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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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신선식품 반값 할인의 진실

고객 신뢰 회복 위한 무리수?…실상 들여다보니 그 나물에 그 밥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03-30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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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신선식품 반값 할인의 진실

    3월 10일 ‘500개 주요 신선식품 연중 상시 할인’ 정책을 내걸고 행사에 들어간 대형마트업계 2위 홈플러스.

    대형마트업계 2위 홈플러스가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3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주요 500개 신선식품을 연중 상시 기존 가격보다 10~30% 할인 판매해 고객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침은 홈플러스가 고객 개인정보를 팔아넘기고, 행사 경품을 직원들이 횡령한 데다, 모바일상품권은 해킹당해 무용지물이 되는 등 각종 구설에 오른 끝에 내놓은 묘책이다.

    가격 할인 시 소비자가 가장 우려하는 ‘품질 저하’ 문제에 대해서도 도 사장은 “식품업계에서 근무했던 중·장년층 인력 500명을 ‘신선지킴이’로 채용해 매장 내 신선식품의 신선도와 유통기간 등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할인행사에 따른 비용 부담은 “종전에는 보통 대형마트와 납품업체가 절반씩 부담했지만 이번에는 홈플러스가 1000억 원을 100% 자비로 부담하겠다”고 공언했다.

    ‘반값’에 사려면 특정 신용카드 이용해야

    2013 회계연도(2013년 3월~2014년 2월) 기준 당기순이익 4842억 원 가운데 4분의 1가량을 가격 인하 정책에 쓰겠다는 것. 홈플러스 측은 “창립 16주년에 맞춰 농가 직거래 활로를 마련하는 등 오랜 기간 준비한 부분이기 때문에 품질 저하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홈플러스 신선식품의 가격과 품질을 확인하려고 3월 24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을 찾았다. 고당도 오렌지의 경우 특대 크기 개당 1500원, 대 크기 개당 1000원, 스위트마운틴 바나나는 1.6kg 내외 한 송이가 3300원, 스위티오 바나나 1.3kg 내외 한 송이가 3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한라봉 특대 크기 개당 1500원, 수입산 적포도와 청포도는 100g당 840원, 국내산 웰빙 삼겹살은 100g당 2800원에 진열돼 있었다.



    그런데 행사 폭이 큰 이른바 최대 ‘반값 상품’에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신한, 국민, 삼성, 현대카드 가운데 한 가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에만 할인받을 수 있는 것. 4대 카드를 이용하면 오렌지의 경우 종전 할인가격의 반값인 개당 특대 크기 750원과 대 크기 500원이다. 국내산 웰빙 삼겹살은 30% 할인된 100g당 1960원이다. 적포도와 청포도는 20% 할인된 100g당 672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가격 표시 안내판에는 최종 할인금액만 큰 글씨로 적혀 있고, 4대 카드는 매우 작은 글씨로 표기돼 자세히 봐야 인지할 수 있었다.

    이는 당초 홈플러스에서 언급한 ‘할인행사에 따른 비용 100% 자비 부담’과는 다른 얘기였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오렌지를 고르고 있던 30대 주부 박모 씨는 “아파트 단지에서 4대 카드를 이용해야 반값 구매가 가능하다는 광고를 보고 왔기 때문에 현혹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홈플러스가 무조건 사과하고 보상하겠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런 취지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일침을 날렸다.

    강정호 홈플러스 PR팀 과장은 이에 대해 “해당 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기존 가격의 10% 할인된 값에 구매할 수 있다. 신용카드 프로모션은 종종 하는데 일반 국민이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대중적인 카드와 제휴해 행사를 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프로모션은 3월 19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당초 홈플러스가 1000억 원을 100% 자비로 부담하겠다는 내용에는 어떤 부분이 포함됐느냐고 묻자 강 과장은 “순수익 손실분과 함께 신선도가 떨어진 식품들에 대한 폐기 비용, 중·장년층 ‘신선지킴이’ 500명 채용에 따른 인건비와 신선식품 매장 리뉴얼 사업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합해 1000억 원가량이 들어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신선식품 반값 할인의 진실
    품목에 따라 경쟁사가 더 싸기도

    이번에 발표된 연중 상시 할인 500개 주요 신선식품의 항목과 가격 책정에 대한 명확한 리스트를 요구하자 강 과장은 ‘대외비’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500개 항목이 회사 내부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언론에 공개할 경우 타사의 대응이 예상되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 또한 일부 계절상품의 경우 철에 따라 변경되기 때문에 고정적이지 않다. 가격은 기존가에서 10~30% 할인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홈플러스가 할인을 주장하는 ‘기존가’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강 과장은 “일반적인 시장가격이다. 대형마트업체는 대부분 타사 가격을 확인하고, 골목상권의 가격과 농산물 직거래장터인 농협유통 하나로클럽마트(하나로마트)의 가격도 확인한다. 신선식품 가격은 공산품처럼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매일 바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종합한 데이터를 가지고 적정 수준의 시장가격을 책정하는데 이를 ‘기존가’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신선식품 가격이 타사에 비해 어느 정도 저렴한지 조사해봤다. 홈플러스를 방문했던 당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는 미국산 오렌지 특대 크기 10개 묶음이 7200원, 필리핀산 돌(Dole) 스위티오 바나나 한 송이가 5400원, 필리핀산 돌 바나나 한 송이가 4480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바나나의 경우 두 송이 이상 구매 시 20% 할인이 진행됐다. 국내산 삼겹살은 100g당 2730원, 청·적포도 1.36kg은 998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홈플러스에서 특대 크기 오렌지가 4대 신용카드 결제 시 개당 750원인 것과 비교하면 이마트가 개당 가격은 30원 저렴했다. 바나나의 경우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홈플러스의 바나나가 최대 2100원 저렴했다.

