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6

2015.05.04

타닌 강한 레드 와인은 피하세요

생선회와 와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5-05-04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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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닌 강한 레드 와인은 피하세요
    “약속 없으면 우리 집에서 저녁 함께 먹어. 모처럼 회 어때?”

    독거하는 누나가 주말 저녁 외로운 식사를 할까 봐 동생이 살뜰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랜만에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생각에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와인냉장고에서 화이트와 레드 와인 한 병씩을 꺼내 가방에 담았다. 생선회에는 무조건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야 할 것 같지만 생선마다 맛과 식감이 다르기 때문에 레드나 로제 와인이 어울릴 때도 많다.

    화이트 와인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생선회로는 광어와 우럭을 들 수 있다. 두 생선 모두 부드럽고 졸깃하면서 기름지지 않은 산뜻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담백한 생선에는 화이트 와인이라도 가볍고 단맛이 없으며 향이 진하지 않은 것이 좋다. 특히 프랑스 루아르(Loire) 지방 상세르(Sancerre)와 푸이퓌메(Pouilly-Fume)에서 생산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은 산도가 좋고 푸릇한 채소향에 조개껍데기 같은 미네랄향이 있어 광어나 우럭에 더없이 좋은 파트너다. 소비뇽 블랑보다 샤르도네(Chardonnay)를 좋아한다면 프랑스 샤블리(Chablis) 와인을 선택해보자. 오크 숙성이 거의 없고 라임과 미네랄향이 상큼해 담백한 생선회와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

    참치는 광어나 우럭보다 기름지고 무게감이 있어 화이트보다 가벼운 레드나 로제 와인이 잘 어울린다. 레드 와인으로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산 피노 누아르(Pinot Noir)나 보졸레(Beaujolais)산 가메(Gamay) 와인이 타닌이 강하지 않고 산도가 좋아 참치의 기름진 맛을 잡는 데 그만이다. 참치에는 차가운 로제 와인도 좋은데,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산은 단맛이 나는 와인이 많으므로 드라이한 맛의 프랑스 프로방스(Provence)산이 더 나은 선택이다.

    타닌 강한 레드 와인은 피하세요
    연어는 참치처럼 기름기가 많지만 향도 진하다. 따라서 와인도 향이 강하면서 산도가 높은 게 좋다. 그런 와인으로는 독일산 리슬링(Riesling)이 딱이다. 리슬링의 진한 과일향이 연어 향과 잘 어우러지고 와인의 높은 산도가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회와 즐기려면 단맛이 없는 게 좋으므로 리슬링 와인 중에도 레이블에 트로켄(Trocken)이라 적힌 것을 사도록 하자. 트로켄이 적히지 않은 리슬링 와인은 단맛이 살짝 있어 회보다 초밥에 더 잘 어울린다.



    여러 가지 생선살이 담긴 모둠회를 먹거나 회와 초밥을 함께 즐긴다면 스파클링 와인이 가장 무난하다. 그중에도 레이블에 블랑 드 누아르(Blanc de Noirs)라고 적힌 것은 적포도로 만든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으로 맛이 부드럽고 무게감이 좋아 생선회와 초밥에 두루 잘 어울린다. 와인의 기포가 입안을 씻어주기 때문에 다양한 생선회를 맛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위에 열거한 내용이 복잡하고 어렵다면 주의할 점 딱 두 가지만 기억해도 좋다. 첫 번째는 타닌이 강한 레드 와인은 생선의 비린 맛을 강조할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오크 숙성이 진한 화이트 와인은 버터나 크림향이 강해 해산물의 싱싱함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는 점이다. 이것만 유념해도 생선회 맛을 그르치지 않는 무난한 와인을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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