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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슈퍼 엘니뇨’의 습격?

예년보다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는 태평양 수온 변화 탓

  • 오가희 과학동아 기자 solea@donga.com

‘슈퍼 엘니뇨’의 습격?

‘슈퍼 엘니뇨’의 습격?

전국에 강한 소나기가 내린 6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거리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비가 온다. 길을 걷다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무시했다가는 순식간에 쫄딱 젖고, 편의점에서 간이우산을 사들면 비가 그친다. 사람 두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대체 요새 왜 이런가.

날씨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올해 날씨가 어떻게 변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자. 겨울에는 추웠고, 최근에는 더웠다. 그렇다면 봄은? 날씨 예보보다 벚꽃이 일주일 이상 빨리 피는가 하면 순식간에 더워졌다가 다시 순식간에 추워졌다. 심지어 5월에는 이상 저온 현상까지 나타났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때문에 기자도 가방에 얇은 재킷이나 카디건을 항상 넣어가지고 다녀야 했다.

날씨는 크게 일기와 기후로 나눈다. 짧은 기간 좁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날씨 관련 현상을 일기라 하고, 넓은 지역에서 장기간 일어나는 날씨 현상을 기후라 한다. 서울 일기예보, 우리나라 기후라고 하지만 서울 기후, 우리나라 일기예보라고는 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구분이 쉽다. 우리나라 기후에 관해서는 누구나 쉽게 설명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에는 덥고 습하며 겨울에는 춥고 건조하다.

하지만 매일매일 빠르게 변하는 일기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분야다. 일기는 이동성 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대기는 여러 개의 거대한 공기 덩어리로 이뤄져 있다. 이 공기 덩어리를 기단이라 하는데 온도나 습도, 기압 등의 특징에 따라 구분한다. 특징이 다른 기단은 잘 섞이지 않는다. 동굴이나 지하실에 들어갈 때 에어커튼이나 문이 없어도 갑자기 주변 공기의 온도가 바뀌는 것이 이 때문이다. 기단 안에 공기 분자가 많으면 고기압, 공기 분자가 적으면 저기압이다. 일반적으로 고기압 영향권에 있을 때는 날씨가 맑고 저기압 영향권에서는 흐리며 비가 온다(상자기사 참조).

높은 수온 예비 엘니뇨 상태



우리나라에서 기단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인다. 북반구 중위도에서 언제나 부는 바람인 편서풍 때문이다. 일기예보를 보면 언제나 중국과 서해 날씨를 언급할 뿐 일본 날씨는 언급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압 배치도를 보여주면서 서해에 고기압이 있으면 날씨가 맑을 것이고, 저기압이 있으면 흐리거나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이 많아졌다. 심지어 6월 22일에는 같은 서울에서도 잠실에는 폭우가 쏟아져 야구 경기가 중단된 반면, 목동에는 비가 오지 않아 경기가 끝까지 진행됐다. 이처럼 지역적으로 쏟아지는 소나기를 국지성 소나기라 하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저기압과 관련 깊다.

올여름 소나기를 맞은 적이 있다면 직전 날씨가 어땠는지 기억을 되살려보자. 분명 구름 한 점 없이 햇볕이 내리쬐었다. 공기는 왜 또 그렇게 뜨겁고 습한지 에어컨이 없으면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 이처럼 주변에 비해 갑자기 데워진 공기는 빠르게 상승하면서 구름을 만든다.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진 구름은 좁은 지역에 순식간에 비를 뿌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린다. 열대 지방에서 내리는 스콜과 유사하다.

최근 이처럼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과 관련해 ‘슈퍼 엘니뇨’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남위 5도~북위 5도), 태평양 중심(서경 170~120도) 지역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정확하게는 수온이 평년보다 0.4도 높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니뇨라 한다. 이 온도가 더 높아지면 ‘슈퍼 엘니뇨’가 된다. 기상청과 미국 해양대기청에서 수학 모델을 이용해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는 높은 수온이 여름철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예비 엘니뇨 상태다.

