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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탈 많은 국고보조금 탈탈 터나

사정 당국 횡령과 부당 사용 경쟁적 압박…정부는 지급과 관리 “나 몰라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탈 많은 국고보조금 탈탈 터나

탈 많은 국고보조금 탈탈 터나

정부의 국고보조금 방만 운영에 대한 전 방위적 압박에는 강도 높은 감사원의 감사가 큰 몫을 하고 있다.

검찰의 대한배구협회와 대한야구협회 보조금 횡령 비리 수사, 경찰의 대한태권도협회 운영비 횡령 수사, ‘MB(이명박) 이코노믹스’ 경제교육의 산실인 한국경제교육협회 보조금 횡령 수사, 감사원의 국토교통부(국토부) 보조금 부당 집행 감사 등 국고보조금 횡령과 부당 사용에 대한 사정 당국의 전 방위적 압박이 시작됐다.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의 국고보조금 편·불법 사용 근절 지시 이후 시작한 사정당국의 국고보조금에 대한 집중 수사와 감사는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기능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경찰청 특수수사과, 지능범죄수사과 등 핵심 수사 인력이 경쟁적으로 투입되면서 정부 각 부처를 초긴장 상태에 빠지게 했다. 그중에는 이례적으로 자체 감사를 벌여 스스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부처도 생겨났다.

문체부 횡령 또 횡령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특수2부가 각각 수사에 들어간 대한배구협회와 대한야구협회의 국고보조금 횡령 사건은 1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자체 감사를 통해 수사를 의뢰한 경우다. 당시 문체부는 전국 493개 단체를 대상으로 현장 감사를 실시한 결과 △조직의 사유화 △단체 운영 부적정 △심판 운영 불공정 △회계 관리 부적정 사례를 적발하고 10개 단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으며, 부당 집행된 국고보조금 15억5100만 원을 환수했다. 문체부가 고발한 10개 단체는 모두 국고보조금을 부당 집행한 곳으로, 이 중 대한배구협회와 대한야구협회도 포함됐다.

하지만 ‘주간동아’ 확인 결과, 문체부가 지급한 국고보조금 부당 집행 사례는 그뿐이 아니었다.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지난해 말 문체부의 국고보조금에 대한 감사를 벌여 일부 보조금 수령 사업자가 사업비를 횡령한 혐의를 포착하고 감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과 2012년 2년여 동안 문체부로부터 3차원 영상 프로그램 개발사업에 국고보조금 15억 원을 지원받은 A사와 B사의 경우 연구원 미지급금, 장비 구매비 등을 허위 계상하는 방법으로 1억7000만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2012년 국산 캐릭터 유통매장 조성 사업과 관련해 국고보조금 4억2000만 원을 받은 C사는 시설공사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1억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2년 ‘한국 홍보사업’ 명목으로 문체부로부터 7억 원을 받은 D재단법인도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됐다. 감사원은 D재단법인과 사업 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한 E기획사가 해외출장 인원을 부풀려 2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적발하고 기획사 선정 과정의 비리 의혹을 밝혀내려고 감사를 확대하고 있다. 감사 과정에서 E기획사가 D재단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사업과 관련해 답사를 다녀온 비용을 용역 대금에 포함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당시 D재단법인 이사장은 이명박 정권의 실세 금융인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문체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원이 국고보조금 집행과 관련해 집중 감사를 벌인 것은 사실이다. 각 혐의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 없다. 감사원으로부터 최종 통보가 오면 그에 맞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굵직한 보조금 횡령 수사는 감사원 감사와 수사 의뢰가 단초가 된 경우가 많았다. 그 대표적 사례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하는 한국경제교육협회(협회) 건이다. 혐의의 주 내용은 이 협회가 ‘아하경제’라는 경제교육 전문지를 만들면서 기획재정부(기재부)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 271억 원 가운데 20여억 원을 빼돌렸다는 것으로, 2월 ‘주간동아’(925호)는 ‘횡령 얼룩 MB식 경제교육 산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횡령 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단독 보도했다.

문제는 2009년 12월 협회가 설립되고 4년 동안 국고보조금 271억 원을 지급한 기재부가 감사원 감사가 2개월 동안 진행되고 1월 중순 감사원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때까지 협회의 횡령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점. 협회는 2월 말 경찰의 전면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언론에 혐의 내용이 전면 공개되고 나서야 국고보조금 중단에 나섰다.

1월 말 협회와 관련해 ‘주간동아’ 취재 당시 기재부 담당 사무관은 보조금 횡령이 이뤄진 ‘아하경제’를 제작하는 용역사 이름과 위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지급 기관이 너무 많아 일일이 모두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 우리는 (감사원의 감사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지만 2월 말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은 후 올해 협회에 배정된 국고보조금 37억 원에 대한 지급을 전면 중단했다. 그리고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 대상인 협회의 횡령건과 관련해 모 간부가 윗선에 1억5000만 원을 상납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의 한심한 보조금 관리

탈 많은 국고보조금 탈탈 터나

20여억 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경제교육협회.

검경에 수사가 의뢰된 사안은 아니지만 최근 일부 공개된 국토부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의 국고·지방비 보조금 부당 사용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정부 부처가 보조금 지급과 관리를 얼마나 허술하게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주간동아’가 최근 입수한 감사원 감사 결과 완본에 따르면 국토부와 농식품부는 2004년 3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인천 등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주거환경개선 2단계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지구에 대한 정비구역 지정 등 사전 행정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국고보조금 714억 원을 해마다 지자체에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전광역시 동구청 등 10개 지자체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국토부 등으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과 지자체가 자체로 조달한 지방보조금이 50대 50으로 투입되는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하면서 사업지구 승인이 나지 않거나 LH가 공사를 시작할 의사가 전혀 없는데도 715억 원(국고 362억 원, 지방비 353억 원)을 LH에 떠맡긴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은 세출예산이 회계연도로부터 2회계 연도를 초과해 이월할 수 없고, 2회계 연도까지 지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고로 반환토록 돼 있지만, 각 지자체는 국토부와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반납하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갖고 있으면서 매년 이월하거나,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사업을 포기 또는 연기하려는 LH를 설득해 일방적으로 공사비를 떠안겼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사비를 받은 LH는 이를 사업비가 아닌 일반 관리비로 관리해왔다.

감사원은 국토부와 농식품부, 각 지자체에 주의 요구와 통보를 통해 각 기관은 LH와 서로 협의해 편법으로 수령한 국고보조금 총 1546억여 원을 국고로 환수하라고 주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기적인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LH가 사업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각 지자체, LH와 상의해 문제가 된 보조금을 국고로 넣은 후 사업 재추진 여부를 고려해 예산 편성 작업을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4.03.24 930호 (p32~33)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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