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7

2015.07.20

부와 변화를 좇는 중국의 열병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07-20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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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와 변화를 좇는 중국의 열병
    ‘시카고트리뷴’ 베이징 지국장, ‘뉴요커’ 중국 특파원으로 일하며 2005년부터 2013년까지 8년간 중국에 머물렀던 에번 오스노스는 자신의 첫 책 ‘야망의 시대’에서 이렇게 심경을 묘사했다.

    “베이징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초대를 받으면 절대 거절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들이 하도 많아서 과연 그 장소를, 그리고 그 사람을 두 번 다시 볼 기회가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스노스가 중국에서 보낸 8년은 바로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며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시기였다. 특히 2008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시 대부분이 새로 지어졌다. 원나라 때 만들어진 골목길 후통(胡桐)은 1980년대만 해도 베이징에 6000개가 있었지만 이제 몇백 개만 남고 대부분 파괴됐다. 베이징뿐 아니라 중국 전체가 새로 건설되고 있었다. 2주마다 로마 면적과 맞먹는 도시가 태어났다.

    후난성 오지 마을에서 태어난 공하이난은 공부를 잘해 그 지역 최고 명문고에 입학했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비를 대느라 집안이 빚더미에 앉자 학교를 그만두고 파나소닉 TV공장에 취직한다. 하지만 하루 2000번씩 전선을 납땜하는 삶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공부해 베이징대에 입학했다. 공하이옌으로 개명하고 상하이 푸단대에서 언론학 석사 과정도 밟았다. 하지만 인생에서 빠진 게 있었다. 연애였다.

    공하이옌은 “중국의 결혼시장에서 남자와 여자, 석사 학위가 있는 여자, 이렇게 세 가지 종의 인간들이 살아남으려고 애쓴다”고 했다. 학벌 높은 여자는 남자들에게 경계 대상이었다. 공하이옌은 한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에 가입했지만 곧 엉터리업체에 속은 것을 알고 직접 ‘Love21cn.com’이란 결혼정보 사이트를 만들었다. ‘자위안(佳緣)닷컴’으로 이름을 바꾸고 2010년 미국 나스닥에 공개할 당시 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7700만 달러(약 884억 원)에 달했다. 이는 기업가로 성공한 공하이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하이옌이 온라인을 통해 보급한 ‘자유로운 사랑과 결혼’은 곧 ‘우리’보다 ‘나’가 강조된 중국인의 삶이 시작됐음을 의미했다.



    오스노스의 눈에 비친 중국은 “세계에서 루이뷔통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고,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를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인 동시에 광고판에 ‘럭셔리’라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마르크스·레닌주의 당이 집권한 나라다.” 이런 중국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그는 ‘야망(ambition)’이란 단어를 골랐다. 오랫동안 막돼먹은 방종이나 터무니없는 기대를 암시하는 단어로 쓰였던 야망이 오늘날에는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저자는 현대 중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야망을 품은 개인과 권위주의 국가라는 두 힘의 충돌로 해석하고, 21세기 중국의 초상을 그려냈다. 2014 전미도서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라거나 오바마 대통령이 동네 서점을 방문해 산 책 등 화려한 광고 문구를 내세우지 않아도 충분히 흥미롭다.

    부와 변화를 좇는 중국의 열병
    놀이로 본 조선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 300쪽/ 1만9000원


    규장각 교양총서 12번째 책. 술과 시가 함께한 조선 선비들의 꽃놀이, 농사력에 따른 농민들의 일과 놀이, 예나 지금이나 취미 1호 소설 읽기, 후배를 맞이하는 환영행사인 ‘면신례’, 신과 한판 놀아보는 굿놀이 같은 전통놀이 외에 공기, 연날리기, 뱀주사위 등 아시아에 널리 퍼진 아이들 놀이를 망라했다. 부제는 ‘신명과 애환으로 꿰뚫는 조선 오백년’.

