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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세월호 참사가 남긴 교훈

“내 새끼가 열다섯 날 물속에…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고…”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恨

  • 손효주 동아일보 기자 hjson@donga.com

“내 새끼가 열다섯 날 물속에…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고…”

아들을 보름 가까이 바닷속에 둔 엄마가 웃었다. 좋아하는 이를 마주할 때 그렇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휴대전화 속 아들의 사진을 넘겨보는 눈은 반짝였다.

“얘가 사진마다 표정이 이래요. 남자는 카리스마 있게 사진 찍어야 된다고 인상 쓰고 찍는 바람에 웃는 사진이 없네. 나 닮았어요? 사람들이 큰애는 아빠 닮고 얘는 나 닮았대. 애가 말라서 여리여리하더니 요즘엔 살이 2kg 쪄서 보기 좋아요.”

4월 29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모인 진도실내체육관. 체육관 벽에 기대앉은 황정애(55) 씨는 세월호 계약직 승무원인 둘째아들 안현영(28) 씨 이야기를 할 때 과거형으로 말하지 않았다. ‘아들은 어떠했다’가 아니라 ‘아들은 어떻다’고 했다. “애가 둘째라 그런지 나한테 종알종알 말도 잘해요.” 10여 일 울어 눈이 짓무른 엄마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엄마는 일상적이었다.

과거형을 쓰는 건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뿐이었다. “둘째는 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이지 뭐야. 그런데 생김새가 계집애처럼 예쁜 거야. 분홍색 내복 입히고 머리에 핀 꽂아주고 그랬어요.” 과거를 떠올릴 때 50대 엄마는 두 살 터울 두 아들을 쫓아다니던 20대 서툰 새댁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서른에 가까운 아들은 여전히 엉거주춤 걸음을 내딛으며 엄마를 향해 달려오는 아기였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부정과 통곡



“내 새끼가 열다섯 날 물속에…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고…”

4월 28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 난간에 기댄 실종자 가족이 손에 묵주를 들고 기도하고 있다.

4월 21일부터 5월 3일까지 13일간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무르며 본 실종자의 부모 모습은 황씨와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때때로 자식 잃은 부모 같지 않았다. 실종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한 여학생의 아버지는 “우리 딸은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보다 내가 한 걸 더 좋아해요” 하며 웃었다. 일상적인 척, 억누른 슬픔은 ‘내 새끼가 죽었다’는 현실이 밀려올 때 한 번씩 폭발했다. 현실 부정과 절규의 양극단을 오갔다.

5월 1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날 통곡이 터졌다. 울고 분노하고 가슴 치기를 반복했다. 자식 잃은 부모의 절규는 체육관 천장과 벽 사면을 치며 공명했다.

“보고 싶고, 내 새끼 만져보고 싶고…. 내가 다 씻겨서 키워놨는데. 빌어도 보고 무릎 꿇어도 보고 웃어도 보고 울어도 보고, 열다섯 날이 지나는 동안 갖은 짓을 다해도 소용없고…. 그래도 ‘하루만 지나면 되겠지’가 벌써 열다섯 날이 지났어요. 우리가 들어가서 바닷물을 다 퍼마시자고요! 새끼를 물속에 열다섯 날을 담가놓고. 바다 한 번 쳐다보세요. 그 속에 15일을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키 154cm의 작은 체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덩치 큰 통곡이 모두를 숙연케 했다. 체육관 중앙에 앉은 한 엄마는 목이 찢어져라 울분을 토했다. 사람이 낼 수 있는 음역을 넘어선 분노였다. 2층 스탠드에 선 아버지는 소리치며 울었다. 강당에 흩어지는 소리를 나는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만 그 소리에 “내 새끼” “얼굴” “한 번”이라는 말이 반복되고 있었다. 자원봉사 차 체육관에 머물던 한 약사는 울면서 청심환을 들고 체육관 구석구석으로 뛰었다. 청심환은 금방 동이 났다. 한바탕 통곡이 끝난 체육관은 고요해졌다. 부모는 꽃무늬 매트 위에 앉아 다시 일상처럼 자식을 기다렸다.

