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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멍멍이…그곳에선 행복해라”

펫팸 늘면서 반려동물 장례도 가족처럼 치르는 사람 급증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우리 멍멍이…그곳에선 행복해라”

“우리 멍멍이…그곳에선 행복해라”

반려동물 장례업체 ‘잠든강아지’에서 진행하는 추도식 모습.

‘사랑하는 내 동생,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구나. 널 평생 기억하고 널 위해 기도할게.’

‘사랑했던 ○○아, 아빠 마음은 너무나 미안하구나. 해준 것도 없이 많이 먹는다고 구박하고…. 그곳에선 행복해라.’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구나. 누나는 너를 보내야 한다는 게 너무 슬퍼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큰소리로 울었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애끊는 심정을 주체 못해 사이버 추모관을 찾는 사람이 많다. 추모 글이 올라오면 조회 수가 수백 건에 이를 정도로 절절한 그리움에 공감하는 사람도 적잖다. 추모의 정을 쏟는 대상을 ‘아들’ ‘동생’이라 부르고 자신을 ‘누나’라고 지칭하는 걸로 봐서는 영락없이 피붙이를 떠나보낸 사람이다. 그런데 영정에 담긴 얼굴은 하나같이 개, 고양이 등 동물이다.

국내 반려동물 550만 마리, 그들을 기르는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최근 4조~5조 원 규모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통계청은 2014년 새로운 ‘블루슈머’(Bluesumer·Blue Ocean과 Consumer의 합성어)로 ‘반려족’을 제시했다. 반려족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이 2013년 반려동물을 위해 쓴 카드 사용액은 831억9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상승했다.



수십만에서 수백만 원 아낌없이 사용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게 삶이 있다면 죽음이 있다.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소중히 여기는 ‘펫팸(Pet과 Family의 합성어)족’이 늘면서 애완동물의 삶 못지않게 그들의 죽음에도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그에 힘입어 관련 서비스 산업도 확산 중이다. 반려동물 전용 상조회사, 장례식장을 비롯해 화장장과 납골당까지 성업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영업 중인 장례서비스업체는 20여 곳. 장례업체를 찾는 고객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장례 절차를 대행할 때 보통 일시금으로 받는데 그 비용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200만 원에 육박한다. 소비자 부담이 적잖은 셈이다. 그 점에 착안해 생겨난 곳이 반려동물 전용 상조회사다. 사람 대상 상조회사와 마찬가지로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면 반려동물 사망 시 장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상조상품은 반려동물 몸무게 5kg 기준으로 20만 원대부터 180만 원까지 다양하다. 올해 초 노인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상조회사 ‘잠든강아지’를 설립한 대한노인회 중앙회 복지사업단 박남희 단장은 “수의, 관, 유골함 등 관련 상품 종류가 많고 염습, 예식 등 절차에 따른 서비스도 다양해 어떤 용품, 어떤 서비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과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최근엔 서비스와 용품을 묶어 일반형부터 최고급형까지 패키지로 내놓는 곳도 많다”고 소개했다. 잠든강아지는 서울에 직영 장례업체 에이지펫을 두고 있는데, 이곳은 화장장 대신 건조장 시설을 갖췄다. 박진아 잠든강아지 법인대표는 “건조장은 특허 받은 기술로 전기를 사용해 동물 사체의 수분만 제거한다. 공해물질이 배출되지 않으며, 건조된 사체를 분쇄해 산골하거나 화분, 나무 등에 뿌리면 거름이 돼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친환경 장례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장례업체에서 진행하는 애완동물 장례 절차는 사람 장례식과 흡사하다. 기간만 ‘3일장’이 아니라 ‘2~3시간’으로 다를 뿐이다. 관련 업체에 고객이 장례를 의뢰하면 의전팀이 사체 ‘픽업’을 위해 출동한다. 장례식장으로 옮겨온 사체를 깨끗이 닦은 다음 수의를 입히고 입관한다. 입관이 마무리되면 가족들은 추모실에서 영정사진에 분향하는 등 추모예식을 진행한다. 이때 업체 의전 담당자가 추도사를 낭독한다. 이때 고객의 종교에 따라 불경 독송이나 찬송가 노래 등이 이뤄지기도 한다. 추모예식이 끝나면 화장한 뒤 유골을 돌려주거나 납골당에 안치한다. 장례 절차를 동영상에 담아 ‘추모영상’ 앨범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취재 도중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지영 씨는 장례식을 치르는 2시간 내내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이었다. 그는 “8년을 키운 아이(반려견)를 방금 납골당에 안치했다. 기왕이면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을 해주고 싶어 금박을 입힌 삼베 수의를 입히고 오동나무로 된 고급 관을 사용했다. 유골함도 제일 비싼 20만 원짜리를 골랐다. 2년 기한으로 납골당에 안치하니 전부 합해 120만 원이 들었다”며 “원래 예상한 비용보다 많이 썼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장례업체 ‘굿바이펫’의 한훈희 실장은 “우리 반려견이 죽은 뒤 장례업체를 알아보다 아예 회사를 차리게 됐다. 장례식장에서 직접 용품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 보니 손님들이 쉽게 추가 비용을 들이는데, 장례에 드는 돈을 아껴 유기동물 지원에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동물 장례식을 치르려면 픽업 차량 출동부터 추가 비용이 든다. 보통 2만~3만 원이지만 시도 경계를 넘으면 거리에 따라 추가 비용이 붙는다. 수의와 관, 유골함은 기본 5만 원부터다. 삼베나 명주에 금박을 입힌 장식이 더해지면 ‘고급’ ‘최고급’ 등으로 불리며 비용이 3배까지 뛴다. 관과 유골함도 장식과 재료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우리 멍멍이…그곳에선 행복해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도 인기 직종

최근엔 반려동물의 유골을 목걸이, 반지, 팔찌, 휴대전화 줄 등으로 만들어 몸에 지니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액세서리 제작에는 유골을 특수 가공해 사리처럼 만든 ‘스톤’을 이용한다. 스톤 제조비는 15만 원부터. 이를 보석 대신 사용해 액세서리로 만들면 금, 은 등 추가 재료에 따라 5만 원부터 50만~70만 원이 들기도 한다. 상조회사 ㈜엔젤러브의 심흥섭 대표는 “나도 반려견을 키우고 있지만 미리부터 고가의 패키지 상조상품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가장 저렴한 상품으로 가입하고 나중에 형편 따라 비용을 더 쓰면 된다. 살아 있을 때는 뭐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막상 죽고 나면 그 돈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아낌없이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늘면서 기존 의류업체, 주얼리업체, 명패제작업체, 인형봉제업체까지 관련 산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유골을 나무 아래 묻은 뒤 명패를 만들어 추념하려는 사람이 늘고, 생전의 반려동물과 똑같이 생긴 인형을 만들어 간직하려는 사람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자격증을 갖춘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도 최근 인기 직종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수도권의 한 장례업체 직원은 “2008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동물장묘업이 합법화됐다. 법 개정 후 장례업체가 계속 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많다. 현재 전국에서 영업 중인 업체 가운데 절반 정도가 무등록 업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한훈희 굿바이펫 실장은 “불법업체가 난립하고 추가 비용으로 수익을 내는 업체들이 장례 비용을 올리면서 반려동물 장례문화 자체가 부정적으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주간동아 2014.12.01 965호 (p34~35)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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