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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안보법제 가는 길에 日 자위대 실탄사격 훈련

참관 경쟁률 29 대 1…축구경기장 같은 축제 분위기

  • 장원재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안보법제 가는 길에 日 자위대 실탄사격 훈련

“섬을 점령하기 위해 상륙한 적 부대가 내륙으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F-2전투기가 공격을 위해 출동했습니다.” F-2가 발사한 레이저 유도 폭탄이 굉음과 함께 적 군사시설로 설정된 후지산 중턱에 명중했다. 지켜보던 참관인 2만여 명은 일제히 “오~” 하고 탄성을 질렀다. 이어 30mm 기관포를 장착한 아파치공격헬기(AH-64D)가 ‘타타타’ 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8월 18일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 외곽의 ‘히가시후지 군사연습장’. 도쿄 도심에서 서쪽으로 100km가량 떨어진 이곳에서 육·해·공 자위대가 모두 출동하는 자위대 최대 규모의 실탄사격 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이 열렸다. 이날 연습은 자위대의 주요 장비를 소개한 뒤 일본의 낙도가 공격받는다는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의 유사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낙도 탈환 작전은 2012년 9월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자위대 훈련의 단골 메뉴가 됐다. 이날 훈련을 위해 자위대원 약 2300명, 전차와 장갑차 80여 대, 화포 60여 문, 전투기 20여 대가 동원됐다.

해상초계기 P-3C가 자위대 본부에 ‘적 출현’을 보고하면서 상황이 시작됐다. 적은 낙도 점령을 위해 잠수함과 전투함을 출동시켰다. 그리고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해 섬의 주요 시설 및 주둔 부대 파괴를 시도했다.

‘낙도 공격’ 상정한 대응 훈련

자위대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항공자위대의 요격전투기 F-15가 적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였고 패트리어트미사일이 적 미사일을 요격했다. F-15는 항공자위대의 주력 기종으로 일본은 201대를 보유하고 있다.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육상자위대의 지대공미사일도 적의 공군 전력을 무력화하는 데 힘을 보탰다.



적은 공중전에서 자위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적 함대는 이미 낙도 인근 해상에 진입한 상태였다. 자위대의 F-2 전투기는 적 함선에 공대함미사일을 발사했다. 육상자위대는 무인정찰기인 FFRS가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적 함대의 영상정보를 활용해 지대함유도탄(SSM)을 쐈다.

적 함대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남은 적군은 수륙양용차를 동원해 상륙을 시도했다. 자위대는 다목적 유도탄 발사로 대응했지만 병력 일부가 상륙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섬에 상륙한 적 병력은 내륙으로 침투해 진지를 구축했다.

자위대는 수송용 헬기인 CH-47을 통해 정찰용 오토바이 부대를 투입했다. 관측헬기 OH-1도 섬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긴급 파견됐다.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F-2 전투기가 레이저 유도 폭탄을 발사했다. 적이 혼란에 빠졌을 때 AH-64D의 기관포 공격이 시작됐다. 때마침 도착한 최신식 전차와 박격포, 자주포가 적 진지를 초토화했다. 이윽고 “적이 격퇴됐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훈련은 막을 내렸다.

자위대는 1966년부터 후지종합화력연습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당시 공개를 결정한 것은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국가를 존망 위기로 몰아넣은 군부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올해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한 안보법제가 논란이 되면서 훈련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8월 23일 주말 훈련 참관은 인터넷과 엽서로 지원한 이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선정하는데 경쟁률이 과거 최대 수준인 29 대 1이었다.

자위대는 이날 행사를 축구경기장처럼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했다. 발사 장면과 탄착 장면이 고화질로 생중계되자 참관인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행사장은 훈련이라기보다 축제 분위기였다. 가족이나 연인이 손을 잡고 관람석에 앉았고 일부 밀리터리 마니아가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댔다. 훈련이 끝나고 나서는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었다. 전투복 차림의 자위대원과 촬영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안보법제 가는 길에 日 자위대 실탄사격 훈련
방위예산 5조 엔 돌파 목전에

야마나시현에서 왔다는 노나카 구니히로(74) 씨는 “최첨단 전자통신장비를 보며 일본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올렸다. 최근 안보법제 논란에 대해서는 “한 나라만의 힘으로 자국을 지킬 수 있는 시대는 지난 만큼, 집단적 자위권을 통해 미·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면 사이타마현에서 왔다는 남자 중학생은 “아파치공격헬기를 보고 감동했다”면서도 “아베 신조 총리가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안보법제를 멋대로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위성은 최근 중국과 북한의 위협 등을 거론하며 방위력 증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방위예산은 2002년 4조9600억 엔(약 47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삭감돼 2012년 4조7100억 엔(약 45조 원)이 됐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들어선 2013년부터 3년 연속 증액돼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5조 엔(약 48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위대 병력은 3월 말 현재 22만7000명으로 한국(63만 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방위예산만 보면 20% 이상 많다.

일본 국회와 정부는 최근 안보환경을 이유로 자위대에 채워진 족쇄를 하나씩 풀고 있다. 6월에는 그동안 유지되던 ‘문관우위’ 규정을 없애고 방위관료(문관)와 자위관(무관)이 대등한 위치에서 방위상을 보좌하도록 했다. 방위장비청을 신설해 육·해·공 자위대의 연구개발과 무기 구매조달을 일원화하기로 했고, 금지됐던 무기 수출도 재개했다.

여기에 국회에서 안보법제가 통과되면 자위대의 활동 범위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외국에서 전투를 벌이는 상황도 전개될 수 있다. 중의원을 통과한 법안은 현재 참의원에서 논의 중인데 이변이 없는 한 9월에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15.08.24 1002호 (p64~65)

장원재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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