    부와 변화를 좇는 중국의 열병
    재난, 그 이후

    셰리 핑크 지음/ 박중서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720쪽/ 2만2000원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를 덮쳤다. 카트리나는 1800명 이상의 사망자와 1000억 달러가 넘는 재산 피해를 남겼다. 특히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메모리얼 메디컬센터 사례는 국가 재난 관리 실패의 축소판과 같았다. 닷새 동안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재구성한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기자가 6년에 걸쳐 500회의 인터뷰 내용을 더해 쓴 책.

    부와 변화를 좇는 중국의 열병
    지구인의 도시 사용법

    박경화 지음/ 휴/ 260쪽/ 1만3500원


    도시는 전 세계 면적의 3%에 인구 50%가 몰려 살며 자원의 75%를 소비하는 곳이다. 녹색연합 활동가인 저자가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20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공유경제, 착한 소비, 에너지 자립, 게릴라 가드닝, 도시농부, 윤리적 여행 등 덜 소유하고, 직접 에너지와 먹거리를 생산해 이웃과 나누며, 지구상에 있는 1000만 종가량의 생물종과 공존을 추구하는 삶이 시작된다.

    부와 변화를 좇는 중국의 열병
    내려올 때 보인다

    함영준 지음/ 쌤앤파커스/ 264쪽/ 1만5000원


    “잘나갈 때는 그 사람의 본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본인도 못 보고 주변도 못 본다. 그러나 내려올 때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그 사람을 그 자리에 오르게 한 바로 그 이유가 그를 추락하게 만든다.” 언론인 출신 저자가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지낸 민병돈부터 시인 박노해까지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인물 20명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담았다.

    부와 변화를 좇는 중국의 열병
    전복과 반전의 순간

    강헌 지음/ 돌베개/ 360쪽/ 1만5000원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에서 저자는 시공을 넘나드는 음악사의 새로운 독법(讀法)을 보여준다. 1장 마이너리티의 예술 선언(재즈와 로큰롤), 2장 청년문화의 바람이 불어온다(통기타와 그룹사운드), 3장 클래식 속의 안티 클래식(모차르트와 베토벤), 4장 두 개의 음모(‘사의 찬미’와 ‘목포의 눈물’)에서 알 수 있듯 음악을 통해 문화사 전반을 정리했다.

    부와 변화를 좇는 중국의 열병
    조선의 대외정벌

    임홍빈·유재성·서인한 지음/ 알마/ 464쪽/ 1만9800원


    삼국시대 이래 한국이 치른 전쟁 횟수를 세보면 900여 회가 넘는데, 이 중 대외 원정에 해당하는 군사작전은 얼마나 될까. 대표적으로 왜구 침략과 그에 대응한 토벌작전 및 대마도정벌, 세종 때 보주강 야인 토벌과 동북부·서북부 영토 개척 및 국경 확정 사업 추진, 효종 때 조선군과 청나라군이 협동작전한 ‘나선정벌’을 들 수 있다.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소속인 3명의 저자가 각 주제를 맡아 집필했다.

    부와 변화를 좇는 중국의 열병
    나는 몸신이다

    채널A ‘나는 몸신이다’ 제작팀 지음/ 동아일보사/ 252쪽/ 1만4000원


    종합편성채널 채널A 인기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가 화제인 까닭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고 시간과 돈이 거의 들지 않는 방법들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다리 3분 교정법, 혈액순환 돕는 테이핑 요법, 복부비만 잡는 복식호흡법, 줄어든 키 찾는 약발 요법, 만성통증 해결하는 톡톡 셀프 건강법, 골반 교정체조, 속근육 강화 운동법 등 7가지 건강법을 따라 할 수 있는 동작과 함께 소개했다.

    부와 변화를 좇는 중국의 열병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정태남 지음/ 21세기북스/ 404쪽/ 1만7000원


    오스트리아 빈에서 체코 프라하까지는 250km. 빈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는 220km,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까지는 겨우 60km 거리다. 이처럼 서울-대구 거리보다 가까운 동유럽 4개국 수도를 구석구석 다니면서 쓰고 찍은 기록이다. 저자가 30년 이상 로마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쌓아온 경험과 건축, 음악, 미술, 역사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이 녹아든 인문 여행서.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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