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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복마전으로 물고 뜯는 ‘아이돌 월드’

생존 위한 순위 경쟁에 이어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 잇따라

  • 한준호 스포츠월드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복마전으로 물고 뜯는 ‘아이돌 월드’

복마전으로 물고 뜯는 ‘아이돌 월드’

가수 메건리(오른쪽)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 소울샵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이돌 월드에는 여전히 피가 흥건하다. 서로 치고 박고 경쟁하면서 순위 다툼을 벌이고, 팀 내에서 갈등을 겪는다. 이제는 소속사와의 전쟁으로 다시 한 번 내상을 입는다. 팀 간 또는 팀 내 경쟁, 분쟁이야 사람 사는 세상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돌과 소속사 관계자 간 분쟁은 이미 수위를 넘어섰다. 뒤통수 때리기는 기본이고 법정행도 불사한다.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갈등이 드러나는 걸 쉬쉬하던 가요계 분위기도 어느 순간 바뀌었다. 적극적으로 나서 자신의 주장을 전한다. 이 싸움에 ‘팬덤’도 가세한다.

전속계약과 관련해 법적 분쟁을 벌인 아이돌 사례는 이미 여러 건 있었다.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아예 따로 팀을 결성하거나 소송을 제기하고 해외로 도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의 경우는 그래도 대형 기획사의 사례였다. 최근 불거진 전속계약 분쟁은 중소 기획사와 가수들이 그 주체여서 관심을 모은다. 왜냐하면 그동안 쌓여온 가요계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곪아 터진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곪고 곪은 문제

먼저 여섯 멤버가 똘똘 뭉쳐 소속사와 법적 소송에 들어간 남성 아이돌그룹 B.A.P(비에이피) 사례를 보자. 이들은 11월 2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TS)를 상대로 ‘전속계약무효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멤버들은 2011년 3월 체결한 전속계약이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며 TS 측이 수익 정산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맞서 TS 측은 불공정한 계약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 메건리도 있다. 메건리는 11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김태우가 운영하는 소속사 소울샵엔터테인먼트(소울샵)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메건리 측은 계약 자체의 불공정성과 함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태우가 아닌, 그의 아내 김애리 경영이사와 장모인 김모 본부장에 대한 내용을 폭로해 눈길을 끌었다. 소울샵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메건리가 이중 국적인 점을 이용해 소속사와의 의리를 저버렸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메건리와 함께 소울샵 소속이던 길건도 소속사 측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법적 분쟁에 돌입했다.



B.A.P와 메건리는 같은 소송 사건이지만 결은 조금 다르다. B.A.P는 뜬 그룹이고 메건리는 아직 떴다고 볼 수 없는 신인이다. B.A.P는 TS 전체를 불신의 대상으로 보지만 메건리는 소울샵과 관련된 인물 가운데 유독 김태우는 예외로 보고 있다. 이러한 세세한 차이를 제외하면 양측의 주장이나 분쟁 양상은 흡사하다.

1998년 외환위기 사태를 겪은 후 가요계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음반 제작자 사이에서는 음반 녹음 시 세션 연주자를 쓰는 것보다 컴퓨터 미디(MIDI)를 사용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방송사들도 전속 무용수나 댄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초고속 인터넷 시대는 대중의 음악 소비 형태를 바꿔버렸다. CD에서 MP3 음원이 빠르게 음악 소비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때부터 쌓인 구조적 문제가 결국 지금의 분쟁 사태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단순화해 설명하자면, 소비 형태가 CD에서 음원으로 바뀌면서 총수익 중 가수나 기획사에게 돌아가는 몫이 급격히 준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가수나 노래의 인기가 올라가도 가수나 제작자가 여전히 가난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공짜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때문에 고생하다 그나마 음원이 유료로 바뀌기 시작한 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CD 시절과 비교하면 수익은 턱없이 모자란다. 음원에서 가수나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음원 유료화가 시작된 2000년대 중반 돌파구가 마련됐다. 케이팝(K-pop)으로 대표되는 가요 한류였다. 이때부터 가요계에 아이돌 바람이 불었다. 아이돌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엄청났고 너도나도 아이돌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역시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한류의 미래 역시 불투명해지면서 결국 파탄에 이르렀다.

오랜 시간 연습생 생활로 자신의 인생을 담보로 달려온 아이돌이나, 같은 기간 이들을 위해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투자한 기획사가 해외 진출로 제대로 된 수익을 보려 할 때쯤이면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한 후가 된다. 남자 아이돌의 경우 군 입대까지 고려하면 지금의 인기를 얻기까지 들인 노력에 대한 보상이 절실해지는 셈이다. 기획사 처지에서도 이제 투자금을 회수할 시점인데 소속 아이돌이 머리 좀 컸다고 대들고 말을 듣지 않으니 속상하긴 마찬가지다.

복마전으로 물고 뜯는 ‘아이돌 월드’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무효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아이돌그룹 B.A.P(비에이피).

상생의 생태계 구축 시급

기획사 처지에선 소속 가수가 흥행해야 해외 진출이 가능하고 이때부터 수익이 들어오기 때문에 연습생 시절부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다. 해외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에 출연시키고 팬을 관리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돈을 쓴다. 가수들은 연습생 때부터 인간적인 삶은 스스로 포기하고 피나는 노력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스타 지위에 오르지만, 화려한 스타임에도 여전히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에서 음원을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구조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가수가 노래와 음악을 하기보다 해외 진출을 위한 방송 출연과 행사에 매달린다. 외환위기 이후 가요 소비 패턴이 바뀌기 전까지만 해도 가수나 기획사는 음반으로 수익 대부분을 거둬들였다. 여전히 그 시절 못지않게 대중은 음악을 즐기지만 가수나 기획사에게 돌아가는 몫은 턱없이 적다. 더구나 가요계는 피땀 들여 제작한 음원의 가격조차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 음원 유통은 망사업자들이 지배하고 있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질서가 곧 법이다. 결국 지금의 분쟁 양상은 가요계가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들 내부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결과인 셈이다.

많은 가수가 소속사와의 분쟁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나가는 가수나 기획사라도 이런 가요계 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분쟁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법적 분쟁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인기와 명예도 오래가지 못한다. 싸움만 하는 가요계를 좋아할 대중도 없다. 대중은 미생이 아닌, 완생의 가요계를 원하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4.12.08 966호 (p24~25)

한준호 스포츠월드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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