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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00세 시대 꼭 알아야 할 藥食궁합 02

왜 경종에게 게장과 감을 먹였나

의식동원(醫食同源) 한의학, 먹으면 서로 毒 되는 것 금기시

  • 이상곤 갑산한의원장, 전 대구한의대 교수

왜 경종에게 게장과 감을 먹였나

인간이 약을 먹는 것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일단 질병이 생기면 인간은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이것저것 음식을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질병이 생기면 입이 말라 먹지 못하고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질병이 생긴 때는 인간에게 오히려 에너지 보급이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현대의학이 증상에 대처하는 대증요법에 주안점을 둔다면 한의학은 질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내부 에너지를 축적하는 게 목표다. 한의학에선 고갈된 에너지를 약과 음식을 통해 보급한다. 약과 음식, 질병과 음식의 궁합을 파악해 일상생활 전반에서 기운을 북돋우는 것이다. 건강은 자기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세심하게 지키고 되찾을 수 있을 뿐, 타인이 보증하거나 증진해주지 않는다.

한의학은 근본적으로‘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대원칙하에서 환자를 진료한다. 의식동원은 질병을 치료할 때 의약품과 음식을 서로 다르지 않게 쓴다는 의미로,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약과 약, 약과 음식, 음식과 다른 음식 사이에는 같은 뿌리지만 절대 함께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가 하면, 꼭 함께 써야 약효를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사람 체질에 따라 독이 되는 약과 음식도 있다. 흔히 사약(賜藥)에 들어가는 부자(附子)도 체질에 맞게 잘 쓰면 좋은 약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한약을 먹고도 효험이 없거나 음식을 먹은 뒤 갑자기 이상 증상이 생겼다면 자신이 먹은 약과 음식의 상호관계를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아무런 원한을 쌓지 않았는데 미운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약과 음식에도 애당초 서로 맞지 않는 상극 궁합이 있기 때문이다. 한방에서 금기시하는 상극 약식궁합을 열거하자면 책 한 권이 넘지만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을 뽑아 소개하기로 한다.

# 열 많은 사람에게 꿩고기 엄금



왜 경종에게 게장과 감을 먹였나
세종의 맏아들인 문종 몸에 난 종기를 진료한 어의(御醫) 전순의는 자신이 편찬한 식이요법서‘식료찬요(食療纂要)’에서 음식을 통한 치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음식이 으뜸이고 약물이 그다음이다. 옛 선조들은 먼저 음식으로 치료하고 음식으로 치료하지 못하면 약으로 치료한다고 했으니 음식 효능이 약의 절반도 넘는다.”

‘식료찬요’ 외에도 ‘산가요록’ ‘의방유취’를 편찬한 전순의는 한국판 약식동원의 창시자로 당대 최고 명의로 손꼽혔지만, 먹으면 독이 되는 상극 궁합의 음식을 먹게 함으로써 문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를 음식에 의한 암살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운의 임금 단종의 아버지인 문종은 평소 치질과 부스럼, 습진을 앓았는데 이런 질환은 한방에서 몸이 뜨겁고 열이 많은 사람에게 오는 질환으로 본다. 그런데 전순의는 이런 문종에게 음양오행으로 따졌을 때 불(火)의 음식이라 할 수 있는 꿩고기를 진상했다. 특히 양기가 충천하는 봄에 꿩고기를 먹으면 치질과 부스럼, 습진 등이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문종에게 꿩고기를 진상한 시점이 봄이었고, 마침 그때 문종은 치질과 피부병을 심하게 앓았다.

중국 명나라 의서(醫書)인‘본초강목’은 꿩고기를‘이화(離火)의 음식’이라 규정하고 성질이 더운 음식인 닭고기 중에서도 가장 열이 많은 야계(野鷄)라고 부르면서 사주에서 태양의 기운이 가득한‘병화(丙火)’ 날에는 아예 먹지 못하게 금기시한 음식이다. 종기는 본래 혈(穴)에 열이 심해 생긴 것으로 화(火)의 작용으로 본다. 질병 양상으로 봤을 때 더 악화할 위험이 있는 음식을 수라상에 올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실수다. 즉위 2년도 안 돼 문종이 숨을 거두자 전순의는 어의에서 전의감 청지기로 전락했지만, 세조가 즉위함과 동시에 공신으로 책봉되면서 암살 의혹이 더 커졌다.

# 모두 찬 음식…독살설 확산

왜 경종에게 게장과 감을 먹였나
1724년 즉위 4년 만에 사망한 경종의 죽음 이면에도 상극 음식궁합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게장과 감의 조합이 그것이다. 그해 8월 19일 경종은 식욕이 줄어들고 원기가 떨어지자 저자 거리에서 의술로 이름을 떨치던 유의(儒醫) 이공윤에게 진료를 맡긴다. 이공윤은 경종의 비위를 좋게 하는 육군자탕을 처방한 후 20일 게장과 생감을 진어했다.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게장과 생감을 먹은 경종은 밤에 갑자기 가슴과 배가 조이는 통증을 호소했다. 이공윤은 복통과 설사를 진정시키려고 곽향정기산을 처방했는데도 차도가 없자 “설사를 그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이번에는 계지마황탕을 처방한다. 계지마황탕을 먹은 후 환후가 더 나빠지고 맥박도 약해진 경종은 결국 8월 25일 숨을 거뒀다.

