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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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완구’ 찾기 “멀다, 멀어”

보이지 않는 손 따로 있나…야당의 ‘절대불가 조건’도 고려해야

  •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입력2015-04-27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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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이완구’ 찾기 “멀다, 멀어”
    “국정 2인자 찾기가 이리 힘들어서야….”

    최근 여권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들린다. 박근혜 정부의 ‘총리 잔혹사’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커지면서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해 현 정권에서 벌써 5명의 총리 또는 총리 후보자가 비정상적으로 물러났다. 이렇다 보니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은근히 들뜨거나, 하마평에 이름이라도 올리고 싶어 ‘자가 발전형’ 작업을 하던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오죽하면 언론에 후보로 거론된 일부 정치인은 ‘총선 불출마를 결심했다’는 소문이 지역구에 날까 봐 전전긍긍한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청와대는 인물 검증 작업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4월 27일 전까지 후보군이 압축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명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보이지 않는 손은 ‘청와대와 여의도 밖에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바로 민심이다. 정국 주도권을 좌우할 4·29 재·보궐선거(재보선) 결과에 따라 ‘이상적 차기 총리상’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권 괴롭히는 ‘청문회 트라우마’

    일단 여권에서 자주 언급되는 총리 인선 기준은 ‘도덕성’이다. 그냥 도덕성도 아닌 ‘높은 도덕성’이다. 박 대통령이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을 강조하는 만큼 총리가 그 부분에서는 흠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재보선에서 여당이 질 경우, 도덕성 논란이 일 가능성이 털끝만큼이라도 있는 후보는 모두 ‘리스트’에서 지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도덕성까지 가지 않더라도 재산이 너무 많은 후보, 본인과 자녀가 병역을 마치지 않은 후보도 그 배경과 상관없이 탈락될 것이란 의견이 있다. ‘성완종 리스트’가 정경유착, 금권을 활용한 특혜 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몇 차례의 ‘총리(후보자) 낙마’를 통해 민심의 도덕성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진 것으로 드러났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싸늘한 반응이 대표적 사례다.

    당초 여권은 안대희란 인물에 큰 기대를 걸었다. 검사 시절 수사를 함께 했던 측근에게까지 관심이 쏠릴 정도로 낙관적 분위기였다. 그가 자녀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래방에 가면 싸이의 ‘챔피언’을 부른다는 일화, 인간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을 수사할 때면 괴로워하면서도 원칙을 지켰다는 에피소드가 널리 알려졌다.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장 시절 당내 기득권의 반발에 부딪쳤지만 ‘개혁’을 끝까지 주장했다는 미담도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법조계에서 일부 용인되는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고 민심의 차가운 반응에 낙마했다. 청문회 문턱까지 가지도 못했다. 여기에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강연 논란, 이완구 총리의 ‘대정부질문에서 거짓 해명 의혹’ 등으로 여당 인사들은 지친 분위기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국무총리 인사청문위원 하랄까 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에 ‘청문회 트라우마’에서 일단 벗어나기 위해 국회 검증을 거친 인물을 선발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국회의원 출신으로 청문회를 통과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총리 등이 ‘무난한 카드’로 거론되는 이유다. 물론 두 사람은 ‘친박근혜계’ 핵심에 당 지도부를 거쳤고, 각각 ‘경제통’과 ‘합리적 보수’란 특징을 갖고 있다. 여기에 ‘외유내강’으로 평가받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 문제가 걸린다는 지적도 있다. 또 장관 출신을 총리로 발탁하면 그 빈자리를 또 채워야 하는 부담이 있어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도층 흡수 카드도 거론

    재보선에서 여당의 신승을 점치는 일부 인사는 전혀 다른 총리 인선을 기대하고 있다. 중도층을 다시 잡기 위해 ‘까칠한 인사’를 재기용하자는 것.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김종인 박사 같은 인물을 다시 ‘모셔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시절 전격 영입했지만, 대선 후 관계가 소원해진 인물 중에서 총리 후보자를 다시 찾자는 의미다.

    또 과거에 총리 자리를 제의받았지만 고사했던 인물들을 다시 살펴보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사면초가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면 어지간한 인물로는 쉽지 않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또 최근 당내 소장파 세력이 뭉치면서 당장 여당 내부의 반발이 적을 인물을 골라야 한다는 부담도 이런 주장과 연관돼 있다.

    더불어 야당의 ‘절대불가론’도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극렬한 반대에서 드러났듯, 야당 일부 의원이 목숨 걸고 반대하는 총리 인사는 오히려 정국에 부담이 된다. 박 후보자의 경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담당 경력’이 논란이 됐고, 이는 여야가 주요 일정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한때 야당 일각에서는 박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불협화음이 국회의 절차적 민주주의 문제, 대법관 공백 사태 등으로 이어질까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상징성이 매우 크고, 최근 현직 판사들까지 잇따라 박 후보자를 실명으로 비판하면서 ‘절대불가론’ 목소리가 더 커졌다는 후문이다. 즉 청와대가 야당의 아픈 상처와 연관된 총리 후보자를 내세울 경우 정국은 더 얼어붙을 수 있다.

    이에 여권에서는 ‘서열 2위 총리’에 앉힐 인물을 고르는 데 골치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 총리가 빠른 시일 안에 임명돼도 총리대행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4월 27일 중남미 순방에서 귀국해 차기 총리 후보자 인선에 속도를 낸다 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거치려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 앞서 이완구 총리의 경우 1월 23일 지명돼 2월 16일 취임하기까지 25일이 걸렸다. 이로 인해 새 총리가 임명돼도 5월 말이나 취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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