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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앞으로 불어오는 찬바람

새정치연합 全大 앞두고 당 안팎서 ‘문재인 대세론’ 흔들기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문’앞으로 불어오는 찬바람

‘문’앞으로 불어오는 찬바람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린 가운데 문재인 비대위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전대) 초반 판세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대표하는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의 대세론으로 요약된다. 문 비대위원은 출마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당 안팎에선 시기 문제일 뿐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친노 진영은 일단 문 비대위원이 출마를 결정하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본다. 대통령선거(대선) 후보를 지낸 문 비대위원이 다른 당권주자들에 비해 대중적 지지도가 높을 뿐 아니라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 진영의 적극적인 지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는 실제로 붙어봐야 안다’는 반론도 적잖다. ‘전대 룰’을 둘러싸고 차기 당권을 노리는 계파 간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대세론의 빈틈을 노리는 미묘한 흐름도 감지된다.

#남풍(南風) : 심상치 않은 호남 민심

침묵하는 문 비대위원과 달리 호남 연고의 중진급 정치인들은 앞다퉈 당권 도전을 밝히고 있다. 현재 당대표 출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호남권 중진의원은 박지원 비대위원(전남 목포),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 박주선 의원(광주 동구) 등 모두 3명이다. 원외인사로는 정동영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도전이 예상된다. 서울에 지역구를 뒀지만 ‘영남의 딸, 호남의 며느리’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4선의 추미애 의원도 호남권 주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당 핵심 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등에 업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수도권 당원들 중에도 호남 출신이 많기 때문에 호남에서 바람이 불면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호남 의원은 “문재인 비대위원으로는 절대 집권하지 못한다는 것이 호남 민심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문재인 대선 필패론’이다. 호남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투표하는데 그런 기준에서 문 비대위원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다는 논리다.



“친노의 호남 홀대론에도 호남은 꾹 참으면서 지난 대선에서 문 비대위원을 지지했다. 하지만 다음에는 어림도 없다. 아마 문 비대위원이 다시 대선에 나오면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한테 패한 것보다 더 큰 참패를 당할 것이다. 모바일 투표가 아닌 권리당원에 의한 투표라면 결코 문 비대위원에게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문’앞으로 불어오는 찬바람

‘호남권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박주선, 추미애 의원(왼쪽부터).

그의 말처럼 권리당원 비율 등 ‘전대 룰’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전대는 크게 출렁이기 마련이다. 11월 24일 전대준비위원회 회의에서 친노계는 일반당원·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비노계는 권리당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각자 처한 상황에 유리한 룰을 만들려는 신경전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5·4 전대에서는 대의원 50%, 권리당원 30%, 일반당원·국민 여론조사 20%로 정해 당심이 당락을 좌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문 비대위원은 당연히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한 지역위원장은 ‘주간동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체로 대의원은 지역위원장이 주로 ‘자기 사람’ 중심으로 심어놓기 때문에 지역위원장 영향권에 있다고 보면 된다. 매달 당비 1000원 이상을 내는 권리당원은 호남 쪽에 많다. 호남은 지역위원회 권리당원이 수천 명인 경우도 허다한데 영남은 100명도 안 되는 곳이 많다. 호남은 ‘새정치연합 공천=당선’ 공식이 성립하는 지역인 만큼 경선이 치열하고 그만큼 출마 후보가 밀어 넣는 권리당원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남 쪽 비노(비노무현)계로선 전대 룰을 정하면서 ‘쪽수’가 많은 권리당원 비율을 높이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고, 친노계는 권리당원 비율을 줄이고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려고 하는 거다. 내년 2월 8일 치르는 전대는 차기 총선 공천과 당내 대선후보 경쟁의 전초전인 만큼 전대 룰을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피할 수 없다. 호남신당론이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호남 인사들 사이에서는 권리당원 비율을 높여 당권을 잡자는 분위기가 읽힌다.”

‘문’앞으로 불어오는 찬바람

11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지원 비대위원.

현재 전대준비위원회는 ‘전대 룰’을 논의 중이다. 선거권을 갖는 권리당원은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 사이 입당하고, 3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자로 한정해 당무위원회에 부의해 놓았다.

호남의 이상기류가 당내에 급속도로 번지자 문 비대위원도 다급해졌다. 그는 11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히 호남 민심이 어려워진 이유가 친노에 있기 때문에 친노는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지금 호남 민심은 당 전반에 대해 꾸짖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호남신당론에 대해서도 “당원 동지의 바닥 민심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친노 진영에선 오히려 ‘수도권 필패론’으로 호남 민심 이상설에 맞서고 있다. 문 비대위원의 한 측근은 “지금 거론되는 인사들이 당대표가 되면 수도권에선 필패”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지면 총선에서 지고 총선에서 지면 대선에서 진다. 호남은 전략적 선택을 한다. 호남 유권자들은 문 비대위원이 몰락하면 호남이 또 고립되고 정권교체를 못할 수 있다는 부분까지 다 고려한다. 심정적으로 싫더라도 전략적으로 문 비대위원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비풍(非風) : 비노 단일화 꿈틀

‘문’앞으로 불어오는 찬바람

‘비노무현계 당권 주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왼쪽)과 조경태 의원.

