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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 배선영의 TV 속 세상

시청률만 잘 나오면 다 용서되나

구설 인물 방송 출연

  •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시청률만 잘 나오면 다 용서되나

시청률만 잘 나오면 다 용서되나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프로그램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에 출연하며 방송에 복귀한 함익병 씨.

강용석, 김구라, 김미경, 그리고 함익병. 한때 구설에 오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케이블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속속 방송에 복귀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들끓는 논란 사이로 복귀를 알린 이는 함익병 씨다. 피부과 전문의인 그는 SBS 예능 프로그램 ‘자기야-백년손님’(‘자기야’)을 통해 장모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사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국민 사위’로 등극했다. 하지만 3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독재를 옹호하는 발언, 여성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자기야’에서 하차했고, 출연하던 또 다른 프로그램인 EBS ‘하이힐-하루 이 시간 힐링’에서도 떠났다. 물론 자의는 아니었다.

“독재가 왜 잘못된 거냐. 플라톤도 독재를 주장했다”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권리의 4분의 3만 행사해야 한다” 등 그가 인터뷰에서 내뱉은 발언의 강도는 꽤 높았지만, 그가 숨죽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4월 2일 방송을 시작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프로그램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 패널로 복귀한 것. 논란이 있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4월 1일 방송을 하루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도 그는 참석했다. 보통 물의를 빚은 당사자는 공식석상에 나오기를 꺼려 한다. 그러나 그는 MC가 아님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비난에 정면대응하지 않고 에둘러 말했다.

함익병 씨 예능 출연 뜨거운 논란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 섭외를 받은 건 몇 달 전부터다. 이후 이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왔으나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겨 방송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 차이는 있겠지만, 이 자리는 내 의견을 구구절절 말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닌 것 같다. 또다시 그런 예민한 발언을 하게 되면 방송 하차가 아니라 집에서 쫓겨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여운혁 CP는 함씨를 굳이 기용한 이유에 대해 “타고난 방송인처럼 말을 잘한다. 방송에서 소신 있게 발언해주면 좋겠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들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함씨는 나와 생각하는 법이 많이 다르다. 가치관도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그런 생각을 가진 분 역시 많다고 봤다. 그의 사고방식이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색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우리 채널에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예능이지 정치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시청자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분이라면 (북한) ‘김정은’이라도 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필요가 없으면 (함씨를) 언제든 자르겠다”는 농담을 곁들이기도 했다.

여 CP의 이 농담에 함씨는 “봐서 재미없으면 (나를) 자르겠죠. 하지만 나를 자르고 나면 시청률 뚝뚝 떨어질 텐데”라고 응수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들의 대화는 제작발표회 사회를 맡은 JTBC 아나운서가 “큰일을 겪더니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정리하면서 마무리됐다. 여 CP의 말대로 함씨가 ‘방송 재능’을 발휘해 비난 여론이 식지 않은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청률만 잘 나오면 다 용서되나

구설에 올랐으나 방송에 복귀한 뒤 인기를 모은 강용석 변호사(왼쪽)와 방송인 김구라 씨.

이에 앞서 구설에 올랐다 복귀한 인물들을 보면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가 다 있다. 현재 방송인으로 자리 잡은 강용석 변호사는 성공 사례 주인공이다. 그는 2010년 전국대학생토론회 뒤풀이 자리에서 여대생들에게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고 말해 많은 이의 공분을 샀으나, 이후 방송을 통해 다시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JTBC ‘썰전’을 비롯해 ‘유자식 상팔자’ 등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한다.

실패 사례 주인공은 신정아 씨다. 지난해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신씨를 한 시사토크 프로그램 MC 자리에 앉히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의 학력 위조 및 고위층 공무원과의 스캔들이 터진 것은 2007년이다. 스캔들 이후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결국 신씨의 방송 출연은 좌절되고 말았다.

논란을 일으킨 인사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방송가의 시각은 다양하다. 한 번 물의를 빚었다고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지 않는 건 야박하다는 시각과 그래도 방송이 물의 인사 면죄의 장이 되는 건 곤란하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썰전’의 김수아 PD는 강 변호사 캐스팅과 관련해 “나는 기본적으로 대중을 믿는다. 대중이 강용석이라는 사람을 방송인으로 받아들인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나중에 정치를 할 때 (유권자가) 표를 줄지 안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 역시 대중 마음”이라고 말했다. 물의를 빚은 인사를 방송에 기용하되, 만약 방송 이후에도 대중의 심판을 통과하지 못하면 언제든 하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기회를 차단하지 않되, 판단은 대중에 맡긴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게 풀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상파 방송국의 한 PD는 “물의를 빚었다고 복귀를 무조건 차단할 수만은 없다”며 “어떤 종류의 물의를 빚었느냐가 여론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법적으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는 잘못을 저지른 이라면 방송에 출연하더라도 이미지 쇄신이 쉽지 않지만, 이혼을 비롯한 스캔들이 문제가 된 경우 대중이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방송은 지극히 공적인 영역

시청률만 잘 나오면 다 용서되나

JTBC 예능 프로그램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속 한 장면.

방송가는 연일 사건사고로 시끄러운 곳이다. 하루에도 논란의 주인공이 여러 차례 뒤바뀌는 곳에서 모두 같은 잣대를 들어 심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은 지극히 공적인 영역이며,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편집에 의해 출연진이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둔갑할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그래서 제작진에게 최소한의 책임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 제작진에게는 일말의 책임의식이 없었다. 함씨를 공식석상에 세웠다면, 적어도 그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성의껏 해명하게 했어야 한다. 제작진 스스로 ‘생각의 다름’으로 그를 포장해서는 안 된다. 독재 옹호나 여성 비하가 존중받아야 할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가치관일까.



주간동아 2014.04.14 933호 (p74~75)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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