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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 조이영의 클래식 산책

클래식 女風 불어 좋은 날

성시연 경기필 예술단장

  • 조이영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lycho@donga.com

클래식 女風 불어 좋은 날

클래식 女風 불어 좋은 날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단장.

2013년 끝자락, 한국 국공립 오케스트라 사상 처음으로 여성 상임지휘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경기필) 예술단장에 오른 성시연(38)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부지휘자가 그 주인공.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포디엄(지휘대)에 선 여성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상임지휘자나 음악감독 자리는 21세기에도 ‘금녀(禁女)의 벽’이 높다. 성시연은 2007년 제임스 러바인이 이끄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137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지휘자였고, 2009년부터는 서울시향에서 사상 첫 여성 부지휘자로 5년간 활약했다. 성시연 자신도 “여성이자 동양인으로 쉽지만은 않은 길”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또 다른 여성 지휘자로는 민간 오케스트라인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전임지휘자 여자경(42)이 있고, 첼리스트 겸 지휘자로 활동하는 장한나(32)는 지난해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에 취임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말 미국 ‘뉴욕타임스’도 지휘대에 여성이 드문 현실, 여성 지휘자에 대한 차별을 맹렬히 지적했다.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선 차별적인 발언도 튀어나온다. 지난해 러시아 태생의 28세 젊은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는 “오케스트라는 남성 지휘자를 더 잘 따른다”며 “성적 에너지가 적어야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비난이 쏟아졌다. 브루노 만토바니 프랑스 파리음악원 원장도 “여성 지휘자는 지속적인 연주와 비행 스케줄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여성에 대한 편견 가득한 시선과 더불어 21세기 여성 지휘자의 현주소도 눈을 동그랗게 뜨게 만든다. 2013년 12월 16일 영국 여성 지휘자 제인 글러버(65)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에 데뷔했다. 그는 133년 메트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지휘자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의 데뷔 무대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를 한 시간 이상 줄인 축약판이었다.



미국의 마린 알솝(58)은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여성 지휘자로 첫손에 꼽힌다. 여성 지휘자 최초로 주요 악단 수장에 오른 기록을 남겼다. 2007년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시작으로 현재 브라질 상파울루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국 BBC 프롬스 창립 118년 만에 폐막 공연 지휘대에 선 최초의 여성 지휘자가 됐다. 알솝은 “지휘자 길에 들어설 때만 해도 여성 지휘자가 점차 늘어나리라 여겼는데 그 수는 30년이 지나도록 변함없다”고 말했다.

경기필 예술단장 선임을 앞두고 사무실에는 지휘자들의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손혜리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은 “우리나라에 이렇게 지휘자가 많았나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성시연 역시 경기필 예술단장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 젊고 재능 있는 그가 국내에 안착하기보다 세계무대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그는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 IMG 소속으로, 경기필 측과 연봉 등 여러 조건에 대해 협상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성시연은 과감히 IMG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극적으로 경기필과 손을 잡았다.

경기필 예술단장에 선임된 뒤 성시연은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그림에 얽힌 음악으로 꾸민 ‘귀로 즐기는 그림’ 콘서트 등 아이디어가 많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가 만들어나갈 경기필이 어떤 색깔로 자랄지 궁금해진다.



주간동아 2014.01.13 921호 (p72~72)

조이영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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