게장과 감은 상극 궁합을 가진 음식으로, 함께 먹으면 절대 안 된다. 사실 의관이라면 이 사실을 결코 모를 리 없다. 본초학의 고전‘본초강목’ 감나무 편에는‘감과 게를 함께 먹으면 복통이 일어나고 설사를 하게 한다. 감과 게는 모두 찬 음식이다’라고 적혀 있다. 경종이 갑자기 죽자 독살설이 확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종에게 게장과 생감을 함께 먹으라고 권유한 사람이 영조였다는 소문도 돌았다.

게의 성질이 차다는 것은 옻의 독을 해독할 때 쓰는 약성으로 알 수 있다. 옻과 닭은 속이 찬 사람이 함께 고아 먹으면 설사를 멈출 정도로 성질이 뜨겁다. 옻을 먹고 피부염이나 두드러기가 생겼을 때 게장을 바르면 감쪽같이 사라진다. 게는 겉은 딱딱하고 내부는 부드러우며 배 속 부분이 달(月) 크기에 따라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므로 달처럼 차가운 성질을 지닌다. 영덕대게가 가장 추운 2월에 알이 차는 것도 바로 그런 이치에서다. 게장과 감은 멀쩡한 사람을 죽게 만드는 독약은 아니지만 지병이 있거나 소화기 계통이 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 한약 먹을 때 돼지고기는 피하라

왜 경종에게 게장과 감을 먹였나
한의학적 관점은 좀 더 구체적으로 한약과 음식의 관계를 규명해 한약을 복용할 때 도움이 되는 먹는 음식과 오히려 약의 효능을 떨어뜨리는 복약 금기 음식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복약 금기는 다양하지만 한약을 복용할 때 전반적인 금기와 개별 약물에 대한 금기로 나눠 지목하고 있다. 전반적인 금기는 일반적으로 닭과 돼지, 술, 국수(밀가루 음식) 등 계저주면(鷄猪酒麵)이 대표적이지만 과일과 생선회, 개고기도 먹지 않는 게 좋다. ‘본초강목’은 질병을 앓을 때나 한약을 복용할 때 돼지고기 섭식을 제한한다. 혈맥을 막아 약효를 떨어뜨릴 개연성에 주목한 것이다.

특히 ‘동의보감’은 한약과 메밀을 함께 먹으면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다고 했으며, 도라지나 황련 등과도 함께 먹는 것을 절대 금기시했다. 개별적으로도 감초와 돼지고기는 서로 꺼리는 음식이다. 감초가 모든 한약에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한약과 돼지고기는 악연인 셈이다. 통설은 아니지만 감초와 배추, 미역을 함께 먹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는 경고도 있다.

‘동의보감’에서 특이한 점은 한약을 먹을 때 식초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한 대목이다. 식초는 신맛이 나면서 기운을 수렴하는 작용을 하는데, 약물을 해독하는 간에 식초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금기시한 것으로 보인다. 식초는 조갯살과도 상극이다. ‘동의보감’은 식초와 조개에 모두 기운을 수렴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 두 음식을 함께 먹으면 기가 신체 내부로 너무 많이 쏠리면서 몸에 해롭다고 판단했다.

사슴고기 또한 한약을 복용할 때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 사슴이 먹는 풀들은 칡꽃이나 미나리, 창이자, 제니 등인데 이 풀들은 독을 품고 있기 때문에 모든 약의 효과를 없애버린다는 주장이다.

# 무와 지황…머리가 센다

‘동의보감’은 흔히 피를 만드는 조혈 약으로 쓰는 지황과 무를 함께 먹으면 지황 효능이 없어질 뿐 아니라, 오히려 머리가 세는 부작용이 생긴다며 금기시한다. 임진왜란 후유증으로 도통 입맛이 없던 선조는 무를 반찬 삼아 조금씩 수저를 들었는데, 약방 관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약 가운데 무와 맞지 않는 재료가 들어간다면 음식을 완전히 못 먹게 될 것 같다.”

왜 경종에게 게장과 감을 먹였나
선조는 구중궁궐에서 만드는 산해진미보다 무에 마음을 빼앗겼다. 사실 한의학에서는 무와 같이 먹어선 안 될 음식의 대표 격으로 지황을 꼽는다. 심지어 무가 기를 흩어 지황과 함께 쓰면 백발이 된다고 경고한다. 기를 흩는다는 것은 마음이 답답한 울증, 욕망, 집착을 흩어버린다는 말이다. 무(蕪)의 한자는 없을 무(無) 자에 풀 초(草) 자를 얹은 것으로, 몸도 마음도 텅 빈다는 의미다. 실제 몸속에서 독의 기운을 없앤다는 깍두기(刻毒氣)의 주재료가 무인 점으로 미뤄보면 무의 효능은 빈말이 아니다.

