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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골프의 즐거움

가로로 ‘무한대’ ‘해적의 널빤지’ 홀 진짜 죽이는구나

뉴질랜드 케이프키드내퍼스 GC

  •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nhy@golfdigest.co.kr

가로로 ‘무한대’ ‘해적의 널빤지’ 홀 진짜 죽이는구나

가로로 ‘무한대’ ‘해적의 널빤지’ 홀 진짜 죽이는구나

석회암 절벽 위에 들어선 뉴질랜드 케이프키드내퍼스 골프장.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가 뉴질랜드라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중간계와 신들이 사는 땅을 연결하는 환상적인 산하가 그림처럼 펼쳐진 나라가 뉴질랜드다. 인구는 430만 명에 불과하지만 골프장은 400곳이나 되니, 이제 막 500곳에 달한 우리나라에 비하면 골프 천국이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호주 서쪽에 자리해 한국에서 가기 너무 멀다는 것이다.

하지만 골프광에게 거리가 뭐 그리 대수일까. 2004년 인구 5만 명이 사는 뉴질랜드 북섬 동쪽 해안 네이피어라는 휴양 도시에 케이프키드내퍼스(Cape Kidnappers·납치자곶) 골프장이 들어서자 이곳은 단숨에 세계 골프광의 버킷리스트에 올랐다.

지중해성 기후와 산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지형의 네이피어에는 와이너리 60여 개가 밀집해 있다. 공항을 나와 해안선을 따라 자동차로 30분 달리면 호크스베이(Hawk’s Bay)에 닿는다. 거기서부터 케이프키드내퍼스 농장이 시작된다. ‘독수리만(灣)’에 ‘납치자곶(串)’이라니, 이름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해안선이 마치 독수리 부리처럼 호(弧)를 이룬다. 부리 끝에 뾰족하게 나온 석회암 절벽을 타고 골프장이 들어섰다.

‘납치자’라는 이름이 붙은 데는 이유가 있다. 18세기 말 영국 탐험가 쿡 선장이 총칼로 이곳을 점령했다. 쫓겨 도망친 원주민이 간혹 이곳에 나타날 때마다 침략자들은 되레 그들을 납치자라며 박멸하려고 날뛰었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는 말은 바로 이 경우에 적용된다.

양목장을 끼고 도는 아웃코스 전반 홀은 다소 밋밋하다. 하지만 4번 홀부터 태평양이 보이고 파3, 6번 홀에선 깊은 계곡을 지나 샷을 하는 묘미가 남다르다. 코스에서 백미는 다섯 손가락을 펼친 듯 계곡을 따라 조성한 인코스에 있다. ‘무한대(Infinity)’라는 별칭이 붙은 12번 홀은 사방에 하늘과 바다, 페어웨이 등 모든 것이 한없이 가로로 펼쳐진다. 거기에서 세로는 오직 그린 위 깃대뿐이다.



15번 홀은 594m, 파5로 손 중지를 따라 바다로 향하는 홀이다. 별칭은 ‘해적의 널빤지(Pirate’s Plank)’다. 해적들이 배를 약탈하고 선원들을 죽일 때 배 밖으로 널빤지를 내놓은 뒤 그 위를 걷게 했다는 데서 따왔다. 페어웨이 폭은 20~30야드인데 러프란 게 없다. 페어웨이 가장자리를 따라 ‘위험(danger)’ 말뚝만 군데군데 박혔다. 공을 계곡으로 잘못 치면 높이 140m 벼랑이라 10초 정도 지나야 풍덩 소리가 날 정도다. 가장자리에 가까이 가면 오금이 저린다.

16번 홀 티잉 그라운드로 걸어가는 길은 몽환적이다. 옆으로는 호크스베이의 석회 절벽이 물결치듯 흐른다. 세월 흔적인지 회색빛 절벽이 이 세상 같지 않다. 절벽 끝 우뚝한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마치 세상 꼭짓점 같다. 사방이 발밑에서 평화롭게 돌아간다. 나는 풍경에 압도되고 납치돼 한참 멍하니 서 있었다.



주간동아 2014.03.24 930호 (p65~65)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nhy@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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