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1

2015.03.30

디즈니판 실사로 만나는 재투성이 공주님

케네스 브래나 감독의 ‘신데렐라’

  • 강유정 영화평론가 · 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5-03-30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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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판 실사로 만나는 재투성이 공주님
    ‘신데렐라’는 세상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다. 오죽하면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용어까지 생겼을까. 최근에는 남자 잘 만나 팔자 바꾼 여자를 지칭하는, 정치적 올바름과는 거리가 먼 이름으로도 널리 쓰인다. 신데렐라가 여성에 대한 호평이라기보다 혹평에 가까운 용어가 된 셈이다.

    하지만 그 신데렐라를 디즈니가 다룬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디즈니의 신데렐라, 그것은 우리가 동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익히 봐온 바로 그 신데렐라이니 말이다. 2015년 관객을 찾아온 영화 ‘신데렐라’ 역시 고전 애니메이션의 실사판이라는 데 방점이 찍힌다.

    주목해서 볼 부분 가운데 하나는 감독이 케네스 브래나라는 사실이다. 그는 이미 여러 편의 영국 문학작품을 영화로 각색한 바 있다. 복병은 이번엔 원전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우리가 그림을 통해 쌓아온 환상을 배우들이 얼마나 충족해줄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서 2차원(2D) 평면 속에 그려진 신데렐라 외모는 비현실적인 순수와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그 어떤 배우라도 그림 속 신데렐라의 청순한 아름다움을 재현하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영화계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배우 릴리 제임스를 주연으로 기용한 건 꽤 현명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말 그대로 ‘신데렐라처럼’ 관객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데렐라 영화화가 준 가장 큰 선물은 마법의 현실화다. 영화 속에서 요정 대모가 등장해 도마뱀을 시종으로, 호박을 마차로, 생쥐를 말로 바꾸는 순간은 마법이 정말 눈앞에서 실현되는 듯한 환상적 사실감을 선사한다. 지름 2m가 넘는 신데렐라의 드레스 역시 같은 감탄을 자아낸다. 신데렐라의 미모보다 드레스의 아름다움이 더 압도적인 수준이다.



    디즈니판 실사로 만나는 재투성이 공주님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계모 캐릭터의 입체화다. 동화 속에서 계모는 애초부터 악한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는 그가 악해질 수밖에 없었던 여러 이유를 제시한다. 남편을 잃고 빚더미에 앉았으며, 새 남편과 결혼했는데 신데렐라가 두 사람 사이에서 불편한 장애물이 된다는 것 등이다.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계모 역을 맡아 존재감만으로도 이미 입체적인 인물을 완성해낸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 동화는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는 게 가장 적합해 보인다. 실사로 바뀌는 순간, 거위가 변신한 마부나 도마뱀 시종은 ‘어른-남자’의 어색함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현실적 환상이 주는 매끈한 세계가 현실과 맞닿는 순간, 경계 지점들이 변색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데렐라’ 실사 영화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 열기’가 더욱 눈길을 끈다. 디즈니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특별편을 만들어 영화 ‘신데렐라’ 앞에 배치했다. 이 짧은 작품에서 엘사와 안나의 비현실적인 눈(眼) 크기는 세상 그 무엇과도 섞이지 않는 순전한 환상성을 간직하고 있다. 눈(雪)으로 만든 울라프나 재채기로 만들어진 작은 눈사람도 비사실적이기 때문에 더 사랑스럽고 귀엽다. 동심의 세계를 어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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