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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양회(兩會), 중국 미래를 읽는 창

해마다 최대 정치 행사 ‘전인대와 정협’ 모습과 내용에 시선 집중

  • 구자룡 동아일보 베이징특파원 bonhong@donga.com

양회(兩會), 중국 미래를 읽는 창

‘중국 양회(兩會)를 보면 중국이 보인다.’

3월 3일 오후 2시 베이징 중심 톈안먼(天安門) 광장 왼쪽에 자리한 인민대회당에 소수민족 전통복장을 입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들이 모여들었다. 마치 ‘소수민족 의상 패션쇼’를 방불케 했다. 중국이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는 매년 소수민족 정협 위원들이 인민대회당 앞에 몰려들면서 시작된다.

양회는 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소수정당 및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구성된 자문기구인 정협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두 기구의 전체회의는 3월 초 비슷한 시기에 매년 한 차례씩 개최된다.

1998년 9차 전인대 전체회의 이후 정협은 3월 3일, 전인대는 이틀 후인 5일 개막하는 것으로 관례상 굳어졌으며 10일 안팎으로 열린다. 양회의 겉과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 중엔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이 많다. 13억 인구,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을 읽는 키워드가 담겼다.

#인구 대국, 대표도 대규모



지난해 선출한 제12기 전인대 대표 중 올해 재적인원은 2983명, 정협 위원은 2232명으로 합치면 5215명이다. 2013년 말 기준 중국 인구는 13억6100만 명. 정협 위원까지 포함해 인구 비례로 보면 26만900여 명당 한 명으로 미국 58만8700여 명당 한 명(상하원 535명 기준)보다 많지만 러시아 22만5700여 명당 한 명(상원과 하원인 국가두마 포함 638명)보다는 적다.

인구가 많아 대표 수도 많고 짧은 기간 한자리에 모이는 데다 대표나 위원을 수행하는 직원, 이들을 만나려는 기업인까지 합쳐 양회 기간 베이징에는 많은 사람이 운집한다. 양회 취재 등록 내외신 기자도 3000여 명에 이른다. 중국 국내 각 지방 군소 신문과 방송사는 취재 인원 할당 및 제한으로 참가하지 못한다.

양회 회의장 주변에서는 기이한 풍경도 연출된다. 전인대 대표나 정협 위원이 회의에 참석하거나 토론회를 마치고 나올 때면 중국 국내 언론 기자 수십 명이 달려가 마치 유명배우 등 연예인을 취재하듯 한다. 대표나 위원이 각 지방에서 올라와 평소 만날 수 없거나, 주요 현안이 있는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이는 평소 취재가 제한돼 공개된 장소에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철학과 고민 담긴 양회 구성

양회 대표와 위원 구성에는 다양한 민족과 광대한 영토로 구성된 ‘대국’을 운영하려는 중국 정부 철학과 고민이 담겼다. 전인대 대표에는 간접으로 선출한 31개 성시(省市)자치구 지방정부 대표 외에 홍콩과 마카오특별행정구 대표가 각각 36명과 12명, 타이완성 대표도 13명 있다. 타이완이 중국 일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타이완성 대표는 실제로 타이완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고 중국 단체인 타이완민주자치동맹 등이 선출한다. 인민해방군 대표도 268명이다.

전인대 대표는 서방 국가의 의원에 해당돼 입법과 함께 정부 감독도 주요 임무다. 그렇지만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포함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과 31개 성시자치구 서기, 성장 주석(자치구), 시장(5개 직할시)도 모두 대표를 맡는다. 시 주석은 상하이, 리 총리는 산둥성 소속 대표다. 장관급으로 행정 집행기관 장인 각 부 부장은 ‘피감독자가 감독한다’는 모순 때문에 대표를 맡지 않지만 현재 국방부장과 공안부부장은 대표다.

입법부에 사법·행정 및 지방정부 고위관리가 총망라되는 것에 대해 한 중국 언론계 인사는 “법률 제정과 국가주석, 총리 및 중요 인물 선출 등 국가 핵심 구실을 하는 전인대에 이들도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 구성상 더 독특한 기구는 정협이다. 신중국 출범(1949년 10월 1일)보다 앞서 결성된 정협은 중국공산당 외에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65명), 중국민주동맹(65명), 중국민주건국회(65명), 중국민주촉진회(45명), 중국농공민주당(45명) 등 군소 정당이 포함돼 있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여성 평등을 강조해 ‘여성은 하늘의 절반(半邊天)’이라고 주창한 것처럼 중화전국부녀연합회(67명)도 있고, 타이완 동포(15명), 해외화교(15명) 대표도 있다.

문화예술, 과학, 사회과학, 경제계 등 각 전문 분야 대표도 많다. 유명배우나 감독도 정협 위원으로 ‘정치 행사’에 등장한다. 현재 영화감독 자오바오강(趙寶剛)과 펑샤오강(馮小剛), 배우 쑹단단(宋丹丹), 자오번산(趙本山), 홍콩 영화배우 청룽(成龍), 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야오밍(姚明)과 110m 허들 육상 스타 류시앙(劉翔),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莫言) 등이 있다. 마오 전 주석의 손자 마오신위(毛新宇)도 위원이다. 연예, 체육계 출신 위원들은 이름만 올려놓고 아무 정책 제안도 하지 않는다며 여론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소수민족 출신 위원도 103명이며, 조선족은 4명(조선족 전인대 대표는 5명)이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대사, 청융화(程永華) 주일대사, 스밍더(史明德) 주독대사 등 일부 외국 주재 대사도 위원이다.