태평양 한복판 수온이 왜 전 세계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바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적도 근처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분다. 세면대에 물을 받은 뒤 입으로 불면 물이 밀리듯, 무역풍도 적도 근처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어낸다. 이 때문에 태평양 서쪽은 동쪽보다 해수면이 조금 높은 경향을 보인다. 엘니뇨는 이 무역풍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약화할 때 발생한다(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평소 적도 부근의 태평양 서쪽 표면에는 따뜻한 바닷물이 모이고, 표층 물이 밀리는 동쪽에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해저의 차가운 물이 올라온다. 그런데 무역풍이 약해져 물이 덜 밀리면 서쪽은 따뜻한 물이 부족하고, 동쪽은 따뜻한 물이 넘치는 상황이 된다. 이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엘니뇨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따뜻한 물이 부족해진 태평양 서쪽에서는 이상 저온 현상이 발생하고, 동쪽에서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난다. 그뿐 아니다. 본래 태평양 서쪽은 무역풍을 타고 밀려온 더운 해수의 영향으로 공기가 데워져 저기압이 만들어지는 위치다. 당연히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지만 더운 물이 부족하면 가뭄이 든다. 반대로 동태평양 지역은 심해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해수 덕에 공기가 하강하는 지역이지만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공기가 데워지는 까닭에 비가 오고 홍수가 진다.

태평양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적도 인근 지역보다는 비교적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을 덜 받는다. 그러나 엘니뇨가 지구 절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인 만큼 거시적인 면에서는 변화가 나타난다. 과거 봄여름에 엘니뇨가 발생한 해(1972, 82, 86, 91, 94, 97, 2002)의 여름철 기압을 살펴보면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쪽으로 확장하지 못했다. 태평양 서쪽에 이상 저온이 생기면서 온도가 높은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지 못한 것이다. 자연히 태평양 북서쪽에 있는 우리나라도 영향권에 들었다. 여름철 기온이 높지 않고, 반대로 겨울은 따뜻한 경향을 보였다.

지구 절반에 영향 끼쳐

물론 일반인이 느끼기에는 극히 미미한 온도차고, 날씨에는 워낙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엘니뇨가 발생하면 여름에 이상 저온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다못해 금방 여름이 올 것 같았던 5월에 동아시아 지역 대기 흐름이 정체되면서 상층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와 강원 산간지역에 23년 만에(대관령 지역은 33년 만에!) 눈이 내리기도 하지 않았나. 무역풍이 약해졌는데 편서풍이 더 강해지거나 약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기상청은 예비 엘니뇨와 기단 상황, 지형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7~9월 날씨 전망을 내놨다. 7월에는 저기압 영향을 받아 강수량이 조금 많을 것이며, 8월에는 대기가 불안정해 지역에 따라 많은 비가 올 수 있다고 한다. 9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화하면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이 커져 기온이 낮고 강수량이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기와 기후를 예측하는 것은 하늘의 뜻을 읽는 일이다. 과학이 발달한 덕에 하늘의 뜻을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게 됐다. 당장 7월 저기압이 발달한다고 하니 가방에 작은 우산 하나를 넣고 다니자. 소나기를 피할 수 있고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는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급할 때 햇빛 가리는 용도는 덤이다.

고기압과 저기압이 날씨 결정

공기의 수직운동과 비


자연은 넘치는 것을 모자란 곳에 채워주려 한다. 뜨거운 물은 주변에 열에너지를 나눠주면서 미지근한 물이 되고, 얼음은 주변의 열을 흡수해 물이 된다. 고기압과 저기압도 마찬가지다. 공기 분자가 넘쳐나는 고기압은 저기압으로 공기분자를 넘겨준다. 이때 공기분자가 움직이는 것이 바람이다.

문제는 일단 형성된 기단은 본래 성질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 고기압 기단은 저기압에 퍼준 공기분자를 보충하려 하고, 저기압 기단은 넘치는 공기분자를 버리려 한다. 이때 수직적인 운동이 나타난다. 저기압 기단에서 공기분자가 위로 올라가면 공기분자와 함께 올라간 수증기가 낮은 온도 탓에 물방울로 바뀐다. 이것이 구름이다. 저기압에서는 항상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고기압은 반대다. 상층에서 공기분자를 끌어올 때 구름까지 같이 끌어내린다. 물방울이었던 물분자는 지상 근처로 내려오면서 수증기가 된다. 그래서 고기압이 지나갈 때는 날씨가 맑다.
‘슈퍼 엘니뇨’의 습격?

4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는 2회 초 우천으로 취소됐다(위). 6월 12일 전주 효자동 전북장애인종합복지관 운동장에 손톱만한 우박이 쏟아졌다.





주간동아 2014.06.30 944호 (p72~73)

오가희 과학동아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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