당권 도전이 유력한 박지원 비대위원은 최근 발걸음이 부쩍 바빠졌다. 강연정치를 통해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한 박 비대위원은 비노 인사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만나려고 전남 강진까지 내려갔을 뿐 아니라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는 물론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도 꾸준히 접촉을 꾀한다. 한 지역위원장은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일부 인사는 벌써부터 대의원 당원들에게 영향력이 큰 지역위원회 기초의원 간담회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불법선거운동일 수도 있지만 간담회 형식이어서 나도 두어 번 자리를 만들어줬다”며 “아직 출마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전대는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박 비대위원의 행보를 비노 구심점이 되기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분석한다. 한 당직자는 “박 비대위원으로선 문 비대위원이 출마하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문 비대위원이 설령 출마하더라도 박지원-문재인-정세균의 3자 구도로 판이 짜이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 비대위원이 출마하면 친노 진영에서 표가 갈린다. 반면 비노가 박 비대위원 중심으로 단일화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논리다. 단, 이렇게 되려면 친노가 분열하고 비노가 단일화하는 구도로 판이 짜여야 한다.”

‘문’앞으로 불어오는 찬바람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회의실 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정세균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친노계 독주에 거부감을 보이는 호남 지역 정서를 발판 삼아 ‘호남 정치 복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당권을 잡겠다는 생각이지만,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비노는 친노만큼 계파 결속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이미 김동철, 김영환, 박주선, 조경태 의원 등 상당수 비노 의원이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고, 김동철 의원은 박 비대위원을 겨냥해 “이제는 후배를 양성하는 존경받는 훌륭한 원로로 남으시라고 용퇴를 촉구한다”며 “권력을 붙잡으려고만 하지 말고 아름답게 놓을 때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정치연합의 한 원외 지역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천타천 출마자가 10명이 넘는 만큼 전대준비위원회가 ‘컷오프’ 규정을 정해 3명을 최종 본선에 올릴 거 같다. 현재대로 3파전을 하면 계파가 강한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비대위원이 될 테고, 그럼 범친노계인 정세균 비대위원이 누구와 단일화할지가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범친노계지만 정 비대위원이 반드시 문 비대위원을 돕는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한편 비노 진영 일각에선 과거 인사 이미지가 강한 박 비대위원 대신 다른 사람을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긴 했으나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문 비대위원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거론됐던 안철수 의원은 11월 24일 “전당대회에 관심없다”며 공개적으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박 비대위원 측은 “박 비대위원 말고는 이제 대안이 없다”며 비노 단일화 사전정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풍(歲風) : 세대교체론 급부상

문 비대위원을 비롯해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보니 완전히 다른 얼굴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른바 세대교체론이다. 문재인(61), 박지원(72), 정세균(64) 등 ‘빅3’가 모두 60, 70대이다 보니 그보다 어린 세대에서 당대표를 맡아 당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과도 맥을 같이한다.

50대인 김부겸(56) 전 의원과 박영선(54) 전 원내대표, 그리고 486 선두주자 이인영(50) 의원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최고 다크호스’로 떠오른 김부겸 전 의원은 비노와 영남, 중도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비노·영남·중도 세력이 전폭 지원한다면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권 출마설이 거론될 때마다 김 전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가 먼저”라며 당권 출마설에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강력하게 출마를 부인하던 한두 달 전과 달리 요즘은 기류가 많이 변했다는 후문이다.

김 전 의원은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대구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비노 측 인사들이 자꾸 출마하라고 한다”며 “그 사람들(출마를 권유하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고 조만간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박 전 원내대표 측이다. 비록 박 전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중도 퇴진했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손꼽히는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인물이다. 박 전 원내대표가 친노 측과 감정의 골이 깊다는 점에서 출마 선언 즉시 비노 구심점으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전 원내대표 측 한 인사는 “출마 자체보다 출마해서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

“박 전 원내대표에게 전대 출마 여부를 물어보면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하는데 그 말 자체가 고심은 하고 있다는 의미 아니냐. 전대에 나갈 때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그것을 찾으면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6·9 전대는 친노 진영의 좌장이던 이해찬 의원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김한길 의원이 지역순회 대의원투표에서 이 의원에게 연거푸 승리를 거두며 ‘이해찬 대세론’은 금세 무너졌다. 이 의원이 비록 모바일투표에 힘입어 가까스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언제든 대세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생생한 사례였다. 새정치연합의 2·8 전대가 ‘Again 6·9 전대’가 될지, 아니면 문재인 대세론으로 시작해 문재인 대세론으로 끝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주간동아 2014.12.01 965호 (p22~24)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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