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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달보드레한 대구탕 쌉쌀한 멍게비빔밥

거제의 겨울 맛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달보드레한 대구탕 쌉쌀한 멍게비빔밥

달보드레한 대구탕 쌉쌀한 멍게비빔밥

경남 거제 외항포에서 어부들이 대구를 선별하고 있다(왼쪽). 경남 거제 ‘양지바위횟집’의 대구탕.

대구는 명태와 더불어 한민족이 가장 즐겨 먹은 생선이었다. 일본인과 중국인은 대구나 명태 살코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대구는 경남 진해만이 주산지다. 진해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진해 용원항과 거제도 외포항은 예부터 대구 산지로 유명했다. 1980년대 한때 진해만을 가득 메웠던 대구가 거의 사라진 적이 있다. 어쩌다 잡히는 대구의 가격이 한 마리에 60만 원이 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명태처럼 대구도 영원히 한반도를 떠날 줄 알았다. 하지만 치어 방류 사업이 성공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외포항으로 대구가 돌아왔다.

겨울이 제철인 대구 덕에 요즘 거제 외포항은 활기가 넘친다. 작은 대구는 대구탕용으로 주로 팔리고 커다란 대구는 내장과 아가미를 떼어 해풍에 말린다. 소금에 절인 알을 넣은 약대구, 몸을 쫙 편 대구포용 대구, 몸통 그대로 말리는 대구들이 외포항을 차지하고 있다.

외포항 한쪽에 있는 ‘양지바위횟집’은 국물에 대구 수컷의 정소(이리)를 푼 대구탕으로 유명하다. 뽀얀 게 언뜻 보면 꼭 곰탕 같다. 국물이 진하면서도 개운하다. ‘부두횟집’은 ‘양지바위횟집’보다 맑은 대구탕을 낸다. 하얀 속살과 수컷의 이리는 달보드레하다. 소금으로만 간을 한 대구탕은 깊고 그윽하다. 소금이 조미료의 왕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자, 좋은 식재료에는 소금만 들어가는 게 최상의 요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순하고 맛있는 대구탕이다.

말린 대구를 콩나물, 채소 등과 함께 쪄 먹는 대구찜도 말린 생선 특유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쫀득한 껍질과 풍성한 살코기를 동시에 씹는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역시 대구는 탕으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살이 무르기 때문에 회로 먹기에는 부적합하다.

거제면에는 겨울이 제철인 굴구이를 파는 ‘원조거제굴구이’ 같은 식당이 몇 군데 몰려 있다. 거제 굴구이는 구우면서 동시에 찌는 방식이다. 굴 자체의 간이 짭짤해 그냥 먹어도 맛있다.



달보드레한 대구탕 쌉쌀한 멍게비빔밥

경남 거제포로수용소 앞 ‘백만석’의 멍게비빔밥.

거제포로수용소 앞에 있는 ‘백만석’은 멍게비빔밥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집이다. 이 집 멍게비빔밥 속 멍게는 생물이 아니다. 멍게를 직사각형 모양의 과자처럼 얼려 보관했다 꺼내 밥과 함께 비벼 낸다. 봄에 나는 멍게를 1년 내내 활용하고자 개발한 방법이다. 따스한 밥에 직사각형 멍게 스틱 세 개가 얹혀 나온다. 이것을 삭삭 비비면 녹으면서 밥과 한 몸이 된다. 멍게 특유의 쌉쌀하고 달달한 맛이 밥과 잘 어울린다. 적당한 쓴맛은 식욕을 자극한다.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이 집의 도다리 맑은 탕은 조연이지만 주연보다 맛있다. 마늘과 소금으로 간을 한 국은 개운하면서 달다. 쌉쌀한 멍게비빔밥과 한 몸처럼 궁합이 잘 맞는다.

거제는 아름다운 섬이지만 산업 기지가 많다. 옥포에는 대우조선해양 같은 조선소들이 들어서 있다. 거제의 근로소득은 전국 평균을 상회할 정도로 높다. 아침 6시면 옥포 거리마다 출근하는 사람들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옥포 ‘삼락식당’은 아귀찜과 수육으로 현지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식당이다.

생선은 대부분 가을이나 겨울이 제철이다. 아귀 역시 겨울이 제철이다. 마산식 마른 아귀가 아닌 생아귀는 살이 탱탱하고 단맛이 난다. 살의 탄력이 일반 생선과는 비교가 안 된다. 양념을 하지 않은 생아귀 수육도 좋고 일반 아귀찜처럼 매콤하게 무친 아귀찜도 좋다. 장승포는 ‘부일횟집’이 유명하다. 음식도 좋지만 ‘부일횟집’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방파제, 도시 풍광도 아름답다. 거제 바다에서 잡히는 자연산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거제 횟집에서는 빠지지 않는 물회도 있다. 푸짐한 물회와 자연산 회를 같이 먹는 문화는 거제 횟집들의 방식이다.



주간동아 2015.02.09 975호 (p74~74)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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