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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18억 원 재산 김혜경은 상속자?

유병언 측근과 달리 회사 자금 사유화…검찰, 아들·딸 유병언과의 관계 파악 집중

  • 최우열 동아일보 기자 dspn@donga.com

418억 원 재산 김혜경은 상속자?

418억 원 재산 김혜경은 상속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가 10월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검찰수사관들 에게 체포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세간에선 김혜경을 ‘유병언의 재산관리인’이라고들 하는데 김씨가 한국으로 들어와도 별것 없을 것 같다. 김씨가 그룹 경영이나 유병언 일가의 재산을 구체적으로 관리했다는 증거가 별로 없다. 단지 유병언이 훗날 상속 전 재산의 일정 부분을 김씨에게 떼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김혜경 송환 직전, 유병언 수사 지휘 라인의 검찰 핵심 관계자)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 김혜경(52·여) 한국제약 대표가 미국에서 체포된 뒤 국내 송환이 확정됐을 때도 검찰은 알려진 것과 달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유 전 회장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재산관리라는 ‘책무’를 이행했다기보다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내 재산관리인 따로 있어 잘 몰라”

법무부와 검찰이 김씨 송환 작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은 9월 19일. 이 날짜는 미국 수사당국이 김씨 송환을 위해 10월 6일자(현지시간) 대한항공 항공기 티켓을 편도로 발권한 날짜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용은 약 3000달러, 이코노미석이었다. 법무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이런 정보를 입수하고 인천지방검찰청(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에 전달했고, 검찰은 본격적인 조사 준비에 착수했다.

검찰은 그동안 묵혀놨던 김씨 관련 수사 기록과 국내외 범죄혐의 재산 목록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고, 김씨의 추가 범행을 찾아내기 시작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예정된 시간표대로 김씨는 10월 6일 오후 2시 35분쯤(현지시간) 미국 워싱턴덜레스국제공항에서 미 국토안보수사국(HSI) 직원 2명과 함께 대한항공 KE094편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4월 16일) 전 미국으로 출국했던 김씨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뒤 도피 생활을 하다 9월 4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주의 한 아파트에서 HSI에 체포됐다. 당초 김씨가 강제추방이나 여권 무효화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한국 송환을 거부할 경우 미국 이민법정에서 추방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을 받아야 해 국내 송환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씨는 변호사와 상의한 끝에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했고, 미국 당국도 2주 정도 규정된 절차를 진행한 뒤 김씨를 한국으로 송환키로 한 것이다.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김씨는 “투자를 잘해서 재산을 모았으며 내 재산을 관리하는 다른 여성이 따로 있어 잘 모른다”며 제3의 인물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에서 김씨 재산을 418억 원대로 파악했다. 이 중 아이원아이홀딩스 등 계열사 주식(약 120억 원)과 부동산 27건(약 104억 원)은 유 전 회장의 차명재산으로 의심돼 동결된 상태다. 검찰은 경기 평택시 등의 부동산 94건(약 183억 원)도 실소유 관계를 확인해 환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은 일단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선 김씨에게 회사 돈을 빼돌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 21억 원, 조세포탈 5억 원 등 총 26억 원의 범죄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를 적용했다. 범죄 혐의 액수는 300억~400억 원대이지만 구속영장엔 26억 원만 적용한 이유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명백한 혐의만 추려낸 것이고, 나머지 금액은 20일간 구속기간 중 보완해 전액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418억 원 재산 김혜경은 상속자?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수사관들이 9월 4일 밤 12시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를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압송하고 있다(위).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 있는 한국제약 식품사업부 공장 입구 명패에는 ‘김혜경’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다.

검찰이 밝혀낸 김씨의 구체적인 혐의를 보면 구속 기소된 다른 계열사 사장의 범죄혐의와는 양상이 다르다. 송국빈(62) 다판다 대표의 혐의는 계열사 자금을 유 전 회장 일가에게 몰아준 것이지만 김씨의 혐의는 유 전 회장의 사진들을 고가에 사들인 혐의(1억여 원)를 제외하곤 대부분 회사 자금을 자기 재산화한 것이다.

