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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 프랑스 파리

오늘도 낭만이 흐르는 다리 사랑이 서성이고 있네

센 강 남북으로 잇는 37개 다리 저마다의 개성으로 방문객 맞아

  • 백승선 여행칼럼니스트 100white@gmail.com

오늘도 낭만이 흐르는 다리 사랑이 서성이고 있네

오늘도 낭만이 흐르는 다리 사랑이 서성이고 있네

프랑스 파리 에펠 탑에서 내려다본 센 강과 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낭만적인 이 도시에서 다리는 어쩌면 숨어 있는 보석 같다.

프랑스 파리는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다. 세상의 모든 여행자가 일생에 한 번은 가고 싶어 하는 바로 그곳. 말하지 않아도 볼거리가 넘쳐난다. 반드시 봐야 할 명소 목록만 적어도 끝이 없다. 하지만 파리를 진정으로 파리답게 만드는 것은 도시의 젖줄 센 강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37개 다리다.

파리의 남과 북을 잇는 이들 다리 가운데 유독 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로 붐비는 곳이 있다. 명소들을 찾아가다 보면 반드시 건너야 하는 다리, ‘예술의 다리’라 부르는 ‘퐁데자르(Pont des Arts)’와 연인들의 다리인 ‘퐁네프(Pont Neuf)’, 화려함의 진수를 보여주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Pont Alexandre III)’가 그곳이다.

파리 사람에게 37개 다리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다리를 물으면 대부분 퐁데자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퐁데자르 전체 외관은 철제로 만들어졌지만 상판 재질은 나무라 오로지 보행자만이 다닐 수 있는 다리다. 그 때문일까. 다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따스함과 인간미가 느껴지고 ‘삐그덕’ 하는 소리는 온기로 다가온다. 그 위에 서면 누구와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나무다리 위로 봄부터 가을까지 따스한 햇볕이 쏟아지고 마치 사랑의 속삭임 같은 촉촉한 바람이 분다.

파리 시민과 여행자는 이곳에서 오래전 예술가들이 그랬듯, 밤새 논하고 수다를 떤다. 나무다리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많은 이가 파리의 낭만을 향유하고자 이곳을 찾는다. 다리 위에서 퐁네프를 보는 사람들, 거리 악사의 연주를 들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오늘도 낭만이 흐르는 다리 사랑이 서성이고 있네

1 파리 시민들의 휴식공간이기도 한 퐁데자르는 화가, 사진작가 등 예술가를 위한 전시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불어오는 센 강의 바람을 맞으며 파리지엔처럼 보낼 수 있는 기분 좋은 공간이다. 2 퐁데자르를 찾아온 연인들이 퐁데자르 난간에 자물쇠를 걸고 열쇠는 강으로 던지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사랑의 자물쇠’는 2008년부터 시작된 이래 155m 길이의 다리에 수십만 개 넘게 달려 있다. 3 한 여행자가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들고 낭만적인 다리 위에서 음악을 들으며 센 강을 바라보고 있다.

예술과 수다의 ‘퐁데자르’



1801년부터 3년간 공사 끝에 1804년 완공한 이 다리는 카뮈, 사르트르, 랭보 등 파리 시인과 화가, 소설가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오늘도 퐁데자르 위에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온 젊은 예술가들이 그림 도구나 악기를 들고 와 다리 위를 공연장과 미술관으로 바꿔놓고 있다. 퐁데자르에서 보는 센 강과 멀리 퐁네프를 배경으로 한 석양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장관이다. 먼 하늘부터 붉게 물드는 퐁네프의 저녁노을은 환상적이란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총길이 155m, 폭 11m의 퐁데자르 위엔 2008년부터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일명 ‘사랑의 자물쇠’가 그것이다. 언젠가부터 수많은 연인이 이곳을 찾아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난간에 자물쇠를 걸고 열쇠를 센 강에 버리는 풍습이 낳은 자연 창작물이다. 채워진 자물쇠 수만 수십만 개가 넘는다. 심지어 이 자물쇠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다리가 훼손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엔 자물쇠를 더 달 수 없게 난간 일부를 두꺼운 투명 플라스틱 패널로 교체하기도 하고 달려 있는 자물쇠를 제거한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파리 시민 다수는 추억과 사랑을 간직한 퐁데자르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처음 만들 당시 “볼품없는 철제다리는 영국에나 줘버려라”고 불평이 쏟아졌던 다리가 지금은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다리로 변모한 셈이다.

오늘도 낭만이 흐르는 다리 사랑이 서성이고 있네
퐁네프에서 저녁노을 감상

프랑스어로 새로운 다리라는 뜻을 가진 퐁네프는 사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1607년 완공된 이 다리는 처음에는 나무로 만들었는데 그 후 나무들이 썩으면서 재건 과정에서 석조로 바뀌었다. 파리의 다리 가운데 첫 번째로 완공된 석조다리이기도 하다. 퐁네프라는 이름도 석조로 변경하면서 붙은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석조다리는 새로운 양식이었기 때문이다.

