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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가슴 크다고 마냥 좋진 않다

달라진 美의 기준 … 풍만함보다 균형감, 전 세계적으로 축소술 증가세

  •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가슴 크다고 마냥 좋진 않다

남성의 로망을 대변하는 신조어 ‘베이글녀’. 얼굴은 어려 보이고 몸매는 글래머러스한 여성을 가리키는 단어다.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는 섹시한 여성의 상징. 큰 가슴을 열망하는 여성들은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가슴에 탄력을 주는 화장품 사용은 물론, 가슴 확대수술을 받기 위해 성형외과로 달려가기도 한다. 가슴 성형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수술 후기들은 눈물겹다. ‘수술하고 출혈 때문에 3일 동안 피주머니를 찼어요. 피주머니를 빼니까 유방에 감각이 없고 시퍼런 멍만 들었네요. 그래도 예뻐진다면 이런 노력이 별건가요.’

‘가슴 클수록 매력’ 공식 깨져

과연 여성의 가슴은 클수록 매력적일까. 최근 실시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다. 여성 속옷 브랜드 ‘이브라’는 2014년 12월 20~50대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여성의 가슴 사이즈로 가장 선호하는 종류’를 물었다. 1위는 ‘B컵’으로 189명(37.8%)이 응답했고, C컵이 2위로 142명(28.4%)에게 지지를 받았다. 3위는 ‘중요하지 않다’로 91명(18.2%)이었고, D컵이 57명(11.4%)에게 선택을 받아 4위에 올랐다.

이브라 측은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에 대해 “가슴 자체가 아닌 몸매와 가슴 사이즈의 비율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가슴 크기가 성적 매력에 비례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심리학과 바이렌 스와미 교수 연구팀이 2013년 수행한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연구팀은 18~68세 백인 남성 361명을 대상으로 각각 가슴 크기가 다른 여성 5명의 영상을 보여줬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태도를 분석했더니, 3번째로 가슴이 큰 여성이 가장 많은 남성(32.7%)에게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4번째로 가슴이 큰 여성이 2위(24.4%)에 올랐다. 5번째로 큰 가슴이 3위(19.1%)였고, 2번째로 큰 가슴이 4위(15.5%)로 뒤를 이었다. 피실험자인 영국 남성들 역시 무조건 큰 가슴이 아닌, 중간 크기의 가슴을 가진 여성을 가장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때 인터넷에는 가슴이 큰 여성인 ‘H컵녀’ ‘I컵녀’의 사진이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기자가 만나본 남성들은 “성적 매력보다 단순 호기심으로 사진을 클릭했다”고 말했다. 패션디자이너 박진호(31) 씨는 “H컵, I컵은 비정상이다. 오히려 매력이 떨어진다. 행동이 둔하거나 느릴 것 같다”고 했다. 대학원생 유원석(26) 씨도 지나치게 큰 가슴에 대해 “몸에 비해 가슴이 과하게 크면 뚱뚱하거나 나이 들어 보인다. D컵 이상보다 차라리 A컵 사이즈가 나은 것 같다”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흔히 말하는 ‘S라인’도 적당한 비율을 유지해야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몸매의 황금비율은 따로 있는 걸까.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곡선 비율’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가장 이상적인 몸매는 가슴, 허리, 엉덩이 비율이 1.0 대 0.7 대 1.0인 체형이다. 이 기준의 역사는 기원전 조각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전해진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미로의 조각 ‘비너스’는 서양의 전형적인 미인 모델로 꼽히는데 가슴 37인치, 허리 26인치, 엉덩이 38인치다. 황금비율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가슴 축소술 2년 새 50% 증가

가슴 크다고 마냥 좋진 않다

가슴 축소수술 정보 공유 인터넷 카페 ‘과유불급’.

미에 대한 기준이 세분화하면서 가슴 크기를 줄이는 성형수술도 급증하고 있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nternational Society of Aesthetic Plastic Surgery)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가슴 축소수술은 2011년 42만8129건에서 2013년 63만7023건으로 약 50% 늘었다. 한국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연 1만5000~2만 건으로 추정된다.

가슴 축소수술 관련 인터넷 네이버 카페 ‘과유불급’은 2012년 8월 개설 후 2년 5개월 동안 97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카페 첫 화면 상단에 ‘Too much is as bad as too little.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게시판에는 큰 가슴이 걱정인 여성의 고민과 축소수술 후기가 하루에도 몇십 건씩 올라온다. ‘A컵도 싫고 아예 다 도려내고 싶어요. 가슴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등 극단적인 내용도 눈에 띈다.

최근 가슴 축소수술을 받은 양지혜(가명·34) 씨는 가슴 축소수술을 통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경우다. 원래 가슴 크기가 E컵이던 그는 사춘기 이후 가슴 때문에 늘 스트레스를 받았다.

“고등학생 때는 체육시간에 뛸 때마다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대학생 때는 살을 빼면 가슴도 작아지겠다 싶어 다이어트를 했는데 가슴 크기는 줄지 않더군요. 친구들이랑 수영장이나 목욕탕 가는 건 꿈도 못 꿨고, 니트처럼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은 사본 적도 없어요. 최근 축소수술을 받고 C컵 브래지어가 맞자 자신감이 생기고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훨씬 좋아졌어요.”

성형외과 업계에서는 여성의 가슴 축소수술에 대한 남성의 태도도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본다. 가슴 성형수술 전문의원인 서울 옵티마성형외과의원 측은 “최근 자신의 여자친구나 아내의 가슴 축소수술을 적극적으로 문의하는 남성이 부쩍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가슴수술 환자 중 70%는 수유 때문에 가슴이 처진 40, 50대 여성이다.

과거에는 여성이 자신의 몸매 교정을 위해 혼자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남편이 먼저 상담한 뒤 아내를 이끌고 와 진료를 주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박성수 서울 봉봉성형외과의원 원장도 “남녀 모두 3~4년 전보다 가슴 성형수술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예전에는 가슴 확대수술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축소수술에 대한 관심이 뚜렷히 증가하고 있다.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사이즈는 B컵”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가슴,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려면 ‘풍만함’이 아닌 ‘균형감’에 주목해야 할 때다.



주간동아 2015.02.02 974호 (p66~67)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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