# 공진단(사향) 복용 땐 마늘 조심

공진단은 원나라 때 위역림이라는 의사가 황제를 위해 만든, 요즘도 각광받는 보약 가운데 하나다. 공진단을 복용할 때는 마늘을 조심해야 한다. 공진단은 당귀, 녹용, 산수유, 사향 등이 주성분인데 이 중 사향이 마늘을 꺼리기 때문에 공진단을 먹고 마늘을 먹으면 헛돈 쓰고 한의원만 욕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 하수오와 오징어, 문어, 장어는 상극

왜 경종에게 게장과 감을 먹였나
요즘 뜨는 약물 중 하나가 하수오(何首烏)다. 본래 한자 의미를 풀어보면‘어찌해서 머리가 검어졌느냐’는 뜻으로 백발을 막는 데 사용하는 보약류이지만, 요즘은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약으로 둔갑했다. 하수오를 먹을 때는 비늘 없는 생선, 오징어, 문어, 장어 등은 피해야 한다. 최근 건강음료로 각광받는 매실은 차로 많이 마시는 둥굴레와는 서로 꺼리는 관계의 음식이다.

# 우유와 구기자&신신맛 음식

구기자의 별명은 땅의 신선이라는‘지선(地仙)’으로, 피로를 없애고 정기를 보(保)하며 머리를 검게 하고 눈을 밝히는 보약이다. 그러나 유락(乳酪)과는 서로 미워하는 약물로 같이 먹으면 독이 된다. 유락이 버터나 식용 크림류인 점을 감안하면 예전보다 현재 더 조심해서 먹어야 할 건강식품이다.

우유는 조선시대 임금만 먹을 수 있던 타락죽의 원재료로, 궁궐 서쪽 낙산에 유우소라는 기관을 만들어 관리할 만큼 중요한 음식이었다. 영조는 우유를 먹을 수 있는 자격까지 명확히 규정했는데 “예전에는 대전, 대비전, 세자궁 외에는 낙죽을 들이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동궁까지 그 범위가 확대됐다”며 귀한 음식이기에 왕손에게도 우유를 금하라고 명했다.

한의학에서는 우유 효능을 다양하게 설명한다. 먼저 우유는 원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진액을 만들어 장 활동을 돕는다. 당연히 당뇨, 변비 같은 질환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배가 차고, 설사가 잦거나, 구토가 잦은 사람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사람이 우유를 복용할 경우 배 안에 딱딱한 경물을 만든다고 경고한다. 특히 신맛이 든 음식을 먹을 경우에는 배 안에 딱딱한 경물 덩어리를 만들어 오히려 해가 된다고 했다.

# 꿀은 부추와 파를 싫어해!

왜 경종에게 게장과 감을 먹였나
중국 북송의 마지막 황제 휘종은 원기가 부족해 여색에 흥미가 없고, 그림 그리기에만 정신이 팔려 슬하에 자식이 몇 명 없었다. 황제를 모시던 환관이 이를 걱정하던 중 자녀를 많이 둔 농부로부터 다산 비법을 듣게 됐다. 비법은 다름 아닌 부추였다. 그 말을 들은 휘종이 부추를 먹기 시작한 후 자식이 수십 명으로 불어났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다. 부추는 양기(陽氣)를 일으킨다 해서‘기양초(起陽草)’로도 부른다.

‘첫 부추는 사위도 주지 않는다’거나‘부추는 절간 앞마당에 심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는 이유도 부추가 가진 강력한 양기 때문이다. ‘부추를 먹고 부부관계를 맺으면 초가삼간이 무너진다’고 해서‘파옥초(破屋草)’라고도 한다. ‘동의보감’은 부추가 가진 원기 향상 효능보다 오히려 심혈관 기능 개선 효과에 주목한다. 허준 선생은 부추의 약효에 대해 ‘심장에 작용해 흉비(胸)와 악혈체기(惡血滯氣)를 없앤다’고 썼다. 흉비는 가슴이 막히는 느낌을 가리키는 말로 현대 의학용어로 하면 심근경색 증상이다.

부추가 양기를 지녔다는 것은 재배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부추는 튀어 오르고 팽창하는 힘이 있어 깊게 심지 않으면 농사를 망친다. 땅을 깊이 파서 씨앗을 뿌리고 흙을 불룩하게 덮어야 한다. 그렇지만 부추는 꿀과는 서로 증오하는 상오(相惡) 음식이다. 요즘 꿀에 절여먹는 발효음식이 유행이지만 매운맛을 상쇄하려고 부추를 꿀에 절이면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기름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다. ‘동의보감’은 파 또한 꿀과 상반된 성질을 가진 음식이라고 규정하면서 ‘특히 구운 파를 꿀과 같이 먹으면 숨이 막히면서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주간동아 2014.04.14 933호 (p16~18)

이상곤 갑산한의원장, 전 대구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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