퐁네프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영화였다. 쥘리에트 비노슈와 드니 라방 주연의 ‘퐁네프의 연인들’이 바로 그것. 퐁네프에서 노숙하는 남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여인의 운명적 사랑을 담은 이 영화는 정작 퐁네프에서 찍은 영화가 아니다. 영화 촬영 당시 파리 시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세트장에서 모든 촬영이 이뤄졌다. 어쨌든 이 영화 덕에 퐁네프는 파리 명소로 자리 잡게 됐고, 모든 연인의 로맨틱한 데이트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고색창연한 이 다리는 지금도 영화를 기억하고 역사를 기억하려는 여행자들로 넘쳐난다. 퐁네프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저녁노을, 유람선을 탄 관광객들과의 손 인사,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이 모든 풍경이 정겹고 감동적이다.

퐁네프는 센 강에서 가장 긴 다리로 길이 238m, 폭 20m에 달한다. 이 다리가 놓이기 전인 16세기까지만 해도 센 강을 건너려면 시테 섬을 우회하거나 나룻배를 이용해야 했다. 당시에도 4개의 다리가 있었지만 모두 낡아 넘쳐나는 사람들의 왕래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1577년 국왕 앙리 3세의 명으로 퐁네프 건설에 들어가 약 30년 후인 1607년 센 강의 다섯 번째 다리로 완공됐다. 그 후 가건물 등 노점상들이 들어섰다가 몇 번의 철거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퐁네프는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은 다리다. 다리는 시테 섬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는데 남쪽 부분에는 5개, 북쪽 부분에는 7개 아치 교각이 있다. 파리 시민과 여행자들은 다리 중간 반원형 돌출 부분에 만들어진 20개의 돌 의자에 앉아 쉬면서 파리와 센 강의 풍광을 구경한다. 다리 곳곳에 자리 잡은 수백 개의 괴물 형상 부조도 눈길을 끈다. 다리 중앙에 있는 앙리 4세 기마상과 다리 밑에 위치한 베르갈랑 광장(Square du Vert-Galant)도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 볼거리 중 하나다.

다리를 찾은 사람 중에는 영화가 주는 감동의 강렬함 때문에 “특별할 게 없다”며 실망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잃고 거리를 방황하는 여 화가와 폐쇄된 퐁네프 위에서 만난 여자를 열렬히 사랑하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간직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퐁네프에 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늘도 퐁네프 위에선 하늘을 수놓는 폭죽과 다리 위를 걷는 영화 속 두 남녀의 모습을 따라 하며 인증 샷을 찍는 연인들로 가득하다.

가장 화려한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오늘도 낭만이 흐르는 다리 사랑이 서성이고 있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센 강을 사이에 두고 앵발리드와 그랑 팔레 미술관을 이어준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센 강 위에 놓인 다리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19세기 후반 만들어진 이 다리는 양쪽 끝에 있는 황금빛 청동상이 촌스럽지 않게 아름답다. 다리 곳곳에는 아르누보 양식의 가로등과 그리스 신화의 여신이 장식돼 있어 유명한데, 아름다운 다리 외관 덕에 TV 드라마나 CF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센 강을 사이에 두고 앵발리드와 그랑 팔레 미술관을 이어주는 다리다.

1896년 착공해 1990년 완공한 이 다리의 원래 이름은 앵발리드 다리였지만 프랑스-러시아 동맹(1892)을 기념하고자 1900년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 때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3세’의 이름을 따 개칭했다. 4개 모퉁이 위에 20m 높이의 황금빛 상 4개가 서 있고, 유람선을 타고 센 강 위쪽에서 바라보면 다리 아래 공간에 사람과 동물, 화려한 꽃을 형상화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파리 시는 매년 이 다리의 화려함을 유지하려고 큰돈을 들여 금칠을 새로 한다고 한다.

센 강의 다리들은 교각 아래에도 아름다운 조각이 있기 때문에 유람선을 타고 다리 밑을 통과해야 다리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가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지나다 보면 다리 위에 있는 사람들과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곳에선 어색한 일처럼 보이지만 이곳에선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다리 중앙에 있는 조각을 보러 온 여행자들과 유람선을 타고 센 강을 따라오는 여행자들, 같은 이방인끼리 가장 가까이서 즐겁고도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다.

오늘도 낭만이 흐르는 다리 사랑이 서성이고 있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3세의 이름을 붙인 다리로 센 강 위에 놓인 다리 가운데 가장 화려하며, 특히 다리 양쪽 끝에 있는 황금색 상이 아름답다.





주간동아 2014.12.01 965호 (p64~66)

백승선 여행칼럼니스트 100wh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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