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6

2014.12.08

7년 만에 무죄 그간 억울함 다 풀릴 수 있나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12-08 11:1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7년 만에 무죄 그간 억울함 다 풀릴 수 있나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 ‘카트’(오른쪽). 2007년 8월 18일 오후 이랜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이랜드 투쟁 승리, 비정규악법 전면 재개정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후 홈에버 월드컵몰점 앞으로 이동해 시위를 하고 있다.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을 다뤄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영화 ‘카트’.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서울 마포구 홈에버 월드컵몰점 점거 시위 참가자들에게 7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대체 어떤 사정이 있었기에 7년이 필요했던 것일까.

    김씨 등은 2007년 농성 시위가 있던 홈에버 월드컵몰점에 응원차 갔다가 경찰의 해산 명령에 따르지 않은 혐의로 7월 14일 0시 10분께 현행범으로 연행된 후 기소됐다. 홈에버 비정규직 직원들은 당시 논란이 되던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홈에버가 소속된 이랜드 계열 유통 점포들에서 비정규직 900여 명이 해고됐다고 주장하며 영화에서처럼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21일간 농성 시위를 벌였다.

    1심은 김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50만 원씩을 선고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2009년과 올해 3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와 일몰 후 자정까지 시위 금지에 대해 각각 헌법불합치와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김씨 등은 밤 12시로부터 ‘10분’가량 지나고서 연행됐다는 점 때문에 계속 재판을 받아왔다.

    야간 집회 및 시위 금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관련된 사건이 2009년 3월 밝혀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건이다. 신 대법관은 2008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 근무할 당시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으로 중단된 재판을 그냥 진행하라는 취지의 e메일을 보내 사실상 압력을 행사했다. 더욱이 판사들에게 대법원장의 메시지라면서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대법원장의 권위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촛불사건 피고인을 직권 보석한 판사에게 휴대전화로 “시국이 어수선할 수 있으니 보석을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신 대법관의 행동을 ‘재판 관여’라고 결론 내렸다. 물론 신 대법관은 사퇴하지 않았고 얼마 후면 무사히 임기를 마친다.



    2011년 6월 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뒤 개선 입법이 되지 않아 2010년 7월 1일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됐지만, 이는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과 마찬가지여서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효력 상실이 과거로 소급되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반해 안대희, 신영철, 이인복 대법관은 소수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은 효력이 소급되지 않고 개선 입법 시한이 만료된 직후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봐야 한다”며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은 `범죄 후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해 무죄가 아닌 `면소’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김씨 등이 0시 이후 야간 시위에 참가한 사실이 인정돼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파기 환송했고, 파기환송심에서는 “경찰이 김씨 등을 포위하기 전에 3회 이상 적법한 해산 명령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김씨 등이 0시 이후 시위에 참가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시국사건의 경우 대법원이 판결 선고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도 대법원은 해고 후 6년이 지나서야 일부 YTN 기자의 해고 무효를 확정한 판결을 하기도 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라는 법언(法諺)을 꼭 지적하지 않더라도 재판을 받는 이들에게 시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새겨주길 권한다. 법원 처지를 내세우기에 앞서 그 초조함과 억울함을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주기를 원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