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5

2015.04.27

“포커페이스는 있어도 포커 몸짓은 없다”

상대를 감쪽같이 속이는 법 vs 거짓말 귀신같이 찾아내는 법

  • 김형희 한국바디랭귀지연구소장, 트리즈 컨설턴트 khiya25@daum.net

    입력2015-04-27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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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페이스는 있어도 포커 몸짓은 없다”

    1960년대 미국 사회에서 기상천외한 사기행각으로 화제를 모은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실화를 극화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한 장면.

    사람들은 보통 10분에 3번씩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거짓말 심리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로버트 펠드먼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교수의 연구 결과다. 이렇게 수시로 속고 속이는 사람들이 거짓말에 대해 궁금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필자는 사람들이 진실을 말할 때와 거짓을 말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실험을 하나 했다. 대학생, 직장인, 자영업자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 60여 명에게 각각 20개의 질문을 던지고, 진실이든 거짓이든 마음대로 답변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 과정을 전부 촬영했다. 실험이 끝난 뒤 어떤 대답이 참이고 거짓이었는지를 확인해 양자를 말할 때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 조사했다.

    결과는 개인차가 뚜렷했다. 어떤 사람은 참을 말할 때와 거짓을 말할 때 차이를 감지하기 힘들었다. 반면 거짓말을 잘 못해서 쉽게 차이가 드러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실험을 통해 확인한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의 첫 번째 특징은 자기 통제력이었다. 거짓말은 대부분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난다. 말을 하면서 이를 잘 통제할 수 있어야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다.

    몸짓언어에 집중하라

    ‘탁월한 거짓말쟁이’의 두 번째 특징은 상대의 비언어를 잘 읽는 것, 달리 말해 눈치가 빠르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변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적절한 거짓말로 상대를 속일 줄 안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의 세 번째 특징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 활용 능력이다. 거짓말쟁이는 복잡한 통계나 전문 정보를 인용해 상대의 판단을 흐린다.



    지능적인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을 연습하기도 한다. 거울을 보면서 거짓말할 때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친구나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 거짓말이 통하는지 실험해보는 것이다. 도박사가 대표적인 예다. 도박사로 성공하려면 자신에게 유리해 패가 있을 때나 불리한 패가 있을 때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능력은 연습을 통해 가질 수 있다.

    명심할 점은 포커페이스는 있어도 ‘포커 몸짓’은 없다는 것이다. 독일 경제심리학자이자 법학자인 잭 내셔는 저서 ‘거짓말을 읽는 완벽한 기술’에서 “‘포커 언어’도, ‘포커 목소리’도 없으며 ‘포커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거짓말 선수’라 해도 어디에선가는 거짓말의 단서를 흘린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대부분 이를 잡아내지 못하는 건 언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통할 때 보통 말의 내용에 관심을 둔다. 그러다 보니 상대의 얼굴 표정이나 손짓, 자세, 목소리 등을 놓치게 된다. 그러나 거짓말의 신호는 말보다 얼굴 표정, 몸짓, 목소리에 담겨 있다. 상대의 거짓말을 찾아내려면 이러한 비언어 신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리 알아둘 것은 거짓말에 관한 한 ‘완벽한 단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간혹 대화 중 코를 만진다거나, 눈을 자주 깜박인다거나, 대답을 늦게 하면 거짓말이라는 식의 거짓말 판별법을 주장하는 이가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단정은 매우 위험하다. 문화에 따라, 혹은 사람에 따라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행동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실험에 참가한 대구 출신의 20대 여성 김은미(가명) 씨는 거짓말을 할 때 입 주변 근육이 비대칭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소리에서도 거짓말 신호를 찾을 수 있었다. 거짓말을 할 때면 말이 끝날 때 목소리 톤이 낮아졌다. 역시 실험 참가자인 부산에 사는 20대 남성 김진구(가명) 씨는 과장하는 경향이 있었다. 거짓말할 때는 목소리가 커지고 톤이 높아졌으며, 순간적으로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경기도에 사는 30대 남성 이민기(가명) 씨에게선 눈 맞춤 회피, 거짓 웃음, 눈을 자주 깜박이는 행동 등이 관찰됐다.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김민희(가명) 씨의 특징은 미세표정이었다. 미세표정이란 0.2초 안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표정을 말한다. 워낙 나타나는 시간이 짧아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이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포커페이스는 있어도 포커 몸짓은 없다”

    소설 ‘셜록 홈스’의 주인공 홈스는 사람들의 몸짓과 말투 등을 통해 참과 거짓을 알아내는 데 비상한 능력을 가진 탐정이다. 영국 BBC가 21세기를 배경으로 제작한 드라마 ‘셜록’의 두 주인공 홈스(왼쪽)와 왓슨.

    오셀로의 실수

    이 때문에 거짓말을 잘 알아채려면 사람의 얼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은 얼굴 표정을 통해 감정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세상 모든 사람의 얼굴에 나타나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기쁨, 슬픔, 분노, 놀람, 공포, 경멸, 역겨움 등 7가지를 꼽는다. 이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은 매우 다양하다. 얼굴은 43개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얼굴 표정의 권위자로 알려진 폴 에크먼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이 근육을 사용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표정은 1만 가지가 넘는다. 이 각각의 감정이 발생했을 때 어떤 표정으로 표현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거짓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타인의 거짓말을 판별하고자 할 때 또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오셀로의 실수’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에서 유래한 이 표현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라도 거짓말쟁이라는 오해를 받으면 거짓말쟁이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주인공 오셀로 장군은 아름다운 여인 데스데모나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시중에 떠도는 소문만 믿고 아내의 부정을 의심해 목 졸라 살해하고 만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데스데모나의 행동에서 거짓말의 흔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스데모나는 결백했고,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된 오셀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거짓말에 대해 알면 알수록 미궁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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