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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인터넷 짝퉁 판매자 알고 보니 VIP 고객?

에르메스, 비공개 판매업자 색출해 경고장 발송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인터넷 짝퉁 판매자 알고 보니 VIP 고객?

인터넷 짝퉁 판매자 알고 보니 VIP 고객?

1000만~2000만 원을 호가하는 버킨백과 켈리백은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으로, 짝퉁업계 교본이 되고 있다.

프랑스 명품업체 에르메스는 짝퉁업계의 오랜 표본이다. 가방과 옷, 스카프, 신발 등 주요 품목은 신상품이 나올 때면 ‘에르메스 스타일’로 불리며 짝퉁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특히 1000만~2000만 원을 호가하는 버킨백과 켈리백을 모방한 가방은 짝퉁계의 스테디셀러. 한국 에르메스 매장에서 대기번호를 받아도 1년 안에 구매하기 힘들 만큼 생산량이 적어 A급 짝퉁마저 귀한 몸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인터넷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를 맺은 이들에게만 정보를 공개, 암암리에 에르메스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비공개 짝퉁 판매업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에르메스에 가죽을 납품하는 회사의 제품을 사용해 정확하게 베낀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블로그에 올라온 비공개 짝퉁 판매업자의 설명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레플리카’라 부르며 비공개 판매

‘가죽은 독일 페링거사의 6개월 미만 송아지 가죽인 토리옹 가죽 가운데 가장 비싸고 높은 등급만 사용합니다. 최고급 리넨 실인 린카블레 실로 수공하며 잠금장치 부속물은 금장의 경우 24K 도금, 은장은 은 92.5%로 제작됩니다. 버클 안쪽 에르메스 로고는 R각인으로 정품과 싱크로율 100%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품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문의해보려고 전화번호를 찾았으나 판매업자는 카카오톡으로만 대화가 가능하다며 블로그에 아이디를 남겼다. 가격을 묻자 “‘하이 오브 하이 퀄리티기 때문에 현금결제는 380만 원이며 카드결제 시 5.5% 수수료가 붙는다”고 친절히 답했다. 누가 어디서 만드는지 묻자 “홍콩 현지 공장에서 자체 제작하며, 10년 경력의 가죽공예 장인들이 제품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수작업으로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판매하는 에르메스 짝퉁가방을 ‘레플리카’라고 불렀다. 레플리카란 예술에서 원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동일한 재료, 방법, 기술을 이용해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재현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짝퉁 판매업자는 “수공예 장인이 예술혼을 불태워 만든 단 하나의 복사본”이라는 자부심을 레플리카라는 단어에 담고 싶어 한 듯했다.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에게 한국 내 짝퉁 판매에 대해 묻자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라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가방뿐 아니라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군을 모방한 짝퉁 제품이 매년 엄청나게 판매되고 있어 일일이 찾아내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에르메스코리아는 국내 대형 법무법인 특허팀에 온라인에서 비공개로 짝퉁을 파는 업자들을 색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짝퉁을 파는 업자들에게 온라인상으로 경고장을 발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일이 소송을 걸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는 2월 본사인 프랑스 ‘에르메스 엥떼르나씨오날’과 함께 주식회사 서와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예로 들며 “경우에 따라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와유나이티드는 5년 전 버킨백과 켈리백을 나일론 소재 천에 프린트한 ‘진저백’을 홍콩 본사로부터 수입해 18만~20만 원에 판매한 회사다.

에르메스 측은 진저백이 자사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7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진저백 판매는 에르메스 측의 투자나 노력으로 이룬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해 에르메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에르메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인터넷 짝퉁 판매자 알고 보니 VIP 고객?
진품 사서 짝퉁 만드는 VIP 고객

그런데 문제는 온라인 비공개 짝퉁 판매업자 가운데 에르메스의 VIP 고객이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의 특성상 짝퉁 판매업자는 자신들의 일상 사진을 공개해 회원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는다. 특히 이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에르메스에서 내놓는 신상품을 구매해 사진을 찍어 올리고 얼마 뒤 “최근 보여드린 그 제품을 거래처 공장에서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원단이 부족해 몇 분만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진짜와 다르지 않은 제품을 판매한다.

일례로 5월 한 온라인 비공개 짝퉁 판매업자는 에르메스가 2015 봄여름 신상품으로 출시한 코튼 벨트 원피스를 구매한 뒤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과 구매 후기를 상세히 올렸다. 그리고 일주일 뒤 똑같이 생긴 원피스를 4개 색깔로 나눠 10만 원가량에 판매했고, 주문이 폭주해 배송이 늦어지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공지를 띄웠다. 이 판매업자는 평소에도 자신이 에르메스의 우수 고객이며 에르메스 버킨백과 켈리백은 물론 팔찌와 구두, 원피스를 계절마다 구매한다는 점을 과시하듯 관련 사진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었다.

이처럼 온라인 비공개 짝퉁 판매업자들은 벌어들인 수익으로 다시 에르메스 진품을 구매하고, 그것을 생산 공장으로 보내 교본으로 삼아 똑같이 생긴 짝퉁을 판매하면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에게 이들의 행태를 인지하고 있느냐고 묻자 “짝퉁 판매업자 가운데 에르메스 고객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실명을 쓰지 않기 때문에 파악이 어렵다. 파악된다 해도 에르메스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온라인에서 짝퉁을 팔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주간동아 2015.06.15 992호 (p48~49)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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