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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소기업도 글로벌 환경 대비해야”

인터뷰 l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 김현미 출판국 전략기획팀장 khmzip@donga.com

“중소기업도 글로벌 환경 대비해야”

“중소기업도 글로벌 환경 대비해야”
최근 한정화(60·사진) 중소기업청장의 광폭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11월 17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한·우즈베키스탄 중소기업 포럼’에 참석했고, 귀국하자마자 19일 ‘중소기업 판로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틀 후인 21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집적지(철공소 골목)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날 열린 ‘문래 소공인특화지원센터’ 개소식에서 박 대통령은 “쇠를 깎고 녹여서 부품과 소재를 만드는 산업을 뿌리산업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의미에서 문래동은 뿌리 중에서도 뿌리”라며 “소공인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치하했다. 이에 한 청장은 11월 24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 ‘소공인이 살아야 경제도 산다’에서 “고령화와 청년들의 제조업 현장 기피 현상을 이대로 방치하면 장인정신과 손끝기술을 전수할 사람도 전수받을 사람도 없는 사양화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며 소공인 지원 대책의 시급성을 설명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제13대 중소기업청장으로 부임한 한정화 청장의 동선을 유심히 살펴보면, 경제 살리기에 대해 박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에 가 있는지 알 수 있다. 11월 한 청장의 우즈베키스탄 방문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의 후속 조치 가운데 하나였다. 한 청장은 “22개 중소기업이 참여했는데 한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하는 현지 기업이 줄을 서서 면담 요청을 할 만큼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며 “우즈베키스탄은 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건자재, 식품, 에너지 관련 분야가 전망이 있다”고 전했다.

‘창조적 균형’ 속 정책 추진

중소기업청은 10월 ‘개성과 매력 있는 전통시장 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향후 3년간 특성화 시장 375곳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박 대통령이 민생 경제를 점검할 때 가장 많이 찾은 곳 또한 전통시장이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 경남 통영 중앙시장, 인천 용현시장, 경기 용인 중앙시장, 인천 부평종합시장, 부산 부전시장을 차례로 찾았다. 올 들어 충북 청주 서문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서울 답십리 현대시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보통 사람의 생활 터전인 시장이 살아나야 서민 생활이 안정되고 체감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중소기업은 국내 전체 사업체의 99%, 전체 종사자의 88%를 고용하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은 경제 회복 및 민생 안정과 직결되는 문제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정부조직 개편에서 중견기업 정책을 이관 받아 ‘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 등 기업 전반의 정책을 아우르는 핵심 조직이 됐다. 여기에 제조업 뿌리인 소공인 부분을 따로 떼어 지원하기로 한 만큼 민생과 관련해 중소기업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다만 한 청장은 이러한 정책들이 ‘창조적 균형’ 속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퍼주기 식 정책이 아니라 개별 주체들이 창조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뜻이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발표하는 정책마다 ‘창조적 균형’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를 들어 11월 19일 발표한 ‘중소기업 판로 지원 종합대책’에는 ‘수요 견인형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이라는 긴 부제가 달렸다. 그동안 창조경제 정책이 주로 창업, 연구개발(R·D), 자금 등 요소 공급(supply-push형 정책)에 치중했다면,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열어 내수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한 수요 견인(demand-pull)형 정책이라는 것. 구체적인 방법으로 유통플랫폼 구축, 초기 유통채널 확충, 공공조달 시장 창출, 거래 관행 정상화 등 4가지 주요 대책을 내놓았다.

‘전통시장 육성 방안’에 개성과 매력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은 이유에 대해서도 한 청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까지는 시장의 시설 현대화에 치중했습니다. 그러나 지붕을 얹고 주차시설을 만든다고 시장에 안 가던 사람이 갑자기 가지는 않죠. 결국 시장 자체가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시장에 문화와 관광을 접목한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민생 안정, 경기 회복이라는 현안과 함께 중소기업청이 장기적 관점에서 펼쳐온 정책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지속가능경영)이다. 2012년 12월 ‘중소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의 근거를 신설했고, 올해 4월에는 한국생산성본부 내에 ‘사회적 책임경영 중소기업지원센터’가 출범해 CSR 교육과 전문 인력 양성, 관련 정보 제공 및 컨설팅 지원 등을 시작했다. 또한 올해 안에 ‘사회적 책임 경영 중소기업 육성 기본 계획’을 마련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중소기업의 CSR 활동을 지원해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CSR 경영 나서야

“중소기업도 글로벌 환경 대비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문래 소공인특화지원센터를 방문해 전시장을 관람하고 있다. 박 대통령 뒤쪽이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한 청장은 “중소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경영이라고 하면 여전히 ‘비용’ 문제로 생각해 적극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글로벌 환경은 이미 CSR를 요구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종업원 500인 이상 기업에게 환경, 사회, 고용, 인권, 반부패 및 뇌물 이슈 등에 대한 CSR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EU 국가와 거래하려면 똑같은 CSR 정보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전남 대불산업단지에 있는 선박 엔진 부품 제조업체 (유)성문은 2012년 핀란드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CSR를 요구받자 중소기업청에 지원을 요청했고, CSR 진단 및 자문을 받은 뒤 CSR 활동 결과를 제출해 인증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핀란드 바르질라 현대엔진과 2012년 110억 원, 2013년 140억 원, 2014년 160억 원의 거래를 성사할 수 있었다.

한 청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사례가 있다. 찰스 두히그의 저작 ‘습관의 힘’에 나오는 아메리카 알루미늄 회사(알코아)가 그것이다. 1987년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한 알코아는 새 최고경영자(CEO)로 폴 오닐(훗날 조지 부시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 역임)을 영입했다.

“신임 CEO가 투자자들 앞에서 제일 먼저 한 말이 ‘수익을 내겠다’가 아니라 ‘산업재해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였습니다. 모두 어리둥절했고 심지어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했지만, 그가 부임한 지 1년 만에 회사는 기업 역사상 최고 이익을 올렸고, 2000년 그가 CEO 자리에서 물러날 때 회사의 연간 순이익은 취임 전보다 5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철저한 안전 계획을 시행한 후 사고로 근로일수를 상실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CSR의 힘이죠.”

한 청장은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기업들이 CSR를 ‘경영혁신’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은 문화경영, CSR, 싱글 PPM(제품 100만 개당 불량품을 10개 미만으로 관리하는 품질관리 기법) 등 민간의 자발적인 경영혁신 활동 및 교육 수행에 따라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이 기업이 R·D, 정책자금, 수출 지원 등 중소기업청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자 할 때 마일리지별 가산점을 주는 제도도 마련해놓고 있다.



주간동아 2014.12.01 965호 (p44~45)

김현미 출판국 전략기획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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