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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진격의 중국 어디까지 07

첨단 장착 중국 IT ‘무서운 질주’

반도체·통신·스마트폰 기술력 한국 위협…인터넷 분야에선 벌써 초강대국

  • 오은지 전자신문 기자 onz@etnews.com

첨단 장착 중국 IT ‘무서운 질주’

첨단 장착 중국 IT ‘무서운 질주’
올해 초 중국 선양에 위치한 한국계 스마트폰 부품업체 H사 대표가 갑자기 잠적했다. 전날까지 아무 문제없이 가동되는 듯 보였던 회사는 사실 적자가 쌓이고 있었다. 중국 현지에서 디스플레이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N사 임원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IT(정보기술) 제조업체에게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이제 중국에서 IT기기를 제조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인형, 가발, 의류 등을 제조하던 한국계 단순 임가공업체들은 중국에 진출했다. 이후 1990~2000년대에 걸쳐 줄줄이 폐업하거나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했다. 중국 내 공장 문을 닫으려면 중국 정부의 지원 혜택을 반납하고 청산해야 한다. 청산 비용도 마련하기 힘든 회사는 한국인 임직원이 야반도주하곤 했다. 유사한 사례가 이제는 IT 업계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중국 청두에서 전력모듈을 생산하는 Y사 사장은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한국 IT 부품 제조업체 통관 물량 등을 직접 들여다보고 관리한다”며 “일명 ‘먹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인건비 상승 IT 제조업체 엑소더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 둥관(東莞)에서 선전(深川)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막히면 전 세계 컴퓨터 산업의 70%가 마비된다”는 말이 있었다. 둥관과 선전은 홍콩과 맞닿은 주장(珠江)삼각주에 포함된다. 주장삼각주에는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던 1970년대 초기부터 제조업체가 몰려들었다. 제조업체가 밀집해 지역 발전을 이룬 ‘둥관 모델’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기대어 발전한 중국 제조업의 상징이다.

이 지역에는 2009년까지 외자기업만 1만 4600여 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CD·DVD 플레이어 모듈, 전력모듈 한국 IT 부품사도 둥관과 그 주변 광저우, 후이저우로 몰려갔다. 삼성전자, LG전자(이상 후이저우), 삼성전기(둥관)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주장삼각주에 생산 기지를 뒀다.



급부상하던 둥관시에 2012년 말 재정파산 위기설이 돌았다. 그동안 기업에 땅을 임대하고 거기서 나는 수익과 세금으로 지탱해왔는데, 공장들이 내륙이나 베트남, 필리핀 등지로 빠져나가면서 곳간이 빈 것이다. 중국 중산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지난 7년간 둥관의 공장 수는 매년 15%씩 줄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상승이다. 2007년 ‘신노동법’ 공포 후 중국 각 성의 최저임금은 13~17%씩 올랐다. 올해 주장삼각주 지역 월 최저임금은 선전 1600위안(약 27만8000원), 광저우 1550위안(약 26만9300원), 둥관 1310위안(약 22만7600원), 후이저우 1130위안(약 19만6300원)이다. 춘절 등 명절에는 시급이 3배로 뛴다.

2012년부터는 5대 보험(기본양로·기본의료·산재·실업·출산)을 의무화했다. 기업들은 초과근로수당까지 포함하면 1인당 월 평균 3500위안(약 60만80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국내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증취세’도 높은 편이다. 매출액 9억 위안 미만은 4%, 10억 위안 이상은 17%를 내야 한다. 전기요금도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비싸다.

지가(地價)도 오르고 있다. 일례로 2000년대 중반 둥관에 진출한 업체는 ㎡당 임대료로 800위안씩 냈다. 지난해 카메라모듈업체 C사는 ‘파격적인 혜택’을 받고 ㎡당 1200위안에 계약했다. 중국 내 사정이 변하면서 삼성전자도 최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 ‘갤럭시노트’ 제조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기존 톈진, 후이저우 제조공장의 생산량은 점차 줄이기로 했다.

중국 정부 “기술 없으면 지원 없다”

첨단 장착 중국 IT ‘무서운 질주’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첨단기술을 앞세워 현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가동을 시작한 시안의 반도체 공장 전경.

이런 상황은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초래한 면도 있다. 이들 공장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연구개발(R&D) 센터 또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첨단 공장이 들어선다. 한국 기업만 놓고 보면 삼성디스플레이(쑤저우), LG디스플레이(광저우)가 중국에 공장을 지어 올해부터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000년대 후반 우시에 진출했고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시안에서 반도체를 생산한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3차원(3D) 낸드플래시메모리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공정이다. 왕성 후이저우 부시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LG전자와 R&D 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며 “기술 투자를 하는 건 환영하지만 저렴한 인건비를 보고 오는 업체에는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IT 선진국을 가늠하는 척도인 반도체, 통신, 스마트폰 기술력에서 중국은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 샤오미, ZTE, 화웨이, 오포 등은 스마트폰 설계와 디자인, 제조 모든 면에서 삼성전자, LG전자에 비견할 정도가 됐다. 샤오미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분기 휴대전화 판매량 3위에 올라섰다.

통신기술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는 세계 이동통신 기술 발전을 이끌어왔다. 연내 상용화하기로 한 ‘3밴드 캐리어 애그리게이션(CA)’ 기술도 한국만 사용한다. 3밴드 CA는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3개 대역을 동시에 사용해 데이터 송수신 속도를 4배 빠르게 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많이 써도 원활하게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11월 8일 중국 차이나모바일이 이 기술을 내년부터 서비스하겠다고 발표했다. 차기 5세대(5G·현재 사용하는 LTE는 4G) 이동통신기술 표준을 정하는 회의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중국이 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차이나유니콤은 스페인 텔레포니카 지분을 사들이는 등 전 세계 이동통신 업계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IT 제조 분야 최고 기술력이 요구되는 반도체는 후발국이 따라오기 힘든 분야다.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전자기기 두뇌 구실을 하거나 각종 제어, 센서를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한국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자제품 안에서 전류를 담았다가 흘려 보내는 반도체 가운데 하나인 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IGBT)는 한국이 부진한 분야지만 중국은 약진하고 있다. 올해 초엔 독일 인피니언이 IGBT 시장에서 중국계에 밀려 반도체 가격을 절반으로 인하하기도 했다.

중국은 인터넷 분야에선 이미 초강국이 됐다. 미국과 직접 경쟁한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포털 알리바바그룹은 9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해 10월 28일 장중 최고가 기준 시가총액 11위(2477억 달러)에 올라섰다. 아마존과 세계 온라인 쇼핑 시장을 놓고 겨룬다. 알리바바가 전 세계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중국 최대 쇼핑 시즌인 ‘싱글데이’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위상이 비슷해졌다. 알리바바는 금융결제서비스 ‘알리페이’로 내년부터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중국 업체가 한국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 산업 분야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주간동아 963호 (p26~27)

오은지 전자신문 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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