아버지가 갓 이발한 머리를 긁적였다. 방금 읍내 이발관에 다녀왔다고 했다. 머리 길이가 1cm도 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지인은 “다시 군대 가도 되겠다”며 웃었다. “머리가 기니까 까치집이 금방 져요. 우리 딸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데 까치집 져서 가면 그렇잖아요. 머리가 짧으면 바로 애 보러 갈 수 있잖아요.”

“깔끔하게 만나야 애가 좋아하지”

“내 새끼가 열다섯 날 물속에…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고…”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부등켜 안고 서로를 위로하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5월 2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17일 동안 보낸 부모들은 깔끔했다. 하루 3시간을 못 자고도 꼬박꼬박 면도를 하고 샤워를 했다. 또 다른 아버지는 갓 수염을 깎아 푸르스름한 턱을 매만졌다. 방금 샤워를 마친 얼굴이 불그스름했다. 진한 스킨 냄새가 났다.

“왠지 오늘 우리 ○○이가 나올 거 같아서 목욕재개를 했어. 여기 와서 오늘 진짜 깨끗하게 씻었다. 나올 때 됐어, 이제. 안 씻고 가면 그게 또 ‘아빠, 냄새나’ 막 이러고 까탈 부린다고.” 상인 아버지는 웃으며 평소 딸 성격이 어땠는지 이야기했다. 웃어 주름진 눈가가 짓물러 있었다. 너무 울었던 탓이다.

체육관 무대에 설치된 대형 TV에서는 뉴스가 나오다 말고 이따금씩 침몰 해역에서 방금 수습한 시신 신상 정보가 떴다. ‘여자(학생 추정), 키 160cm, 하의 아이다스 검은색 운동복, 별 모양 귀고리….’ 그때마다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이 나왔어!” 오열과 시신이라도 찾았다는 안도감이 뒤섞인 비명을 지르며 체육관에서 달려나간 엄마가 먼저 찾은 곳은 화장실이었다.

진도로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몇몇 엄마들이 보인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거울 한 번 보고 물 묻힌 손바닥으로 얼굴을 크게 한 번 훔쳤다. 머리를 손질하고 입술 한 번 바른 뒤 팽목항행 차를 타고 달렸다. ‘애가 나왔다는 데 저럴 정신이 있을까.’ 진도에 머무른 지 닷새가 지났을 때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새끼 마지막으로 보는 건데 엄마가 예쁘게 하고 가면 애가 마음이 좋을 거 아니에요. ‘우리 엄마 예쁘구나’ 하고 마음 놓고 갈 거 아니에요.”

부모들은 또 하나 공통점이 있었다. 나는 그런 몸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침몰 20일째가 다 돼가던 무렵 부모들은 군살 하나 없었다. 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이른 뙤약볕 아래 자식을 기다린 몸은 고동빛으로 그을려 있었다. 양 볼은 푹 꺼졌다. 그런데 약해 보이지 않았다. 지향점 하나를 두고 매진하는 수행자의 몸 같았다. 체육관 한편의 야외법당에서 108배를 올리는 한 엄마의 몸은 꼿꼿했다.

50배가 넘어갈 때부터 갈색의 절 방석에 눈물을 후드득 떨어뜨리면서도 절 올리는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읍내에서 머리를 자른 ‘까까머리’ 아버지는 체육관 중앙에 이불을 덮고 앉아 TV 화면만 봤다. 척추를 곧게 편 아버지의 뒷모습은 건강해 보이기까지 했다. 시신을 찾고 장례를 치르고 나면 고된 수행을 쥐어짜낸 ‘건강함’으로 버틴 부모들은 그제야 으스러질 것 같았다.

내가 진도를 떠나던 날, 체육관 바닥에 넓게 깔린 매트는 주인을 떠나보내고, 하나 둘 화사한 꽃무늬 맨살을 드러냈다. 이제 몇 남지 않은 부모가 ‘깔끔한 수행자’의 몸을 한 채 꼿꼿이 ‘내 새끼’를 기다리고 있다.



주간동아 2014.05.12 937호 (p18~19)

손효주 동아일보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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