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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민심의 청와대 협박범 영웅 만들기

‘세금 폭탄’에 뿔났다고 이래서야…“애국자” “실행해라” 등 막말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성난 민심의 청와대 협박범 영웅 만들기

성난 민심의 청와대 협박범 영웅 만들기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사저 등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강모 씨가 1월 27일 오후 대한항공 KE90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늘(1월 25일) 정오까지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청와대를 폭파하겠습니다.”

프랑스에서 전화를 걸어 청와대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 강모(22) 씨가 1월 27일 오후 대한항공 KE90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검은색 후드 점퍼와 목도리 차림에 검은색 모자를 깊게 눌러 쓴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경찰 승합차를 타고 공항을 떠나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향했다.

강씨는 1월 17일 프랑스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Galileo3Galilei(갈릴레오3갈릴레이)’라는 아이디로 ‘(속보) 2015.01. 17(토) 14:00 박근혜 대통령 삼성동 자택 폭파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반 100여 명이 박 대통령의 자택으로 출동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에도 강씨는 ‘2015년 1월 25일 정오까지 의지를 보여주시지 않으면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 다음 정권까지 다 날리겠습니다. 즉, 청와대 폭파시키겠습니다’ 등의 글을 수차례 올렸다. 같은 날 오전 2시부터 2분 간격으로 청와대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강씨는 정의화 국회의장 전 보좌관인 강상욱 씨의 아들이다. 강씨는 부모 몰래 프랑스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은 정신과 병력이 있으며 군에 현역 입대했다가 우울증 등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군 복무를 마쳤다는 것. 이 사건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식 흐름 변화를 살펴봤다.

청와대 폭파 협박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1월 25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 댓글란을 살펴봤다. “어째 도와주고 싶네… 국회의사당과 더불어 없는 게 나은 건물일지도” “폭파하면 역사적으로 애국자 될 듯” “제발 협박만 하지 말고, 미국처럼 실행해서 뉴스에 나오기를” “못 도와줘서 미안하네 난 그런 용기가 없네 성공하길 바라네” “저런 기특한 일이” “이왕 폭파시키는 거 국회의사당도 같이 폭파시켜줘” “영웅은 늘 존재하는구나 역시” 등의 댓글이 달렸다.



협박범에 “도와주고 싶다”는 댓글까지

그다음 날에는 청와대 폭파 협박범이 정의화 국회의장 전 보좌관의 아들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기사 댓글은 “청와대 폭파라니!! 국회의원 보좌관 아들이라니!!” “아들도 정부가 하는 짓거리들이 하나도 맘에 안 들고 국회가 썩어빠졌다는 걸 아는 거지” “피아식별이 안 되네 크크크” “멋진 아들이다. 젊은 친구가 대의를 아네” “가까이에서 보고 듣는 게 얼마나 꼴불견이었으면. 그 마음 이해는 가는데…” “국회의장감이네. 허허” 등의 내용이었다.

청와대 폭파 협박범인 강씨가 귀국한다는 보도가 나온 건 1월 27일이다. 뉴스 댓글란에서 “이런 건 아주 철저하고 확실하게 바로 잡아내시는구나 껄껄껄” “유병언은 놓치고 프랑스에 있는 애는 빠르게 잡아오네” 같은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강씨를 열사로 칭하는 이들도 있었다. “열사님이 귀국하신다” “대한민국 열사 입국” “훈장을 추서토록 하라. 의인이로다” “국회의장 보좌관 아들이 얼마나 답답하면 외국에서 청와대에 협박했겠나. 대다수 국민 심정이다” “그대는 우리의 영웅이십니다” 같은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또 다른 기사에는 강씨의 치기 어린 행동을 비판하는 댓글도 많았다. “터키 국경으로 안 간 게 다행이다” “터키 김군, 프랑스 강씨. 요즘은 국제 가출이 유행이네” “너 때문에 네 부모가 골로 가는구나” “아버지 인생 테러범 2호네 1호는 정몽주니어” “어휴 아버지는 무슨 죄냐” 등의 댓글이 많은 추천을 받았다.

강씨의 구속 여부는 1월 29일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협박은 이유 불문 나쁜 행동이고, 그걸 실천하는 건 더더욱 최악의 길이다. 그러나 한바탕 세금 폭탄을 맞은 시점에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협박범에게 “용기 있다” “응원한다”며 갈채를 보내는 서민의 의중을 정부가 이제는 읽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주간동아 2015.02.02 974호 (p39~39)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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