    같은 날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미국산 오렌지가 10~12개 묶음 한 봉지 7900원, 고당도 오렌지는 개당 1200원, 필리핀산 바나나는 1.2kg당 3500원, 돌 스위티오 바나나는 1.2kg당 4900원, 국내산 삼겹살은 100g당 168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오렌지의 경우 롯데마트는 개당 가격이 정확지 않고 홈플러스는 당도에 따른 가격 차등이 없어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바나나는 같은 상품인데도 홈플러스가 1000원 정도 저렴했다. 반면 삼겹살은 롯데마트가 홈플러스의 4대 신용카드 사용 같은 조건부 없이도 280원 저렴했다.

    대형마트 3사 외에 농산물을 산지에서 직접 가져와 판매하는 하나로마트의 가격도 비교해봤다. 같은 날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는 오렌지가 1.5kg 6~9개 한 상자에 9200원, 한라봉 2kg 10개 한 상자에 1만2000원, 국내산 삼겹살 100g당 158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바나나는 물량이 모두 소진돼 없었는데 직원은 “금요일마다 100g당 1050원 내외로, 일반 마트에 비해 비싸게 들어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로마트는 수입산 물품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현지 조합에서 바로 들여오는 식품인 한라봉, 삼겹살의 경우 홈플러스보다 각각 개당 300원, 100g당 380원 더 저렴했다.

    홈플러스는 당초 500개 주요 신선식품 연중 상시 할인 정책을 펼치며 소비자가 타사보다 비싸게 신선식품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달랐다. 품목에 따라 타사에 비해 비싼 경우도 있었던 것. 만약 소비자가 같은 품목의 신선식품을 각 대형마트 매장에서 동일하게 구매한다면 차액은 모두 상쇄될 가능성이 높았다. 즉 홈플러스의 가격 경쟁력이 당초 광고했던 것에 비해 높지 않다는 뜻이다. 타사보다 비싼 신선식품도 있다는 점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이번 행사는 신선식품 500개에 한해 저렴하게 팔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500개 항목에 들어가지 않는 일부 상품의 경우 이마트나 롯데마트보다 가격이 비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00개 항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홈플러스 신선식품 반값 할인의 진실

    대형마트업계 1위 이마트(왼쪽)와 3위 롯데마트는 홈플러스의 이번 할인 정책에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가격 대응 나서지 않겠다는 경쟁사들

    대형마트업계 1위 이마트는 홈플러스의 이번 할인행사와 관련해 공식 대응책은 없다고 밝혔다. 이경한 이마트 홍보실 과장은 “대형마트 간 가격 경쟁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던 부분이다. 홈플러스뿐 아니라 롯데마트와 하나로마트의 가격 추이도 계속 조사하고 있고 필요한 경우 가격 대응을 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과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홈플러스와 가격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신선식품의 품질이 저하되는 것을 경계하겠다는 설명이다. 최하나 롯데마트 홍보팀 과장은 “신선식품은 가격만 봐서는 안 된다. 산지도 다르고 크기와 등급도 모두 다르다.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가격만 언급하다 보면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롯데마트는 4월 1일 창립 17주년을 맞아 품질 차별화와 선도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과일 당도를 기존보다 높이고, 상품 진열 기간을 줄이며, 생산자 실명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에 대해서는 “농가와 사전 기획을 함께 하면서 가격을 낮출 것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하나로마트는 대형마트 간 가격 경쟁보다 농민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원일 농협유통 홍보실 실장은 “하나로마트는 서울의 경우 신선식품을 산지에서 안성물류센터로 집결시킨 뒤 각 매장으로 바로 보내는 3단계 구조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중간 유통비가 거의 없어 가격 경쟁력이 타사보다 높다. 그러나 농산물은 시간대별, 품질별 등 여러 요인으로 가격 차이가 난다. 같은 동네에서 키운 농산물이라도 투자비, 인건비, 작황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여기에 타사 가격까지 고려하기란 역부족이다. 일반 대형마트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산지 직송으로 물량 공급에 나설 경우 우리보다 비쌀 수도 있다”며 품질이 먼저라는 뜻을 밝혔다.

    홈플러스의 할인 정책으로 촉발한 대형마트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 처지에서 식료품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품질 저하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정 사무총장은 “신선식품이라는 것이 가격 변동성이 높은 품목인데 대형마트 간 지나친 경쟁으로 질이 떨어진다거나 마트업체의 손실을 농가에 떠넘긴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할까 봐 걱정된다. 품질도 신경 쓰겠다는 약속이 잘 지켜질지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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