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2

2015.08.24

유럽 무대도 좁다 해외파 빅3 출격

축구 2015~2016시즌 전망…입지 탄탄 기성용, 주전 경쟁 이청용, 역대 최고 손흥민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5-08-24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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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무대도 좁다 해외파 빅3 출격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독일 분데스리가 등 ‘축구 본고장’ 유럽을 대표하는 각국의 프로축구가 2015~2016시즌에 돌입했다. EPL에는 한국 축구가 자랑하는 ‘쌍용’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이 몸담고 있고, 분데스리가에는 ‘한국 축구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손흥민(23·레버쿠젠)이 속해 있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한국 축구 ‘빅3’로 꼽히는 이들의 새 시즌을 전망해본다.

    기성용은 2014~2015시즌 스완지에서 그야말로 최고 활약을 펼쳤다. 8골 1도움을 기록해 시즌 도중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공격수 윌프리드 보니를 제외하면 팀 내 최다골을 작성했다.

    ‘중원 에이스’ 기성용의 활약을 앞세운 스완지는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승점인 56점을 획득하며 EPL 8위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기성용은 스완지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EPL 역사상 동양인 선수가 구단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건 2010~2011시즌 이청용(당시 볼튼)에 이어 기성용이 두 번째였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막판 2경기를 남겨두고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동료들보다 약 2주 일찍 시즌을 마감한 뒤 모처럼 재충전의 여유를 가졌다. FC서울에 몸담았던 2009년 유럽으로 건너간 뒤 2010 남아공월드컵, 2012 런던올림픽, 2014 브라질월드컵 등으로 매해 여름 제대로 쉬지 못했던 기성용은 오랜만에 충분히 재활하면서 체력을 보충했고, 이후 프리시즌 캠프에 합류해 착실하게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사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맹활약한 덕에 올여름 빅클럽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명문 클럽 아스널이 기성용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수차례 반복되면서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했다. 하지만 기성용은 입지를 확고히 다진 스완지에서 출전 시간을 꾸준히 확보하며 자신의 가치를 더 끌어 올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스완지는 기성용을 비롯해 주축 선수들을 이번 시즌에 그대로 잔류케 했다. 게리 멍크 감독은 여기에 골키퍼 크리스토퍼 노르드펠트, 왼쪽 측면 수비수 프랑크 타바누, 공격수 앙드레 아예우, 에데르를 영입하며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 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특히 지난 시즌 종료 후 알차게 전력 보강 작업을 하면서도 유독 미드필더는 영입하지 않았다.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허리진이 새 전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로 탄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성용에 대한 멍크 감독의 신뢰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기성용은 8월 9일 첼시와 시즌 개막전에서 전반 41분 만에 허벅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고, 그 후유증 탓에 16일 뉴캐슬과

    2라운드에도 나서지 못하는 등 초반에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부상 상태가 심하지 않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팀 내에서 이미 절대적 위상을 확보한 터라 추가 부상 등 돌발변수만 없다면 지난해와 같은 활약을 보이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측면 공격수 이청용은 지난 시즌 도중 이적료 약 100만 파운드(추정치·약 18억 원)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 볼턴 원더러스에서 크리스털로 이적하며 3년 만에 EPL에 복귀했다. 호사다마였을까. 1월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오른쪽 정강이 부상을 당해 이적 후 약 3개월간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2014~2015시즌 크리스털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경기는 고작 3개뿐. 시즌 막판 선발 출전 한 번을 포함해 모두 3경기에 그쳤다.

    팀 내 입지가 굳건한 기성용과 달리, 새 팀에서 뿌리 내리지 못한 이청용은 주전 경쟁부터 시작해야 하는 처지다. 8월 8일 노리치시티 원정 개막전에 결장한 뒤 부상을 입었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나도는 등 이런저런 불편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팀 내 위상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말이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

    냉정하게 봤을 때 시즌 초반 그의 보직은 후반 교체요원이다. 지난 시즌 부동의 활약을 펼쳤던 양쪽 윙어 야니크 볼라시에와 제이슨 펀천은 여전히 건재하다. 볼라시에는 4골 6도움, 펀천은 6골 7도움으로 지난 시즌 크리스털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10위권에 진입하는 데 중추가 됐던 선수들이다. 이 밖에도 측면 공격수 자리를 다툴 선수가 윌프리드 자하, 바카리 사코 등 차고 넘친다. 이들 사이에서 이청용은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해야 한다. 특히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능력을 입증하느냐에 이청용의 미래가 달렸다. 앨런 파듀 감독은 일찌감치 이청용의 창의적 패스 능력에 주목했다. 지난 시즌 영입 때부터 이청용을 중앙에 배치하는 그림을 그려왔고, 프리시즌 경기에서 실제로 이 가능성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청용은 과거 볼턴 시절에도 팀 상황과 상대 전술에 따라 양쪽 날개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 바로 밑에 위치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바 있다.

    중앙 미드필드에도 조던 머치라는 ‘박힌 돌’이 있지만, 이청용이 가운데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주전 도약은 당초 기대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

    EPL에는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 둘뿐이지만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분데스리가에는 이번 시즌 모두 7명의 태극전사가 뛰고 있다.

    손흥민(23)과 류승우(22)는 레버쿠젠, 구자철(26)과 박주호(28)는 마인츠, 홍정호(26)와 지동원(24)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김진수(23)는 호펜하임에서 분데스리가 두 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단연 눈길을 끄는 이는 손흥민이다. 그는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이후 박지성(은퇴)의 뒤를 이을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발돋움했다. 국가 대표팀에서뿐 아니라 분데스리가 명문팀 레버쿠젠 주전으로서 보여준 발군의 활약은 한국 축구팬의 자긍심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했다.

    손흥민은 지난 두 시즌 동안 팀 핵심 멤버로 이름을 떨쳤다. 2013~2014시즌 분데스리가 31경기에서 10골 4도움을 올렸고, 지난 시즌에는 11골 3도움으로 활약상을 이어갔다.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10경기에 출전해 5골 1도움을 기록했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클럽대항전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유럽 빅클럽들의 이적 제의를 뿌리치고 레버쿠젠에 남은 손흥민은 내심 최고 시즌에 도전하고 있다. 손흥민은 2014~2015시즌 팀이 치른 각종 대회에서 총 42경기를 소화했고, 17골 4도움으로 21개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인 분데스리거 한 시즌 최다골(19골)을 넘어설 수 있을지 많은 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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