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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정당, 지는 대표’ 문재인의 6가지 위기

분당 가능성 등 당 안팎 거센 도전…정치력·전략 부재 고질적 한계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지는 정당, 지는 대표’ 문재인의 6가지 위기

‘지는 정당, 지는 대표’ 문재인의 6가지 위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별도 특별검사(특검)를 요구했다.

이번 4·26 재·보궐선거(재보선)는 문재인의 선거였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대표로 선출된 이후 문 대표가 주도해 치른 첫 선거였다. 전임 지도부가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터다. 더욱이 문 대표는 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기는 정당, 이기는 대표’를 기치로 내걸었다. 연전연패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결의의 표현이었다.

대표직 고수한 문 대표

그러나 이번 선거는 야권 분열 구도로 치러졌다. 야권 분열이라고는 하지만 그 출발은 당내 분열이다. 비노(비노무현)계의 반란을 막지 못한 것은 물론, 문 대표 자신이 당내 분열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됐다. 게다가 여야 구도에 변화를 가져오기엔 역부족인 선거였다. 지난해 7·30 재보선과 달리 새정연이 승리하더라도 여소야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 자연히 정권심판론보다 야당심판론 또는 친노(친노무현)심판론에 힘이 실렸다. 그래서 무조건 이겨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새정연 전패. 성완종 게이트라는 대형악재가 터진 가운데 투표율까지 기대 이상으로 높았으나 전통 야당 텃밭이던 광주 서을까지 내주고 말았다. 어이없는 패배가 아닐 수 없다. 지려고 애를 써도 나오기 힘든 결과다. 핑계를 댈 구석은 어디에도 없다. 그 책임은 오롯이 문 대표의 몫이다. 과거 비노계 지도부를 흔들었던 그였기에 동정심을 기대할 수도 없다. 문 대표는 책임질 각오가 돼 있을까.

전임 지도부의 예를 따라 문 대표는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했다. 하지만 사퇴하지 않았다. 어렵게 당권을 쥔 문 대표와 친노계가 그것도 내년 총선 공천이 임박한 시점에 그런 결정을 내리긴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한계이기도 하다.



새정연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위기 요인은 분당 가능성이다. 새정연이 분당의 길을 걷지 않고 수권 정당으로 탈바꿈하려면 광주 서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한 천정배를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 그에게 내년 공천권을 일임하고 대대적인 공천 개혁에 나서야 한다. 공천 개혁의 핵심은 기존 친노계 국회의원에 대한 공천 학살을 전제로 한다. 문 대표는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대권이 코앞에서 어른거릴 것이기 때문이다. 재보선 참패에도 대표직을 내놓지 않은 그다. 친노계 수장이지만 사실상 그들에게 얹혀 있는 처지나 다름없는 상황도 작용할 것이다.

결국 천정배로선 당 밖에서 호남을 중심으로 사실상 신당 창당에 나설 수밖에 없다. 천정배 말고 국민모임도 있다. 비록 정동영을 대리로 내세웠다 실패를 맛봤지만 그렇다고 신당 창당을 접지는 않을 터다. 정동영이 없더라도 그들은 길게 보고 새로운 진보정당을 꾸려나갈 것이다. 이런 외부 움직임에 새정연 내부 구성원이 동참할 경우 분당은 불가피하다. 이번 재보선에서 선전했더라면 그것을 원천봉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참패한 까닭에 일부 분당 사태를 막기 어려워졌다.

두 번째 위기 요인은 당내 도전이다. 분당파가 아닌 잔류파는 문 대표에게 지분을 요구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박지원 의원을 들 수 있다. 박 의원은 이미 위협적이다. 대표 경선 때 경선 룰까지 변경하면서 박 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물리쳤지만 그는 사실상 당내 지분 절반을 상징한다. 그의 뒤에는 동교동계가 버티고 있다. 정동영과 천정배의 탈당 와중에 문 대표는 동교동계에 한 차례 머리를 숙였다. 권노갑 전 상임고문이 암시한 60 대 40 지분 보장설까지 흘러나왔다. 마냥 친노계가 싫다던 동교동계가 공짜로 문 대표의 손을 들어줬을 리 없다.

친노의 불안한 우세

이번 재보선과 관련해 문 대표가 동교동계에게 불만이 없지 않을 것이다. 도와주기로 해놓고 왜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느냐는 불만이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지원 요청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불만을 꺼내놓기도 민망한 처지다. 야권 분열로 패색이 짙어지던 때 일시적으로 동교동계에 의탁하려 했지만 성완종 게이트가 터지면서 문 대표와 친노계는 승리를 자신했고, 동교동계를 끌어들이는 데 소극적이었다. 오히려 공이 그들에게 돌아갈까 두려워 도움 요청을 기피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제 그들이 반격할 차례다. 그들의 요구는 구체적일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공천 지분을 당당하게 요구할 개연성이 높다.

세 번째 위기 요인은 성완종 게이트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성완종 게이트가 문 대표와 친노계의 발목을 잡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이미 재보선에서 전초전을 치렀다. 새누리당이 참여정부 시절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특사)에 대해 공격을 개시한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재보선 바로 전날 대국민 메시지에서 참여정부 원죄론을 들고 나왔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나 특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게이트가 발생했겠느냐는 문제 제기는 이번 선거에서 매우 효과적이었다. 반대로 새정연 측이 참여정부 원조론에 적절하게 대응했더라면 재보선 참패란 결과도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 대표와 친노계는 해내지 못했다.

