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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TK 목장의 결투, 최경환 VS 유승민

경쟁자 된 ‘원조 친박’ 동지…대구 · 경북에선 ‘누가 잠룡?’ 저울질

  •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TK 목장의 결투, 최경환 VS 유승민

TK 목장의 결투, 최경환 VS 유승민
여기 대통령을 만든 두 남자가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다. ‘원조 친박’(친박근혜)으로 불리는 이들은 몇 년 전만 해도 같은 꿈을 꿨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 것, 그것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도록 만들자는 것이었다.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했다면 이들에겐 TK(대구 · 경북)에서의 맹세가 있었다. 마침내 2012년 이들은 그 꿈을 달성했다.

닮은 듯 다른 경북 최경환, 대구 유승민

하지만 2015년 이들의 관계는 전혀 달라졌다. 동지와 경쟁자 사이에 선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을 주도하며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이끌고 있다. 여전히 청와대와 호흡을 맞추는 친박 주류다. 반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탈박’으로 분류된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친박’ 이주영 의원과 경쟁해 이런 명칭이 더 굳어졌다. 원내대표 당선 후 그가 보인 모습도 친박으로만 보기 어렵다. 경제 분야를 놓고 최 부총리와 자존심 경쟁도 벌이고 있다. 최 부총리가 강조하는 경기부양책에 대해 뼈 있는 발언으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묘해진 이유는 ‘TK 목장에서의 결투 가능성’ 때문이다. 대구 한 정치인은 “박 대통령 이후 대구 · 경북의 맹주라 부를 인물이 딱히 없는 상황에서 지역 출신의 두 중견 정치인을 놓고 비교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미 민심의 저울대에 올랐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닮은 듯 다르다. 먼저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새누리당 대주주격인 대구 · 경북 출신이며 3선이다. 너무 젊지도 늙지도 않았다. 최 부총리는 1955년생으로 경북 경산, 유 원내대표는 1958년생으로 대구 출신이다.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의 극복 과제이긴 해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일단 두 사람 모두 든든한 배경을 가진 셈이다. 대구 · 경북 주민들이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에 대비해 누군가를 키워야 하는데’라고 생각할 즈음 딱 눈에 들어올 만한 요소를 갖췄다.



둘째, 두 사람은 새누리당의 부정적 이미지였던 ‘보수 꼴통’과는 다른 면모를 지녔다. 최 부총리는 대구고-연세대 경제학과, 유 원내대표는 경북고-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모두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유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내에서도 ‘스마트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셋째, 박 대통령 옆에서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최 부총리는 2012년 대선후보 비서실장, 유 원내대표는 앞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대통령을 만들어냈다고 자부하는 지역정서를 고려할 때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경력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일한 점도 유사하다.

반면 차이점도 뚜렷하다. ‘원조 친박’과 ‘탈박’이란 별명에서 드러나듯 최 부총리는 2012년 대선 이후에도 박 대통령 측근으로, 유 원내대표는 그 밖의 인물로 분류됐다. 유 원내대표는 현 정부 초기 ‘비주류’로 불렸다. 사실 올해 초까지도 최 부총리는 주류, 유 원내대표는 비주류로 보는 시선이 강했다. 그러나 권력 추는 움직이기 마련. 연말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새해 들어 더 추락한 시점에 유 원내대표가 2월 당내 경선에서 당선한 것이다. 그는 ‘당청 관계의 변화’를 상징하며 정가의 뉴스메이커로 부상했고, 이어 청와대와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같은 경제학 박사 출신이지만, 여기서부터 최경환-유승민의 철학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컨대 ‘증세 없는 복지’ ‘법인세 인상 불가론’에 대해 최 부총리는 박 대통령과 비슷한 주장을 펼치지만 유 원내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다”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관건은 독자적 리더십

금리인상을 놓고도 유 원내대표는 부작용 가능성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도 대립각을 세웠다. 3월 13일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그는 “정부는 가계부채가 급증하지 않도록 묘안을 짜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가 전날 금리인하에 대해 “시의적절하고 잘된 일”이라며 환영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무성-유승민 투톱의 경쟁이 시작됐다”고 해석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최경환-유승민의 결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화려한 경력의 정치인이 누군가와 비교되는 건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차기 대선주자로서 주목받으며 견줘진다면 얘기가 다르다. 중견 정치인이 대선주자로 가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센 사람끼리의 경쟁을 통한 성장’이다. 이 과정에 끼지 못하는 정치인은 아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TK 목장에서 두 남자가 벌이는 결투가 본인들에게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두 사람은 같은 당 소속이다. 진흙탕 싸움이 아닌 명승부가 된다면 그 자체가 잠룡(潛龍)으로 성장할 기회다.

그러나 기대만큼 과제도 무겁다. 대구 지역 한 정치 전문가는 “두 사람이 잠룡이 되려면 당내 지지기반과 대중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치인 중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지켜온 인물은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다. 두 정치인도 당내 기반이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김 대표는 ‘대표’로서 위상이 있는 만큼 대중을 향한 활동 폭이 넓다. 당직 인사를 비롯해 쓸 수 있는 카드도 많다. 무엇보다 4월 재 · 보궐선거 전면전에 서면서 보폭을 수도권으로 넓힐 수 있고, 이긴다면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를 맞는다.

김문수 전 지사도 이미 대선에 출마한 경력이 있다. 이 과정에서 ‘김문수 사단’이라 부르는 원내외 정치인 그룹을 갖추고 있다. 경기도에서 치열한 선거를 이미 치러봤으므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대구 · 경북 지역 출신 의원들에 비해 전투력이 강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대구 지역 한 중견 정치인은 “독자적 리더십을 증명하는 사람에게 민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지역기반과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덕을 톡톡히 봤으나, 싫든 좋든 대선주자가 되려면 본인만의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세력과 대중성에 리더십까지 결합돼야만 파괴력 있는 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강력한 리더십’에 열광했던 대구 · 경북 정서에 비춰보면 두 사람의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기존 리더십을 따라 하면 시대 흐름과 뒤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이래저래 두 사람에게 지역기반이나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중요한 배경인 동시에 넘어야 할 큰 산인 셈이다.



주간동아 2015.03.30 981호 (p14~15)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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