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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요양병원을 혁파하라 02

환자가 돈…이유 있었네

병원 개설 쉬운 데다 규정 안 지켜도 제재 장치 없어

  • 송현종 상지대 의료경영학과 조교수

환자가 돈…이유 있었네

환자가 돈…이유 있었네

고령화 시대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좀더 강도 높은 시설·서비스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다. 노인에겐 만성질환과 기능장애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데 건강상 특징은 입원 욕구를 증대시킨다. 노인의 임상적 욕구와 맞물려 요양병원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언론 보도에 나오는 요양병원은 ‘병원이 맞나’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요양병원이란 무엇이며, 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고 해결책은 무엇일까.

의료법 제3조 2항에서는 요양병원을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한 요양병상을 설치한 병원’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에서는 요양병원 입원 대상자를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또는 상해 후 회복 기간에 있는 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서 주로 요양이 필요한 자라고 정해놓았다.

여기에서 전염성 질환자, 치매를 제외한 정신질환자는 입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단,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의 경우에는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라 요양병원 입원이 가능하다. 정리하면 요양병원은 장기간 입원이 필요한 환자에게 의료와 요양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라는 것이다.

요양병원은 다른 종별에 비해 법적 개설 요건이 단순하다. 종합병원, 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의 인력과 시설 기준을 비교한 결과, 인력 기준에서 의사는 1일 입원환자 40명마다 1인으로 돼 있다. 다른 종별은 1일 입원환자 20명마다 1인으로 규정해놓았다. 또한 요양병원은 의사에 한의사도 포함한다. 간호사의 경우 종합병원과 병원은 입원환자 2.5명당 1인, 한방병원은 5명당 1인인 반면, 요양병원은 6명당 1인이고 간호조무사를 간호사 정원의 3분의 2 범위 내에서 둘 수 있게 허용했다.



의료와 요양 제공하는 의료기관

병원급 다른 의료기관에는 임상검사실, 방사선 장치를 설치하게 돼 있는데 요양병원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다만 요양병원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장기간 입원에 불편함이 없도록 식당, 휴게실, 욕실 및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도 기준이 명문화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2013년 10월 4일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요양병원 안전손잡이 설치, 욕실 기준, 승강기 설치에 대한 규정이 마련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같은 시설 및 인력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의료기관 폐쇄 같은 제재를 가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요양병원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수요 측면에서 요양병원에 가장 많이 입원하는 노인 환자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그에 따라 서비스 강도가 비교적 낮은 치료를 반복적, 장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한 질병, 노화 등으로 기능 상태가 저하한 만큼 치료 외에 수발, 복지 등 다양한 서비스 욕구가 동반된다. 여기에 노후를 자신이 살던 지역 사회, 가정에서 보내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지역 사회나 가정으로의 복귀를 위한 서비스도 필요하다.

그런데 사회구조 변화로 가정에서 전적으로 담당하던 돌봄 노동을 사회에서 일정 부분 담당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현실적으로 노인에게 의료 및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보건소, 일반 병원,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다양하지만 기관 간 연계와 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아 서로 중복되는 서비스가 많다. 이는 결국 공급 왜곡현상으로 이어진다.

환자가 돈…이유 있었네
2012년 연간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30만 명에 달했다. 2008년에 비해 1.6배 증가한 수치다. 요양병원 환자와 요양시설 입소자의 주요 질병은 치매, 뇌졸중으로 거의 유사하다. 또한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긴 하지만 입원 치료의 필요성이 적은 사회적 입원환자가 다수이고, 요양시설은 의료적 처치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2012년 장기요양 등급을 받고도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은 환자가 8만6000여 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수치는 현재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수요자의 요구에 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급 측면에서는 요양병원의 양적 증가를 지적할 수 있다. 2002년 54곳이던 요양병원은 10년 후인 2012년 1241곳으로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노인 인구 1000명당 요양병원 병상 수는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데, 우리보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과 비교해서도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진료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요양병원의 질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대답하기 힘들다. 질 측정 방법, 절대적 비교 기준을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 규정을 준수하는지 여부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201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요양병원이 약 10%, 간호인력 기준 미충족 요양병원이 약 26%, 간호인력 중 간호사 비율 기준 미충족 요양병원이 약 22%였다. 최소한의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병원이 10곳 중 3곳 이상이라는 얘기다.

요양병원의 질 관리 문제를 인지한 보건복지부는 2008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를 실시, 매년 그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2013년부터 요양병원에 의무적으로 인증평가를 받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상대적으로 질이 낮거나 의무 인증을 받지 못한 요양병원을 퇴출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평가나 인증에 최근 문제가 된 환자 인권에 대한 부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 요양병원을 없앨 수는 없다. 좀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요양병원의 임무와 기능을 정립하는 게 급선무이다. 이에 앞서 요양병원이 전체 의료체계와 노인 의료복지체계 내에서 어떤 임무를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실제 유인알선이라는 의료법 위반 행위로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 노숙인에게는 의료기관의 의료 서비스가 아닌 사회복지나 자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적합하다. 임무 및 기능 정립과 관련해서는 급성기 병원과 요양병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연계에 대한 논의를 포함해 큰 틀에서 정리가 필요하다.

민간과 공공 협력체계 구축을

그다음으로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노인 돌봄 서비스와 치료 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 노인이 잔존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 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 서비스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건실한 지역 사회 서비스를 기반으로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같은 시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재정적 측면에서나 수요자 요구 충족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다만 이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므로 장기적인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과 공공의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대부분 민간 위주로 설립돼 공공의료기관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요양병원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공요양병원은 극히 소수이며 이마저도 대부분 민간 위탁체제로 운영된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급성기 병원과 요양시설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담당하는 만큼 공공에서 주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공공기관을 확충해야 하고, 더불어 민간과 공공의 협력체계를 통해 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요양병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수요자를 고려해 시설 및 인력 기준을 재정비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며, 입원과 전원을 통제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등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주간동아 952호 (p16~17)

송현종 상지대 의료경영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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