한국제약 자금이나 영업권 등 권리를 무단으로 빼돌린 혐의(15억여 원), 본인 소유의 서울 역삼동 건물과 강원 횡성의 버려진 땅을 회사가 고가 매입하거나 임차하게 한 혐의(30억여 원+α), 다른 계열사인 애그앤씨드 해남 창고를 20억 원의 고가에 매입해 돈을 빼돌린 혐의 등이 바로 그것.

또 국세청이 9월 중순쯤 한국제약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여 김씨가 ‘스쿠알렌’을 판매하면서 매출신고를 누락해 15억여 원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고발키로 한 부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자금 약 200억 원을 빼돌려 김씨 본인과 언니, 지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두거나 주식과 보험에 투자한 정황 등 대부분 범죄 수익이 김씨 자신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재산 등 1157억 원을 추징 보전하는 등 동결했고, 청해진해운 관계자 재산 등 1222억 원을 가압류해놓은 상태다. 여기에 김씨의 혐의 재산 400억 원을 합친다 해도 정부가 추산하는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보상비 등 손실비용 6000억 원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무성한 소문의 실체 확인 중

검찰은 당초 김씨 송환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유 전 회장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하고 보름 만인 4월 25일 김씨에게 “귀국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데 이어 5개월여 동안 미국 체류자격 취소 요청, 범죄인 인도청구, 인터폴 수배 등의 절차를 차례로 밟아나갔다. 김씨가 막대한 규모로 추정되는 유 전 회장의 실제 소유 재산의 실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김씨가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에서 유 전 회장의 장·차남에 이은 3대 주주이며, 또 다른 핵심 2개 계열사의 대주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의 경영에 대해 파악하면 할수록 미국에서 도주 중인 두 사람(또 다른 최측근 김필배(76)와 차남 유혁기(42))이 핵심이지 김씨가 뭘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와 유 전 회장의 관계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의 실체도 확인 중이다. 그동안 전 구원파 신도들 사이에선 “김씨가 유 전 회장과 최측근 이상의 관계였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일부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내용은 “최근 김씨 관련 옛 호적부에 1998년생인 김씨 아들의 아버지로 ‘일본인 이름’이 적혀 있으며 그 이름은 유 전 회장이 과거 일본에서 썼던 이름과 같다”는 내용이었다.

유 전 회장은 1941년 2월 11일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45년 광복 후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에 대해 김씨 아버지는 “딸이 미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 또래인 재일교포 김철 씨와 연애해서 두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두 아이를 낳고 얼마 안 돼 김철 씨가 폐결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딸의 두 자녀가) 유 전 회장의 아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다. 혹시 (유 전 회장의 일본 이름이) 호적에 올라가 있다면 다른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록에서도 미심쩍은 흔적이 나왔다. 지난해 김씨가 자녀 유학문제로 유학원과 민사소송을 벌일 당시 법원에 제출한 소송기록 중 미국에서 작성한 딸(2000년생)의 출생신고서엔 아버지가 ‘HOON KIM(김훈)’으로 적혀 있었던 것. 그는 1961년 2월 11일 일본 태생으로 유 전 회장과 생년만 다르고 생월일은 같았다.

유 전 회장의 재산을 찾아 환수하는 데는 상속문제도 주요 변수이기 때문에 유 전 회장의 가족관계를 검찰이 파악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를 해보지 않는 한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까지 드러난 김씨의 혐의와 각종 흔적들로 봐선 유 전 회장이 장남과 차남과는 별도로 김씨에게 많은 재산을 넘겨줘야 하는 모종의 이유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주간동아 960호 (p28~29)

최우열 동아일보 기자 dsp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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