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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애플 또 세기의 소송戰

이번엔 새 특허 새 제품 놓고 충돌…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 대결 양상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삼성 vs 애플 또 세기의 소송戰

삼성 vs 애플 또 세기의 소송戰
세기의 특허전쟁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3월 31일부터 새로운 소송에 돌입한다. 새 특허를 가지고, 새 제품을 대상으로 벌이는 소송이다. 1차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애플 손을 들어줬지만, 승소 금액에 비해 소송에 들어간 비용과 노력이 더 많다는 평가다. 2차 소송 역시 1차 소송과 마찬가지로 수년 동안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와 유럽 등에서도 여전히 양사 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세기의 특허소송이 정보기술(IT) 업계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기업은 특허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특허분쟁의 여파가 심각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거대 IT 기업을 중심으로 특허동맹을 결성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소모적인 특허분쟁을 벌이기보다 상생의 협력관계를 맺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3월 31일부터 심리 시작

3월 31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새너제이 연방법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소송이 시작된다. 재판은 배심원 선정 절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2차 소송에서 애플은 자사 특허를 침해한 삼성전자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대당 40달러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 5건을 침해했고, 적정한 로열티가 40달러라고 증언할 전문가를 내세울 예정이다.

전문가는 대부분 애플 측 요구가 과당하다는 의견이다. 특허 건당 배상액이 8달러 수준인데, 이는 통상적 수준보다 훨씬 높다. 특히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하는 특허가 기술적으로 중요한 특허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납득하기 어렵다.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는 △단어 자동 완성(172 특허) △잠금 해제(721 특허) △데이터 태핑(647 특허) △PC-스마트폰 데이터 동기화(414 특허) △통합 검색(959 특허)이다.

2차 소송에서는 삼성전자도 애플이 ‘디지털 화상과 음성을 기록하고 재생하는 방법’ ‘원격 화상 전송 시스템’과 관련해 자사 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vs 애플 또 세기의 소송戰
지적재산권 관련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독일 특허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객관적으로 보면 애플이 정신 나갔다”면서 애플이 요구한 로열티가 과당하다고 밝혔다.

2차 소송은 단순히 두 기업 간 싸움에 그치지 않고,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와의 대결로 확산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애플과 구글의 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2차 소송에 양사 모두 구글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삼성전자는 히로시 로크하이머 구글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을, 애플은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 5건 모두 안드로이드 기본 기능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구글 증인의 구실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소송 대상 제품에 구글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갤럭시 넥서스’가 포함된 점도 안드로이드를 겨냥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레퍼런스 스마트폰은 구글이 제조사에 요청해 별도 소프트웨어 없이 순수하게 안드로이드 기본 기능만 담은 제품을 뜻한다.

경쟁력 상승과 특허 전략 변화

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소송은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1차 소송과 마찬가지로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쪽이 승소해도 상대방이 항소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최종 결론까지 수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또다시 소모적인 분쟁만 지속될 공산이 크다.

애플은 1차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실익은 없었다. 손해배상액 9억2970만 달러(약 9938억 원)를 받게 됐지만,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상회하는 점을 감안하면 큰 금액은 아니다. 더구나 소송 대상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는 기각됐고, 이 기간에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르고 명실상부 1위로 등극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기의 특허소송을 통해 글로벌 IT 업계는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함과 동시에 특허 소송을 통한 이득이 크지 않다는 점도 배웠다. 이에 맞춰 글로벌 기업의 특허 전략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IT 기업 중 하나인 구글, 세계 최고 네트워크 장비 기업 시스코와 특허동맹을 체결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3사의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는 단순히 기존 특허만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향후 10년간 출원할 특허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계약이다. 3사는 상대 기업의 특허를 통해 자사의 기술적 약점을 보완할 뿐 아니라 글로벌 특허소송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와 구글, 시스코의 특허동맹이 강력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특허분쟁을 벌이던 에릭슨과도 특허권 라이선스 연장에 합의했다. 삼성전자가 주요 IT 기업과 동맹을 맺고 애플을 글로벌 IT 특허시장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특허괴물의 공세가 강화되고 기업 사활을 걸고 치르는 특허소송이 난무하면서 IT 업계가 혼란을 겪을 때 광범위한 특허 협력이라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이미지 쇄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특허 전문가들도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전략 변화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오세일 인벤투스 대표변리사는 “깜짝 놀랄 일”이라며 “양사 모두에게 이익이라 생각한다. 삼성전자 처지에서는 구글이 언제 안드로이드 전략을 바꿀지 불안했는데, 10년간 동맹을 맺겠다는 발표나 다름없어 안정적으로 안드로이드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구글이 인터넷 특허를 많이 보유해 제2 애플 사태를 방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크로스 라이선스 체결을 바로 발표한 것을 보면 양사 모두 특허동맹을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는 전략적 카드로 쓰겠다는 생각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2014.03.24 930호 (p30~31)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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