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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위기의 로펌 03

“법률시장 완전 개방 우물 안 벗어날 기회”

인터뷰 | 신현윤 연세대 부총장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법률시장 완전 개방 우물 안 벗어날 기회”

“법률시장 완전 개방 우물 안 벗어날 기회”
모든 변화에는 충격이 뒤따른다. 법률시장도 변화 흐름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미 FTA에 따라 내년 7월부터 국내 법률시장이 사실상 완전 개방된다. 이후 국내에 진출한 외국 로펌은 우리나라 변호사를 자유로이 고용하고, 아무런 제한 없이 국내 소송 업무를 맡을 수 있게 된다. 법무부 상법개정위원회 위원장, 한국경쟁법학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을 역임한 신현윤(60·사진) 연세대 부총장에게 법률시장 전면 개방 이후 달라질 법조계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그는 “국내외 로펌과 변호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가 7억 달러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시장이 개방되기도 전부터 이 정도라면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되는 내년부터는 적자폭이 더 커질 게 불 보듯 빤합니다. 외국 로펌에 지불하는 법률서비스 비용도 비용이지만, 국내 기업과 기관의 경영전략이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사실 더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외국 로펌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면 김앤장이나 태평양 같은 대형 로펌도 초반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완전 개방, 경쟁력 키울 기회로 삼아야

그는 시장 변화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국내 로펌은 파산하거나 외국 대형 로펌의 하청 로펌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로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역시 시장 완전 개방 이후 심화하리라는 것도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개방이 악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국내 변호사업계의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하고, 국산 글로벌 로펌을 만들어내는 순기능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도 법률시장 개방으로 한때 외국 로펌에 잠식된 적이 있지만, 끊임없는 체질 개선을 통해 자국 변호사가 세계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률이 학문 중심으로 발달한 독일, 프랑스 같은 대륙법계 국가와 달리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실무 중심의 법률 교육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독일 법률시장이 개방됐을 당시, 자국 로펌은 서비스 경쟁력에서 영국이나 미국 로펌을 따라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독일 전역에서 10위 안에 드는 토종 로펌이 1~2개밖에 없는 시절도 있었지만, 자국 변호사들이 권토중래한 끝에 독일 변호사가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는 “국내 로펌도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소송 위주의 업무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법률서비스 영역을 개척해나가기 위해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라며 “피할 수 없다면 능동적으로 대처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시장 개방의 파고를 극복하려면 단기적으로는 변호사 재교육 시스템을 도입, 강화하는 게 중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언어 소통 능력을 갖춘 변호사 양성을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합니다. 국제적 변화와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식견을 갖춘 변호사가 전문 법률서비스 영역에서 창의적인 사고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겠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자에게 법률시장 완전 개방은 또 다른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그는 “국내 로펌뿐 아니라 외국 로펌에서도 어학적 소통능력이 뛰어난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 분야를 습득하고, 로스쿨에서 특성화, 전문화된 법률교육을 충실히 받은 학생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졸업 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다양한 블루오션 분야로 진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호사 수의 급격한 팽창은 새로운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 간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신 부총장은 일부에서 로스쿨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해 제도 자체를 폄하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긴 안목에서 본다면 전문 교육을 받은 법조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스쿨 제도의 본래 취지대로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하고, 각 로스쿨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특성화, 국제화 프로그램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 나눠 먹기보다 키울 생각해야

“그동안 국내 법률시장은 주로 일반 송무 분야에 집중돼 거의 포화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공급이 많아진다면 송무 외에도 법률 컨설팅이나 분쟁 예방을 위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통일 이후의 엄청난 법률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적정 변호사 수를 확보할 필요성은 무척이나 자명합니다.”

독일의 통일 당시를 살펴보자. 통일 후 옛 동독 지역의 토지에 대해 과거 서독인이 소유한 부분을 되돌려주는 방식을 택해 토지 관련 소송이 5년간 400만 건이나 제기돼 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했다. 마냥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넘길 수만은 없는 것이 남북통일이 될 경우에도 북한 지역에 엄청난 법률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는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법률적 수요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률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가 늘어났다지만 아직 국민은 국가적으로 법률서비스의 질이 향상됐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변호사 수를 제한하기보다 변호사들이 눈높이를 낮춰 사회 각 분야에 스며들어 법률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법치행정과 준법경영이 일상화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 경쟁을 시작할 때가 된 거죠.”

그는 “변호사 개업을 하면 외제 승용차 타고 다니던 시대는 지났다. 법조인은 우물을 벗어나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 밥그릇이 작아진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전체 파이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기존 파이를 나눠 먹으려다 보니 그런 거죠. 법률시장을 개척하고 파이 자체를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세계로 나가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해야 합니다. 국제기구에서 활약할 기회도 많이 열렸는데,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밥상 앞에 앉아 밥이 없다고 상만 두들기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송무 외에도 국가기관과 공공단체, 기업의 컨설팅 등 법률적 수요가 상당히 늘어날 겁니다. 계약서 하나에 흥망이 갈리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업은 변호사를 많이 채용해야 하고, 국가기관의 경우에도 법 전공자가 요소요소 배치돼 법치행정에 힘써야 진정한 법치국가로서 위상을 세울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2015.02.02 974호 (p16~17)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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