#양회 야간 접대 사라져

3월 13일 밤 8시 30반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광화(光華)로 B호텔 6층 KTV 노래방. 평소 방 구하기가 어렵다고 알려진 이곳의 20개 방 가운데 6개만 손님이 차 있었다. 앞서 저녁 7시경 둥청(東城)구 둥창안제(東長安街) G호텔. 창안제변에 위치한 고급 호텔인 이곳은 2층부터 4층까지 3개 층을 식당으로 쓰지만 일식요리 위주의 3층과 중식당 방이 있는 4층은 손님이 없어 며칠째 닫혀 있다고 호텔 관계자는 말했다. 이는 2009년 3월 양회 기간 베이징 중심가인 창안제 주변 고급 술집이 방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성황을 이뤘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불과 몇 년 만에 달라진 ‘양회 밤문화’는 시 주석이 2012년 11월 집권한 이후 강력하게 추진하는 반(反)부패 및 호화 사치 척결 분위기를 보여준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수년 전까지 온갖 형태의 접대가 양회 기간 베이징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유형은 각 지방정부 베이징 사무소나 출장소 직원들이 양회에 참석하려고 올라오는 상관 접대, 베이징에 온 지방정부 공무원의 중앙정부 부처 공무원 접대, 중앙 및 지방 공무원에 대한 기업체 접대 등 다양하다.

하지만 시 주석이 양회 기간 각종 연회에서 술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등 절제와 절약을 강조해 베이징 시내 주요 술집은 양회 기간 오히려 문을 닫거나 평소보다 더 파리를 날렸다. 양회 기간 열리는 각종 회의도 달라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월 6일 ‘대표나 위원은 칫솔, 슬리퍼 등 일용품도 직접 휴대해 호텔 지급품을 쓰지 않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행사도 “‘레드카펫, 꽃, 환영 플래카드’ 등이 없는 3무(無)를 원칙으로 한다”고 영화감독 정협 위원 레이센허(雷獻禾)는 말했다.

#양회 기간은 업무 ‘스톱’

중앙과 지방의 주요 국가기관 고위관리들이 각 지역과 주제별 토론회에 참석하다 보니 양회 기간에는 주요 업무가 사실상 중단되거나 늦어진다. 중앙정부는 회의 자료 준비나 지도자 기자회견 등으로 바쁘고, 지방정부 관리는 베이징까지 기관장을 수행한다. 따라서 양회 기간 기업이나 외국인이 중국 주요 지도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다만 매년 비슷한 시기에 양회가 개최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일정을 조정한다고 한 한국 대기업 임원은 말했다.

양회 전체회의는 한 해 한 차례 열리기 때문에 실질적 법안이나 의안은 상설기구인 상무위원회에서 처리한다. 따라서 과거에는 양회가 ‘그들만의 회의’로 인식돼 안팎에서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중국 위상이 높아지면서 양회 기간 세계 눈길이 중국을 향한다. 전인대가 개막한 3월 5일 관영 ‘환추(環球)시보’ 머릿기사는 ‘오늘 세계는 양회를 통해 중국을 본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중국 경제 성장 목표가 얼마인지, 개혁 심화노선은 어디로 가는지 세계가 주목한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또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대한 관심만큼 중국의 2014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가 얼마인지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시민 인식도 바뀌고 있다. 베이징의 택시기사 순타오(孫濤·40) 씨는 “지난 10년간 운전하면서 양회 관련 소식을 그다지 듣지 않았고 내가 운전하며 먹고사는 데 양회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여겼으나 시 주석 집권 후 반부패가 강조돼 많은 기대를 하며 회의 진행을 지켜본다”고 말했다.

다만 양회 기간 전후 인민대회당 주변에 경비가 강화되는 등 양회는 축제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긴장이 높아진다. 인민대회당 앞 톈안먼 광장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며, 인근 도로를 지날 때도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올해도 3월 1일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위구르족에 의한 테러가 발생하고, 6일 톈안먼 광장에서 한 여성이 분신을 기도하는 등 매년 양회 기간이 되면 돌발 사건이 발생한다.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포용을 위해 고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 중앙인민방송(CNR)은 소수민족 언어로 하는 라디오 방송을 중국 국내에 내보낸다. 양회에서 소수민족 회의도 빠질 수 없다. 3월 4일 시 주석은 정협 소수민족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단결과 안정은 축복이지만 분리와 혼란은 재앙”이라며 소수민족 단결을 촉구했다. 양회 기간에는 각 민족 언어로 방송하는 지방 방송사들도 베이징에 집결한다.



주간동아 2014.03.24 930호 (p48~50)

구자룡 동아일보 베이징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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