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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웬만하면 찬성! 前 포스코 사외이사 ‘철수 생각’

찬성률 93% … 안건이 완벽했거나, 거수기 노릇했거나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웬만하면 찬성! 前 포스코 사외이사 ‘철수 생각’

웬만하면 찬성! 前 포스코 사외이사 ‘철수 생각’
검찰이 포스코건설의 해외 비자금 조성 혐의 등 포스코 관련 비리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한 뒤,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안 의원은 2005년 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냈다. 특히 2010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안 의원은 최연소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다. 최근 부실기업 고가(高價) 인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성진지오텍에 대한 포스코 이사회의 인수 결의 당시 이사회 의장이 바로 안 의원이었다. 이 때문에 이사회 의장이자 사외이사였던 안 의원이 ‘거수기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3월 25일 기자들을 만나 “(포스코) 사건의 본질은 새누리당 권력 실세의 비리 의혹”이라며 자신에게 쏠리는 책임론을 반박했다. 안 의원은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어떤 활동을 했을까. ‘주간동아’는 안 의원이 포스코 이사회 주요 표결에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분석했다.

안 의원이 포스코 사외이사에 선임된 것은 2005년 2월 25일 포스코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서다. 이후 2008년 주총에서 연임, 2011년 2월까지 총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안 의원은 2005년과 2006년 한 차례, 2008년 두 차례 이사회에 불참했을 뿐 2007년과 2009~2011년에는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꼬박꼬박 성실히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美 유학 기간 사외이사로 활동



그런데 안 의원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포스코 사외이사 첫 3년 임기 동안 미국 유학 중이었다. 안 의원은 2005년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안랩 이사회 의장을 맡고,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대학원을 다녔다. 즉 미국 유학 중 태평양을 오가며 포스코 사외이사로 성실히 활동한 셈이다. 재계 한 인사는 “해외 유학 중이던 안 의원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사측에서 항공권 등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안 의원은 총 236건의 안건에 찬반 의견을 표했다. 이 가운데 3건에는 ‘반대’, 5건에는 ‘수정찬성’, 219건에는 ‘찬성’을 했다. 찬성률이 93%에 이른다. 이사회 불참으로 안건에 찬반 의사를 표시하지 못한 안건은 총 9건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5년 포스코 이사회는 총 7차례 열렸는데 안 의원은 2월 25일 열린 3회 이사회부터 참석했다. 7월 12일 제5회 이사회를 제외하고 안 의원은 4차례 이사회에 참석했다. 그는 2005년 안건 24건에 대해 의견을 냈고, ‘포스텍 국제관/기숙사 건립을 위한 시설비 출연 계획’에 대해서만 반대 의사를 표했다. 나머지 안건에는 모두 찬성했다. 특히 4월 28일 열린 제4회 이사회에서는 임원들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에 대한 안건이 처리됐다. 여기에는 사외이사로 선임된 안 의원 자신에게도 20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스톡옵션은 2007년 4월 29일부터 2012년 4월 28일 사이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 행사가격은 19만4900원이었다. 포스코 주가가 2005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덕에 안 의원은 스톡옵션 행사로 4억 원 가까이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안 의원이 6년간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받은 총급여 3억6000여만 원과 맞먹는 액수다.

2006년에도 안 의원은 1월 12일 열린 이사회를 제외하고 나머지 이사회에 모두 출석해 안건 34건 가운데 1건에 대해서만 반대 의견을 표했고, 나머지는 모두 찬성했다. 안 의원이 반대 의견을 표한 안건은 스톡옵션을 폐지하고 도입하려던 ‘임원 장기 인센티브제도 도입 방안’이었다.

2007년 안 의원은 7차례 열린 이사회에 모두 개근해 안건 41건 가운데 2건의 수정찬성을 제외하고 39건에 대해 모두 찬성했다. 수정찬성한 안건은 2006년 이사회 때 ‘반대’했던 ‘임원 장기 인센티브제도 도입 방안’과 ‘2007 회계연도 중간배당 실시’ 안건이었다.

2008년에는 1월 10일 열린 제1회 이사회와 10월 14일 열린 제8회 이사회에 불참했고, 나머지 7번의 이사회에 참석했다. 총 42건의 안건 가운데 불참으로 표결에 참석하지 못한 3건을 제외하고 1건은 반대, 2건은 수정찬성, 나머지 36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표했다. 2008년 이사회 때 안 의원이 반대한 안건은 ‘이사회 운영 개선(안)’이었다. ‘포스코청암재단 출연계획’과 ‘SKT 예탁증권을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 안건’에 대해서는 수정찬성 의견을 냈다.

다른 사외이사와 찬반 싱크로율 100%

웬만하면 찬성! 前 포스코 사외이사 ‘철수 생각’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오른쪽)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3월 25일 서울 여의도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제 성장을 위한 복지투자’ 좌담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2009년에는 7번의 이사회에 모두 참석해 안건 44건 가운데 ‘대한금속재료학회 발전기금 출연’ 안건에 대해서만 수정찬성했다. 나머지 43건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했다.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한 2010년에는 안 의원이 모든 이사회에 참석해 안건 38건에 대해 찬성의견을 표했다. 이때 성진지오텍 지분 인수와 철광석 광산 지분 인수자금 조달 등의 안건이 포함돼 있다. 2011년에도 2월까지 2번의 이사회에 참석해 안건 7건에 모두 찬성한 뒤 사외이사에서 퇴임했다.

안 의원이 이사회 안건에 대해 찬반 입장을 밝힌 내용은 다른 사외이사들과 싱크로율이 100%에 이른다. 다만 참석과 불참에 따라 싱크로율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다른 사외이사가 반대하는 안건에 안 의원은 함께 반대했고, 수정찬성한 안건에 함께 수정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외이사들과 인식 측면에서 차별점이 전혀 없었던 것.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안 의원이 내세운 새 정치 구호가 지난해 7 · 30 재 · 보궐선거 실패로 빛이 발한 뒤, 최근 안 의원이 경제 중심 행보를 통해 ‘새 경제’ 기치를 들고 나왔는데,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거수기 이상의 구실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제 행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인사는 “안철수 의원이 거수기 노릇 이상을 하지 못한 것은 본질적으로 개인 문제라기보다 사외이사제도 자체가 갖는 한계일 수 있다”며 안 의원을 옹호했다. 그러나 유력 정치인 안 의원에게 이번 포스코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안 의원에게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는 이들은 ‘사외이사를 하더라도 안철수는 남들과 다르게 했을 것’이란 기대와 인식이 부지불식간 자리 잡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번 거수기 논란을 거치면서 ‘안철수도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대표 당선 이후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유력 차기주자로 발돋움하는 사이, 안 의원의 지지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경제 행보’로 반전 기회를 잡으려던 안 의원의 재기 구상에 포스코 사외이사 경력이 발목을 잡은 모습이다. 2015년 4월은 안 의원에게 ‘춘래불사춘’이자 잔인한 4월이 될 듯싶다.



주간동아 2015.03.30 981호 (p12~13)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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