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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튀는 행보는 당권 잡기?

열흘 단식 존재감과 자기 정치 각인…친노 진영에선 찬반 엇갈려

  •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문재인 튀는 행보는 당권 잡기?

문재인 튀는 행보는 당권 잡기?

추석 귀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9월 5일 부산역 광장에서 문재인, 배재정 의원(앞줄 오른쪽 첫 번째)과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관계자들이 귀성객을 상대로 인사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끌어낸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유가족 등의 반대에 부딪혀 두 차례나 백지화되면서 출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새정치연합 ‘박영선 체제’는 좌초 위기에 놓였다. 계파를 막론하고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협상 과정에서 보인 독단적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비상대책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박 위원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틈을 타 당내에선 대여 강경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 중심에는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이 있다. 문 의원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 씨와의 동조 단식을 통해 지도부의 장외투쟁을 이끌어냈다.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선거(대선) 패배이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에서 숨죽여 있던 문 의원이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이런저런 비판도 많았지만 문 의원 개인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의원들과 접촉면 넓히기

문재인 튀는 행보는 당권 잡기?

제329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이 열린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오른쪽)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문 의원의 단식농성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의원은 “우리 지지층에게 확실히 어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의원이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당 안팎에선 “지도부를 흔드는 행위” “대선주자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문 의원은 김영오 씨가 단식을 그만둘 때까지 열흘간 단식을 강행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세월호 국면에서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 이는 문 의원이었다”며 “등 떼밀리듯 대선에 나왔던 2012년과 달리 이제는 확실히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단식을 그만둔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문 의원이 팽목항을 찾고 얼마 되지 않아 박 위원장이 팽목항을 찾기도 했다. 문 의원은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며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9월 2일에는 시민통합당 출신인 문성근 ‘국민의 명령’ 상임운영위원장과 최민희 의원 등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로 만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네트워크 정당’ 구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문 의원의 최근 행보를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쥐기 위한 수순으로 본다. 문 의원 측은 “당권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이미 친노 진영에선 문 의원이 당권을 잡고 2016년 총선을 진두지휘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선에 재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최대한 등판을 늦춘 뒤 대선에 직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측에선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질 정도로 당이 망가진 상황에서 문 의원처럼 대중성과 인지도를 갖춘 인물이 직접 당을 운영해야 그나마 당의 재정비가 가능하다고 본다. 친노계 한 의원은 “문 의원은 이미 대선에서 평가를 받은 사람”이라며 “총선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해야 당은 물론 외부에서도 다시 한 번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2011년 한나라당이 난파 위기에 처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당을 맡아 총선 승리를 이끌고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서 승리한 점을 강조한다. 박 대통령은 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 파문으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지자 5년 만에 당권을 잡으며 정치 전면에 나섰다. 당시 친박계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조기 등판을 만류하는 의견이 적잖았으나 박 대통령의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로고와 상징색을 바꾸는 등 쇄신 작업에 착수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들은 또 다른 친노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교통정리를 하기 위해서라도 문 의원의 당권 도전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문 의원이 당권을 잡고 자기 능력을 보여주면 다시 한 번 대권 도전의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또 다른 친노 잠룡인 안 지사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당내 상황이 다르다며 만류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새누리당은 당권을 잡은 쪽으로 힘이 급격히 쏠리면서 당권을 잡은 이가 다양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반면, 다양한 계파가 존재하는 새정치연합에선 계파 간 갈등으로 상처만 입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문 의원의 조기 등판에 반대하는 한 의원은 “현안에 대해 한마디씩 던지며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단언했다.

“새 정치를 내세우며 엄청난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안철수 의원도 당대표를 맡고 정치 전면에 나선 순간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그 결과 4개월 만에 치명적인 상처를 받고 물러났다. 문 의원이 당권을 잡는 순간 비노(비노무현)계는 물론, 2017년 대선을 두고 경쟁하는 다양한 세력이 문 의원을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라 내공을 쌓으며 기다릴 때다.”

지역에선 총선 불출마론 솔솔

문재인 튀는 행보는 당권 잡기?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 씨(왼쪽)가 46일 만에 단식 중단을 선언한 8월 28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 동부병원 병실에서 병문안을 온 문재인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8월 하순 부산·경남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문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문 의원은 당시 단식농성 중이라 지역구를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 부산 지역 의원들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서둘러 부산으로 내려간 것과는 대비됐다. 문 의원 측은 “사상구청장과 통화하고 지역 피해 복구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를 내렸다”고 했지만, 지역 정가에선 “서울에서 단식한다고 지역구는 모르는 척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불만을 의식한 듯 문 의원은 추석 연휴 동안 지역구에 머물며 민심을 챙겼다.

문 의원이 지나치게 서울 중앙 정치에 몰두하다 보니 지역구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지역구인 사상에서조차 박 대통령에게 득표율이 밀렸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구청장을 비롯해 시·구의원이 전패했다. 20대 총선 승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새누리당은 다음 총선에서는 무조건 문 의원을 낙선시키겠다고 벼르는 상황이다. 부산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총선에선 전체 구도상 손수조 후보를 공천했지만 그 당시에도 권철현 전 주일대사나 설동근 전 부산시교육감 같은 중량급 있는 인사를 내세웠으면 문 의원을 이길 수 있었다”고 호언했다.

지역 정가에선 문 의원이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를 맡아 전체 총선을 지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각각 비례대표를 맡은 바 있다. 부산 출신의 친노 배재정 의원의 최근 행보도 이런 소문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배 의원은 올해 부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그 장소가 문 의원의 지역구인 사상이었다. 최근 폭우로 부산이 물난리가 났을 때도 서둘러 부산에 내려가 현장을 챙겼다.

‘총선 불출마론’에 문 의원 측은 “총선이 1년 반도 더 남았는데 너무 성급한 얘기”라며 선을 긋고 있다. 친노계 한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도 ‘부산벨트’를 놓고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는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문 의원이 빠진다는 게 말이 되겠느냐”며 “설령 지더라도 부산에서 싸워야 문 의원이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있었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20대 총선이 끝난 후 1년 8개월 이후에야 19대 대선이 있다는 점이 변수다. 원내 진입에 실패할 경우 대선 가도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실리와 명분을 놓고 문 의원 측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14.09.15 954호 (p18~19)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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