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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외인구단 국군체육부대

세계군인체육대회 10월 경북 문경에서 개최…전쟁 방불케 할 남북대결 앞두고 초비상

  •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공포의 외인구단 국군체육부대

공포의 외인구단 국군체육부대

국군체육부대 마크(왼쪽).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컵’ 준결승 이라크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본부석 앞으로 달려와 거수경례를 하는 이정협.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의 최고 신성(新星)은 박주영을 밀어내고 대표팀에 들어와 두 골을 넣은 이정협(24)이다. 상무 소속이기에 ‘군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골을 넣을 때마다 거수경례를 해 주목을 끌었다. 준결승에서 그는 자신의 대회 두 번째 골이자 준결승 첫 골을 넣은 뒤 하프라인으로 되돌아와 본부석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상대 골문과는 너무 먼 곳에서 한 세리머니라 그 장면은 TV에 나오지 않았지만 나중에 이정협은 “본부석에 부대장이 있다 생각하고 경례를 했다”고 해명했다.

입대자들로 구성된 상무프로축구단이 경북 상주를 홈으로 한다는 것은 알아도, 이 축구단이 경북 문경에 있는 국군체육부대 소속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정협은 월봉 13만 원을 받은 이 부대 소속의 육군 상병이다. 그는 호주를 상대로 치른 예선 3차전에서 첫 골을 넣고 상대 골문 뒤쪽 관중석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는데, 그때는 뒷모습만 TV에 잡혔다. 그때 들어 올린 그의 오른손이 약간 구부정해 국군체육부대 관계자로부터 군기가 빠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때문인지 그는 자신의 대회 두 번째 골을 넣자 본부석 앞으로 달려가 제대로 경례했는데, 이번엔 TV 카메라가 이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부대장이 본부석에 있다 생각하고 경례했다”고 말한 덕에 “잘했다. 잘했어. 그래야 군인이지”라는 칭찬을 받았다.

국가대표급 대원들로 육·해·공 망라

이정협 덕에 슬쩍 모습을 드러낸 국군체육부대가 ‘희한한 외인구단’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아시안컵보다 더 치열한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부대는 국방부 직속이라 육·해·공군을 망라해 구성돼 있다. 대부분 육군이지만 해·공군과 해병대 요원도 있다. 외인구단을 구성하는 첫째 조건이 서로 다른 출신인데, 이 부대는 그 요건에 딱 맞는다.

1984년 창설된 국군체육부대는 21개 종목으로 시작해 2014년 12월 현재 30개 종목별로 대원을 선발하고 있다. 외인부대라 해도 부대원과 전적(戰績)만큼은 전군에서 가장 화려하다. 국군체육부대는 들어오는 것 자체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해병대나 특전사의 입대 경쟁이 치열하다지만 국군체육부대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쉽게 말해 ‘국대급’(국가대표급) 실력이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민다. 국가대표 부대원의 경우 이정협 상병처럼 종종 ‘해외 파병’도 한다.



올해 국군체육부대가 ‘국대급’ 이벤트를 펼친다. 10월 2일부터 열흘간 부대가 있는 문경을 중심으로 경북 일대에서 제6회 세계군인체육대회(Military World Games)를 여는 것. 1948년 창설된 국제군인스포츠위원회는 1995 이탈리아 로마 대회를 시작으로 4년에 한 번씩 현역 군인들만 참가하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종목별 세계군인선수권대회만 열렸다.

이번 문경 대회는 아시아 국가에서는 최초로 열리는 것임에도 2018 평창겨울올림픽 등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뜻밖의 일로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1993년 이 위원회에 가입한 북한(한국은 1957년 가입)이 대회에 참가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금메달을 따면 절대 안 되는 이유

지난해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도 참가한 북한이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 없다. 그러나 각 종목에서 현역 군인들끼리 대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이 대회에서는 유도와 태권도 등 투기 5종목, 축구와 농구 등 단체 4종목, 근대5종과 사이클 등 개인 10종목, 육군 5종(수류탄 투척·장애물 등), 해군 5종(구명수영·수륙횡단 등), 공군 5종(탈출·사격 등) 같은 군사경기 5종목 등 24개 종목에서 시합이 펼쳐진다. 한국은 18개 종목에 461명 선수를 출전시킬 예정이다.

이 가운데 남북 간 전쟁이나 다름없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사격과 축구다. 사격은 군인들이 목을 걸고 하는 훈련인 만큼, 남북한 군인들의 능력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축구는 남북한이 모두 좋아한다. ‘군대스리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 군에서도 축구를 열심히 하는데, 만약 남북한 팀이 축구 시합을 벌인다면 이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다른 문제도 예상된다. 북한 군인이 금메달을 딸 경우, 국군이 운영하는 연병장에 북한 국기를 올리고 한국 군악대가 북한 국가를 연주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 군인 선수들과 응원단, 관중석의 군인들은 꼼짝 없이 북한 국기를 향해 예(禮)를 표해야 한다. 인민군을 적(敵)으로 삼아 훈련해온 국군이 우리 땅에서 적군 국기를 향해 예를 갖추고 적군 국가를 들어야 하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벌이지는 것이다. 아마 북한은 이 장면을 찍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데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군이 이것을 노리고 대회 참가를 선언했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사태를 막으려면 남북한이 맞붙는 시합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국군체육부대 지휘부는 대회를 무사히 마쳐야 한다는 것과 함께 북한과 붙는 시합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막중한 과업을 부여받게 됐다. 이처럼 정신 무장이 중요할 때이니 아시안컵에서 이정협 선수의 거수경례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올가을 ‘공포의 외인구단’이 또 하나의 신화를 쓸 수 있을까.

국군체육부대 부대장 고명현 육군 준장

마지막 전쟁 승리 위해 배수의 진 치고 싸운다


공포의 외인구단 국군체육부대
국군체육부대의 영어 표기에는 ‘군단’을 뜻하는 Corps가 붙지만, 부대장은 중장이 아닌 준장이다. 그런데 예사 준장이 아니다. 준장 가운데 최고참, 바꿔 말하면 계급정년을 앞둔 준장이 맡는다. 임관 기수로 보면 중장급 준장이다.

현 부대장인 고명현 육군 준장(육사 37기·사진)은 신화를 가진 장성이다. 그는 국군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8차로 장성이 됐다. 장성 진급은 3차가 마지막인데, 3배수에 육박하는 8번째 만에 별을 달았다. 그야말로 7전8기인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남재준 육군 총장의 수석부관을 했다. 그때까지는 잘나가는 대령이었지만 남 총장이 노 정부와 충돌하면서 험로를 만났다. ‘남재준 사람’으로 눈 밖에 나 번번이 진급에서 누락된 것. 이 족쇄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풀릴 줄 알았으나 당시 총장이 박근혜 측을 지지했기에 이번엔 박근혜 라인으로 분류됐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남재준 총장을 국정원장에 임명하자 드디어 그도 준장으로 진급해 국정원장 국방보좌관이 됐다. 그는 남 원장의 후임인 이병기 원장 시절에도 같은 직책을 수행하다 국군체육부대 부대장으로 옮겨왔다. 그사이 동기들은 이미 군단장을 마치고 다음 보직으로 옮겨가 대장 진급을 노리게 됐으니 그는 더는 진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군체육부대는 그와 비슷한 이력을 가진 장교들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외인구단을 이끌 그는 마지막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오늘도 칼을 갈고 있다.




주간동아 2015.02.16 976호 (p74~75)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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