이 특별사면 논란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로서는 그만둬야 할 이유가 없다. 새정연이 친박(친박근혜) 게이트라며 선제공격을 했으니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문 대표가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자 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 1위 대권주자인 문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나 김무성 대표에게나 부담스러운 존재로, 당연히 견제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네 번째는 정치력 부재다.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이후 새정연은 사실상 내전 상태였다. 친노 패권주의를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자 당의 사실상 주인인 친노계는 오히려 당권을 다시 쥐고 전면에 나서는 역공을 취했다. 그 역공이 성공한 결과가 바로 문 대표 체제다. 하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아서 문 대표는 막판에 경선 룰을 변경하고도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불안한 우세는 이후 친노계가 처한 현실이다.

문 대표는 취임 이후 그 나름 탕평책을 썼지만 내년 총선 공천에서 핵심이 될 수석사무부총장만은 기필코 친노계를 임명하는 꼼수를 부렸다. 비노계는 들끓었고 역시 친노계는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더 팽배해졌다. 그 결과가 바로 정동영과 천정배의 탈당이다. 문 대표는 그들의 탈당을 막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초선의원급 정치력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섯 번째는 전략 부재다. 성완종 게이트가 터지자 국민은 정권심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앞의 선거는 총선이 아니라 재보선이다. 국민의 뜻을 확실히 보여주기엔 재보선의 파괴력이 미약했다. 그사이 새정연은 기다렸다는 듯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새정연이 들고 나오는 정권심판론은 국민에게 식상한 메뉴다. 게다가 성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논란까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 물 타기에 나섰다. 새누리당의 오랜 습관이자 전략이지만 새정연은 늘 속절없이 당하기만 했던 전략이다.

‘지는 정당, 지는 대표’ 문재인의 6가지 위기

4·29 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와 문재인 대표가 4월 10일 관악구 정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해 권노갑·임채정 상임고문, 박지원 의원 등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왼쪽부터).

대선 지지율도 하향세로 돌아설 것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물 타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모두가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문 대표의 야심찬 기자회견도 효과가 없었다. 국민은 2008년 1월 참여정부 임기 말 특사에 대해 당시 비서실장으로서 문 대표의 책임 있는 해명을 기대했지만 문 대표는 자신들이 늘 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하던 바로 그 유체이탈화법으로 의혹을 피해갔다. “이명박과 이상득에게 물어봐라. 그들이 부탁했지만 나는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 실은 이 기자회견이 이번 재보선의 결정적 변곡점이었다. 누구보다 지지세력이 실망했다. 위기 국면에서 정면 돌파를 해내지 못하는 문 대표에게서 이기는 정당, 이기는 대표의 모습을 찾긴 어려웠다. 전략 부재였다.

여섯 번째 요인은 엉거주춤하는 태도다.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의 대처는 신속했고 정확했다.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직전 김무성 대표와 회동→ 새정연의 총리 해임건의안 추진에 대한 총리 자진사퇴 의사 피력→해외순방 직후 총리 사표 수리→새정연의 대국민사과 요구에 대한 유감 표명까지 야당의 공격이 있을 때마다 원점을 타격했다. 공세적 방어전략으로 위기를 넘어서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자신에게 가해진 역공이자 물 타기인 성완종 특사 의혹에 대한 문 대표의 대처에서는 읽을 수 없었던 위기감과 의지였다. 그는 다만 물 타기 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몸통은 박근혜라 말할 뿐이었다.

진보진영에서는 박 대통령을 자주 닭에 비유한다. 그런데 성완종 특사 의혹이 불거진 이후 보인 새정연과 문 대표의 모습이야 말로 닭에 가깝지 않았는지 반문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깃털에 공격을 당하자 몸통까지 휘청거린 닭 말이다. 성완종 특사 의혹은 깃털이 맞다. 그런데 왜 흔들리는가. 왜 중심을 단단히 잡고, 흔드는 자들에 대해 원점 타격을 제대로 못하는가. 돌이켜보면 문 대표는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당시 안철수 의원과 단일화 과정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엉거주춤! 그냥 버티는 것이다. 그 결과 성질 급한 안철수가 패를 던지고 말았다. 하지만 국민은 달랐고 결국 대통령으로 간택되지 못했다. 이번 재보선 국면에서도 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장 결정적으로 성완종 특사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엉거주춤! 그냥 버텼다. 그리고 패배했다.

문 대표는 사퇴해야 했다. 그러나 또다시 버티기로 했다. 때를 기다리는 자세는 중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천정배의 부활 역시 버림으로써 얻은 것이다. 더욱이 문 대표의 친구 노무현 전 대통령이야말로 버림으로써 얻은 대표적 사례다. 그것이 노무현 정신이다. 문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에도 의원직을 버리지 못했다. 이번에도 대표직을 버리지 못했다. 그럴수록 그에 대한 기대는 떨어질 것이다. 대표 경선을 계기로 상향세를 보였던 그의 지지율도 하향세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주간동아 2015.05.04 986호 (p16~18)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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