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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위기의 김무성 딜레마

청와대 겨누거나, 목소리 내거나

김무성 대표 취임 100일 살아 있는 권력과 ‘밀당’ 본격화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newslove@naeil.com

청와대 겨누거나, 목소리 내거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급부상한 잠룡(潛龍)’이다.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전대)에서 당대표에 당선한 직후 7·30 재·보궐선거(재보선)를 압도적 승리로 이끌면서 순항을 예고했다. ‘잠재적 경쟁자’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해 ‘혁신 드라이브’를 걸었고, 세월호 특별법 대치 정국에선 구원투수로 등장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치 복원’에 나섰다. 한두 달 사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상위권에 올랐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여권 주자 가운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0월 21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 대표는 “낙제점을 면한 수준”이라며 ‘낮은 평가’를 했지만 보이는 건 그 이상이다.

김무성, 그래도 살아 있네

“김무성, 그래도 살아 있다니까요.”

새누리당 한 고위관계자는 김 대표 취임 100일을 이렇게 평가했다. 직전 황우여 대표 시절과 비교하면 새누리당의 역동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당청(黨靑)관계에선 ‘수동적’이란 비판을 받았던 황 전 대표와 달리 김 대표는 전대에 출마할 때부터 청와대와 일정 부분 각을 세웠다. ‘할 말은 하겠다’와 ‘새누리당의 변화’가 슬로건이었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의 이러한 스타일이 청와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황 전 대표 체제에서의 당청관계에 실망한 당심과 민심은 변화를 원했다.



이어 ‘미니 총선’으로 불린 7·30 재보선에서 압승한 후엔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풍모를 보였다. 보수혁신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정치적 프레임을 새누리당에서 보수로 넓히고 진보 타이틀인 혁신을 가져왔다. 이 위원회 수장으로 친이(친이명박)계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김 전 지사를 영입한 것은 여론과 당직자들의 허를 찌른 인선이었다. “정말 통이 크다”는 평이 쏟아졌다.

세월호 정국에서는 ‘중진’의 강점을 과시했다. “야당과 협상은 원내대표 몫”이라며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해 논란을 비켜갔고,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문 비대위원장과 전격 회동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출신(김 대표)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출신(문 비대위원장)의 만남은 ‘선 굵은’ 정치에 대한 중년 남성의 향수를 자극했다.

청와대 겨누거나, 목소리 내거나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김무성 대표가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당청 갈등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왼쪽). 2014년 1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일을 할 엄두를 못 낸다”며 조기 개헌 반대 의사를 밝힌 박근혜 대통령.

육군 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사건으로 국방부 치부가 드러나자 8월 3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당대표실로 불러 탁자를 치며 호통을 쳤고, 국정감사(국감)가 시작된 10월 8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을 당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불러 2018 평창겨울올림픽 준비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는 리더십이 부각됐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감 기간에 장관을 불러 국정을 챙기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김 대표는 청와대를 존중하면서 일방적 거수기 구실은 안 했고, 당의 구실은 구실대로 잘 살려나간다”고 평가한다.

할 말을 하다 보니 당청관계는 순탄치 않다. 세월호 정국에서도 세월호 유가족을 직접 만나면서 이 원내대표와는 미묘하게 다른 메시지를 던졌고,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사내 유보금 과세 추진’에 대해 공개 반대하면서 갈등설이 불거졌다. 10월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김 대표가 한 ‘개헌 봇물 발언’과 이후 청와대의 반격은 김 대표와 청와대의 ‘얕은 신뢰, 깊은 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 대표는 발언 다음 날 “내 불찰이다. 대통령께 사과드린다”며 ‘꼬랑지’를 내렸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발언 닷새 뒤 김 대표 취임 100일에 맞춰 “실수로 개헌을 언급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는 앞으로의 험로를 예고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최근 공무원연금법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공무원연금법 연내 처리’를 요청하는 청와대에 대해 “연내 처리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가 그다음 날 곧바로 “대통령과 절대 싸울 생각 없다. (박 대통령과) 한 몸으로 해나가겠다”며 또 한 번 ‘꼬랑지’를 내렸다. 이를 두고 김 대표의 모호성과 정제되지 않는 발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월 23일에는 김 대표와 호형호제하던 김태호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경제 관련 법안 처리가 시급한 마당에 개헌 문제가 정국 이슈가 돼 경제 활성화가 묻히고 있다는 게 사퇴의 변이었다.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 활성화 법안만 제발 좀 통과시켜달라고 하는데 국회는 ‘개헌이 골든타임’이라면서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며 은근히 김 대표를 질시했다. 김 최고위원의 사퇴를 두고 김 대표와 김 보수혁신위원장에 가렸던 김 최고위원의 차기 행보, 친박 줄서기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어쨌든 ‘개헌 내홍’을 수습하던 김 대표로서는 막내동생의 고사리손에 제대로 콧등을 맞았다.

개헌 엎친 데 김태호 덮쳐

청와대 겨누거나, 목소리 내거나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사퇴 의사를 밝히고 대표최고위원실을 나오고 있다.

친박 한 핵심 인사는 10월 22일 ‘주간동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통령이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하려 출국하기 직전 ‘개헌 불가’를 당부했는데도 중국에서 ‘개헌 봇물’을 얘기하는 건 지나쳤다. 물론 김 대표로서는 자기 정치를 보여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 청와대로서도 일부 비당권파(친박) 인사들이 미래권력(김 대표 지칭) 측에 서려는 ‘월김(越金) 상황’에서 김 대표의 자기 정치를 엄중 경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대표에 당선하면서부터 예견된 일 아닌가. 김 대표가 바짝 엎드리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앞으로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그의 말처럼, 김 대표는 전대에서 체감한 ‘변화’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고, 보수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만약 혁신의 칼끝이 청와대와 친박을 겨눌 경우, 그로서도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잠재적 대선주자라는 점에서도 현재 권력과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 당장 내년 5월이면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야 하고, 2016년 4월 총선 공천도 신임 원내대표와 잡음 없이 이뤄내야 한다. 동시에 당 조직도 끌어안고, 대권주자로서 자리매김도 해야 한다. 새누리당 한 재선의원은 이를 ‘밀당’(밀고 당기기)에 비유한다.

“‘할 말은 하겠다’던 김 대표가 무조건 청와대에 고개를 숙일 수도 없고, 여전히 50%대 지지율을 끌고 가는 박 대통령과 섣불리 각을 세울 수도 없다. 시쳇말로 ‘살아 있는 권력’은 대권주자의 도덕성에 스크래치 내려면 언제든 낼 수 있지 않나. 김 대표로서는 적당히 협조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건 ‘김무성 스타일’도 아니다. 현재로선 김 대표가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서 차기 총선 공천 때까지 청와대와 끊임없이 ‘밀당’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애할 때도 적당한 밀당은 긴장감 있어 좋다. 그러나 과하면 ‘상하이발(發) 개헌 발언’처럼 파국 직전까지 갈 수도 있다.”

결국 김 대표의 향후 입지는 청와대와 복잡한 민심 사이에서 ‘밀당’을 얼마나 잘하는지에 달렸다. 100일 변곡점을 지난 김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난국을 헤쳐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960호 (p18~19)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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