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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 배선영의 TV 속 세상

트렌드 변해도 웃음은 최고 경쟁력

관찰예능 돌풍 속 소외된 개그맨

  •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트렌드 변해도 웃음은 최고 경쟁력

트렌드 변해도 웃음은 최고 경쟁력

관찰예능의 인기 속에서 201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일밤-아빠! 어디가?’ 팀.

“개그맨들이 항상 구석에만 몰려 있는데 내년에는 가운데 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지난해 연말 ‘201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개그우먼 박미선의 수상소감이다. 개그맨이야말로 방송연예대상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을 꼬집었다. 박미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개그맨 후배들 사이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

지난해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눈에 띄는 풍경은 또 있었다. 국민 MC 유재석이 9년 만에 대상 수상에 실패한 것이다. 유재석과 함께 예능계를 쥐락펴락하던 강호동 역시 무관에 그쳤다. 이 두 가지 풍경은 예능계의 지각변동을 시사한다.

진실성 갖춘 어색한 모습에 박수

2013년은 예능계 ‘유·강 체제’로 불리던 유재석, 강호동 투톱이 무너진 것이 확연히 드러난 한 해였다. 특히 2011년 세금 과소납부 의혹으로 방송 은퇴를 선언하고 자숙기간을 갖다 2012년 말 복귀한 강호동의 성적이 신통치 못했다. 유재석은 여전히 굳건했지만, 예년과 비교해 이렇다 할 활약을 더 보여준 것은 아니다.



2005년 유재석의 KBS 연예대상을 시작으로 지난 8년간 대상을 주거니 받거니 했던 유·강 투톱은 굳건할 것 같았지만, 어느새 하강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이 배경에는 새로운 형태의 예능 트렌드가 자리한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 ‘일밤-진짜 사나이’,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리고 SBS ‘정글의 법칙’까지 현재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까지 온통 관찰예능 프로그램이 포진해 있다. 관찰예능이란 한때 예능 대세였던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현실성을 더 강조해 일상의 움직임을 여과 없이 전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진행자도 따로 필요 없다. 그래서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예능인이 굳이 없어도 된다.

더불어 명확히 짜인 틀 속에서 연기를 통해 관객을 웃기는 방식으로 훈련된 개그맨도 꼭 출연할 필요가 없다. 제작진 개입을 최소화하고 일상과 최대한 맞닿아 있는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굳이 숙달된 개그맨이나 예능인을 기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정통 개그에 꾸준한 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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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말하는 개그우먼 박미선(위). 2013 SBS 연예대상에서 프로듀서상을 수상한 강호동이 유재석을 포옹하고 있다.

관찰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예능이라는 장르에 익숙지 않은 배우나 스포츠 스타, 때로는 일반인까지 포섭이 가능해졌다. 조금은 미숙하고 어색한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더 환영받기도 한다. ‘아빠! 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에서 알 수 있듯, 아이가 관찰예능에 많이 출연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대중이 관찰예능을 선호하는 이유인 진정성 면에서,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아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주인공이다.

그런데 관찰예능이 유행하는 가운데 개그맨이 뒷전으로 물러나는 풍경에 씁쓸함을 표하는 이들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박미선의 수상소감에서 알 수 있듯, 비예능인에게 힘이 실리면서 예능의 기존 주인공이던 개그맨, 예능인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개그맨도 음반을 내 ‘개가수’(개그맨과 가수의 합성어)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드라마나 영화에도 출연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비예능인의 예능 진출을 무조건 비난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색다른 컬래버레이션(협력)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신선함을 가져다주며, 예능의 영역이 좀 더 확장됐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현상이기도 하다.

지상파 방송국의 한 예능 PD는 “MBC ‘아마존의 눈물’이나 ‘남극의 눈물’은 다큐멘터리에 예능 요소를 가미해 성공했고, SBS ‘짝’도 예능과 다큐의 융합이 성공한 사례라 볼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다큐의 예능화가 예능의 다큐화로 확산되면서 관찰예능 유행이 시작됐다”면서 “전반적으로 예능이라는 장르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찰예능 유행이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한때 오디션 열풍 속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거짓말처럼 그 열기가 사그라진 것처럼, 관찰예능 역시 유행과 더불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지 못한 채 아류 형태로 ‘버티는’ 프로그램이 생겨났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예능 PD는 “현재 관찰예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의외로 이 불씨가 빨리 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벌써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예능인은 한때 트렌드에 불과한 관찰예능 흐름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자기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제2 유재석, 강호동의 탄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재석이 오늘의 영광이 있기 전 8년여 동안 무명 시절을 거쳤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도 있다. 게다가 방송국들은 코미디 장르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MBC는 2012년 10월부터 ‘코미디에 빠지다’라는 정통 개그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SBS 역시 2013년 4월 ‘웃찾사’를 부활했다. 다만 KBS 2TV ‘개그콘서트’ 외에 아직 스타를 배출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 이슈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한 예능 관계자는 “개그맨들이 인내심과 정통 개그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도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능 세상은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시시각각 변한다. 그러나 트렌드만 살아남는 세상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2014.01.13 921호 (p68~69)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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