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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란 핵협상 타결, 북한의 미래는?

美 ‘北 먼저 변해야’ vs 北 ‘우리는 얼마든 버틸 수 있다’

  • 신석호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이란 핵협상 타결, 북한의 미래는?

6월 23일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국영방송 마이크를 잡았다. 연설을 통해 그가 밝힌 것은 이란 핵협상의 3대 최종 쟁점과 관련해 서방이 받아들이기 힘든 ‘최후 가이드라인’. 일주일 뒤로 예정됐던 협상의 정상적인 타결이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였다. 하메네이가 내세운 조건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군사시설 사찰 금지 △핵협상 타결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 해제 △평화적 핵 기술 연구개발(R·D) 제한 금지 등이었다.

이란은 4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5P+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독일)와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라는 이름의 잠정협상을 타결한 직후부터 이들 쟁점에 이견을 제기하며 ‘벼랑 끝 전술’을 펴왔다. 특히 핵심은 군사시설에 대한 사찰 문제였다. 국제사회는 과거의 이란 핵무기 개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IAEA의 이란 군사시설 사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주권 침해이므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사찰 방식도 달랐다. 국제사회는 모든 시설에 대한 강제적 방식을 요구했고, 이란은 선별적이고 자발적인 형태를 주장해왔다.

이란은 또 최종 협상 막판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 무기 금수조치 해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핵무기를 포기하는 마당에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통상병기와 탄도미사일까지 손발이 묶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핵심 요구였다. 기존 3대 쟁점에 무기 금수조치 해제 문제까지 제기돼 최종 협상은 7월 7, 10, 13, 14일로 네 차례나 연기되며 막판까지 고전을 거듭했다.

반전에 반전, 미국 외교의 승리

7월 14일 오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터져 나온 최종 합의 소식은 이렇듯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무렵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야말로 기대 이상. 양측은 막판 네 가지 쟁점을 깔끔하게 정리한 109쪽 분량의 정밀한 합의문 전문을 공개했다.



먼저 이란은 군사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 의심 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을 받아들였다. 국제사회가 필요하면 언제, 어디든 사찰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란은 그동안 공개를 거부해온 중부 파르친의 고폭(기폭)장치 실험시설을 국제 사찰단에 공개하는 것은 물론, 핵 프로그램에 참여한 과학자 인터뷰까지 양보했다. IAEA는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 있던 2003년 이전 이란의 핵 활동을 포함해 이란 핵시설과 인력에 대한 사찰 결과를 12월 15일쯤 양측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특정 시설을 은닉하고 고의로 사찰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한 안전핀도 마련됐다. 이란이 미신고 시설에 대한 IAEA 측의 사찰 요구를 거부할 경우 협상 당사국 7개국에 유럽연합(EU)으로 구성된 합동위원회가 7일간 이란의 거부 사유를 검토하게 된다. 5개국 이상이 IAEA 측의 손을 들면 이란은 사찰을 받아들여야 하고, 이를 거부하면 금융·경제 제재가 되살아난다. 최종 합의안은 또 이란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를 5년, 탄도미사일 제재는 8년 동안 유지하기로 했다. 이란은 비록 ‘즉시 해제’는 얻어내지 못했지만 제재 종료 시점을 확약받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란이 비핵화 의무를 일정 부분 이행할 경우 내년 초부터 금융·경제 제재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언제 어떤 조건에서 금융·경제 제재를 해제할 것이냐’를 명확히 해달라는 이란 측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제재가 해제된 뒤 이란이 남은 비핵화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65일 안에 금융제재를 다시 가할 수 있다. 이란은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권이라는 ‘당근’도 확약받았다. 이란이 나탄즈 시설에 국한해 신형 원심분리기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된 것도 협상의 산물이다.

최종 합의안에는 현재 2~3개월로 추정되는 이란의 핵개발 ‘브레이크아웃 타임’(핵무기 1개를 만들 때 필요한 핵물질을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리도록 한 잠정합의 내용이 그대로 반영됐다. 구체적인 방식은 세 가지로 ①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초기 모델만 남기는 형태로 감축하는 것 ②농축우라늄 재고를 감축하는 것 ③중수로에서의 플루토늄 생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최종 합의안에는 이란이 수년 동안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기폭장치 등 핵탄두 설계 및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3개월 전 잠정합의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월 14일 오전(현지시각) 이란 핵협상이 공식 타결된 직후 백악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차단했다”며 “미국의 외교는 의미 있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 협상은 미국 리더십의 전통과 궤를 같이한다”고 자평했다. 전쟁이 아닌 외교와 대화, 타협을 통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차단한 이번 협상의 성과를 미국 외교의 승리로 돌린 것이다.

이란 핵협상 타결, 북한의 미래는?
‘희망적 사고’와 현실 사이

이번 협상을 지켜본 많은 전문가는 “이란이 북한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근본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미국 측 대답이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월 14일 “우리는 북한과의 협상이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북한 핵 프로그램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구체적이면서도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들로 귀결된다면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핵협상 타결은 우리가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국가들과도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란과 북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이란과 북한은 많은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란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을 이끌어낸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북한을 대상으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원유 수출과 소비재 무역 등을 통해 국제사회와 활발한 경제관계를 이어가는 데 비해, 북한은 여전히 후원국인 중국에 의존한 채 대외고립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실험을 3차례나 하고 3라운드의 비핵화 협상을 모두 박차고 나간 북한의 신뢰도는 제로(0) 상태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를 2년도 채 남기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 이란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것이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핵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어느 날 갑자기 핵을 포기하기로 마음을 바꿀 것을 기대하는 것 역시 ‘희망적 사고’에 가깝다. 오히려 중국 경제위기가 심화해 중국의 대북 지원이 줄어들고, 경화수입이 끊긴 북한이 어쩔 수 없이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고 나서는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게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주간동아 2015.07.20 997호 (p56~57)

신석호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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