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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反아랍 카드로 무리수 승리 이스라엘 네타냐후의 우울한 앞날

아랍계 달래기, 맹방 미국과 화해 등 산 넘어 산

  • 이설 동아일보 기자 snow@donga.com

反아랍 카드로 무리수 승리 이스라엘 네타냐후의 우울한 앞날

이번에도 강경보수와 안보 카드가 먹혔다. 3월 17일 총선에서 낙승한 베냐민 네타냐후(66) 이스라엘 총리 얘기다. 보수결집 승부수로 당장 총리 연임에선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경제난, 미국과의 관계 회복, 팔레스타인 독립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전 세계가 ‘킹 비비’(Bibi·네타냐후의 애칭)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우파가 위험에 처했다. 아랍인이 결집해 투표소로 몰려가고 있다”(3월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에서). 선거 막판 다급해진 네타냐후 총리는 갖가지 무리수를 쏟아냈다. ‘아랍인’ 운운하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가 하면 “팔레스타인 독립을 불허할 것”(3월 16일)이라며 기존 입장까지 뒤집었다. 야권연합인 시오니스트연합에 뒤진 막판 여론조사를 의식해 보수결집에 사활을 건 것이다.

결과적으론 성공했다. 3월 18일 개표 결과 집권 리쿠드당은 전체 120석 가운데 30석을 확보해 예상을 깨고 1당 자리를 지켰다. 리쿠드당과 경쟁을 벌여온 시오니스트연합은 24석을 차지해 2위에 그쳤다. 당초 여론조사에서는 리쿠드당(22석)과 시오니스트연합(26석)의 박빙이 예상됐다. 아랍계 4개 정당이 연합한 조인트리스트는 14석을, 중도 성향의 예시아티드는 11석을 확보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총선을 ‘비비’ 대 ‘라크 로 비비’(Rak lo Bibi · ‘비비만 아니라면 누구든’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라고 표현했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강경 매파로 견고한 지지기반을 자랑해온 그는 최근 민심에서 멀어졌다. 경제난과 끊이지 않는 외부 갈등에 지친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연일 안보 행보에만 집중한 탓이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꺼내 든 카드 역시 안보였다. 정치 위기 때마다 보수 성향의 이스라엘 민심에 호소하며 총리직을 지켜낸 노하우를 십분 발휘한 셈. 지리적으로 아랍 국가들에게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안보와 팔레스타인 평화 문제 등이 선거에서 매우 주요한 이슈다. 특히 보수결집에 큰 힘이 됐다.



그 가운데 백미는 3월 3일 감행한 미국 상 · 하원 합동연설. 백악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감행한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나쁜 협상’이라 몰아세우며 이스라엘 안보 문제를 부각했다. 보수파의 표를 끌어내기 위한 선거 유세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연설 이후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영국 BBC는 “총선을 앞두고 미 의회 연설을 강행해 ‘강한 이스라엘’의 면모를 부각한 게 큰 실책이었다. 이로 인해 경제난에 화가 난 국민과 완전히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그사이 라이벌 시오니스트연합은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민심을 파고들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한 이후 이스라엘의 주택가격은 55%가 뛰었고 국민의 41%가 빚에 허덕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6년간 두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국방비에 예산을 쏟아부은 탓이다. 시오니스트연합 당수 이츠하크 헤르조그는 안보에 치중한 예산을 주택 · 교육 · 의료 · 복지 등으로 돌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외교 분야에서도 미국과 관계 회복,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 진행 등 온건책을 내세웠다.

결국 ‘킹 비비’는 승리했지만 반(反)아랍을 내세운 선거는 상처를 남겼다. 승리를 위해 아랍인을 소외시킨 네타냐후 총리의 선거운동을 유권자들은 ‘게발트(공포) 캠페인’이라 불렀다. 현지 언론은 그의 선거운동을 ‘권좌에 머무르기 위한 무자비한 초토화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아랍계와 팔레스타인에 날을 세운 총리의 강경발언에 아랍계 유권자들은 발끈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협상 대표 사에브 에레카트는 “이스라엘을 가자지구 전쟁 범죄와 정착촌 건설 등의 문제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주민은 유대인 중심 국가에서 설움을 겪어왔다. 이 · 팔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매파들은 “팔레스타인으로 내쫓자”고 선동했고, 고용 등에서 번번이 차별을 받았다. 이번 조기 총선도 인종차별 논란이 있는 ‘유대국가 기본법’을 놓고 연립정권이 삐걱 거리면서 시행됐다.

反아랍 카드로 무리수 승리 이스라엘 네타냐후의 우울한 앞날

3월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방미 일정에 맞춰 반대집회에 나선 미국 뉴욕의 유대계 시민들.

내부 상처에 국제 사회와 갈등도

그 밖에도 난제는 많다. 이란 핵 협상 등을 놓고 오랜 맹방인 미국과 유럽 등 국제 사회와 최근 빚은 갈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는 심각하다. 선거 결과가 나온 3월 18일, 백악관이 축하 논평에 앞서 팔레스타인 정책과 아랍 유권자 발언 등을 작심하고 비판했을 정도. 이스라엘 정계에서는 미국과의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3월 3일 미 의회 연설을 놓고 ‘국가안보를 훼손한 행보’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재정적, 외교적 지원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 말을 인용해 “의회 연설은 정치적 생존을 위한 행보였다. 네타냐후 자신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동에는 암운이 감돌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08년 가자전쟁, 지난해 7월 가자교전 등 팔레스타인에 각을 세워왔다. 유세 과정에서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는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유럽 등 국제 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결국 ‘2국가안’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CNN은 ‘팔레스타인 독립을 저지하면 국제 사회의 반발을 사게 된다. 국제 사회 고립은 네타냐후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을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이스라엘은 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가지며 과반인 61석 이상을 차지해야 집권당이 된다. 리쿠드당은 과반이 되지 못했으므로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하지만, 우파와 좌파 모두 과반이 되지 못해 연정이 어떻게 구성될지조차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당장은 10석을 확보한 중도 성향의 쿨라누당이 보수 연정 성공의 키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네타냐후는 총선 전 쿨라누당 모셰 카흘론 당수에게 차기 재무부 장관을 제안했지만 카흘론 당수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연정이 성공하면 임기가 최대 13년까지 늘어나 네타냐후는 최장수 이스라엘 총리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주간동아 2015.03.23 980호 (p54~55)

이설 동아일보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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