로 설치된 경우 실내 북쪽은 남쪽에서 투과되는 일조량의 60~70%만 받아 꽃 생산량이 떨어진다. 이씨는 북쪽에서도 햇볕을 최대한 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반사 효과’에 생각이 미쳤다. 하우스를 동서 방향으로 설치하고 북쪽에 알루미늄 재질로 된 반사 천막을 설치했다. 이로써 실내에 투과되는 일조량이 남쪽의 80~90%까지 상승하고 지표면 온도도 올라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씨는 “스프레이국화의 경우 생장기가 기존 13주에서 12주로 단축됐고, 길이나 무게 등도 늘어나 꽃 품질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중 가을과 겨울에만 국화를 재배하고 꽃 도매가가 가장 비싼 12~4월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꽃집의 경우 손님 요구를 잘 파악해야 한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꽃집 ‘꽃여울’을 운영하는 양인순(65) 씨는 꽃 수요가 감소하는 이유 중 하나가 ‘관상 기간이 짧기 때문’으로 보고, 꽃의 신선도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손님에게 식물 영양제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 나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화분갈이를 도매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한다. 또한 나무 화분을 사간 손님에게 나무가 죽을 경우 기간 제한 없이 무상으로 교환해준다.

꽃집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 활동도 하고 있다. 양씨는 동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반드시 참여해 꽃집 이름을 알리고 매년 정초에는 주위 상점에 꽃 화분을 선물하고 있다. 가게에 온 손님에게는 다른 손님들이 어떤 사연으로 무슨 꽃을 사갔는지 알려준다. 양씨는 “꽃집과 관련한 이야깃거리가 많아야 가게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며 “한 번 온 손님에게 잊히지 않는 단골집이 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는 “화훼업자들이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농업경제학 박사)은 “우리나라는 일상적인 꽃 문화가 없어 오랜 불황에 따른 꽃 수요 감소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품종 다양화, 관상 기간 연장, 가격의 탄력성 등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특히 화훼 비수기인 여름에는 도매가가 떨어지는 만큼 소매가도 낮춰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5.08.24 1002호 (p56~57)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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