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1

2014.01.13

TV 화면 ‘휘었다 폈다’ 내 맘대로

2014 국제전자제품박람회 최신 기술과 차세대 제품 총출동

  • 권건호 전자신문 통신방송사업부 기자wingh1@etnews.com

    입력2014-01-13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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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초 세계 가전·정보기술(IT) 업계 이목이 집중되는 ‘201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7일(현지시각)부터 10일까지 열린 CES에서는 세계에서 모인 기업들의 최신 기술 경연이 펼쳐졌다.

    세계 IT 업계를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구부렸다 폈다 하는 가변형 TV를 선보였고, 재도약한 일본 기업과 기술 격차를 줄인 중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했다.

    CES 전시 동향도 크게 변해 올해는 전통 가전제품과 최근 부상한 모바일을 넘어 자동차, 헬스케어, 웨어러블(wearable) 기기가 가세해 새로운 전시 트렌드를 만들었다. 특히 자동차와 IT의 긴밀한 결합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TV 화면 ‘휘었다 폈다’ 내 맘대로

    LG전자의 77인치 가변형 올레드 TV(왼쪽)와 삼성전자의 85인치 벤더블 UHD TV. LG전자의 ‘라이프밴드 터치’는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된다(원 안).

    삼성-LG, 글로벌 리더 입지 확인

    최근 수년간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올해도 두 회사는 CES의 주인공이 되려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CES에서 베일을 벗은 양사 차세대 기술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가변형 TV다. CES 개막 전부터 출품 여부가 관심사였던 제품이다. 가변형 TV란 화면을 구부렸다 폈다 할 수 있어 평면 TV와 곡면 TV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최신 기술인 만큼 CES 개막 전까지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개막 직전 나란히 가변형 TV 개발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85인치 가변형 초고화질(UHD) 발광다이오드(LED) TV를, LG전자는 77인치 가변형 올레드 TV를 각각 선보였다.

    양사가 선보인 제품은 리모컨으로 평면과 곡면을 선택하는 것을 넘어 휘어진 정도(곡률)까지 조정할 수 있다. 가변형 TV는 이르면 올 하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현회 LG전자 HE사업본부장 사장은 “가변형 올레드 TV는 현존하는 TV 기술의 정점”이라면서 “기술 혁신을 통해 차별화한 올레드 TV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차세대 TV의 방향성을 제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 사장 말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와 격차를 다시 한 번 벌렸다. 양사는 지난해 CES에서 55인치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데 이어 올해 다시 한 차원 높은 신기술을 구현하며 세계 TV 기술을 선도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많은 경쟁사가 이제야 곡면 TV를 개발한 것을 감안하면 기술 격차를 상당히 벌린 셈이다.

    스마트 가전의 발전 방향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TV에 사용하는 음성 인식 기능을 개선하고, 손가락 움직임으로 TV를 제어하는 ‘핑거 제스처’도 선보였다.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와 가전제품을 연결해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제어하는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도 소개했다.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겨냥해 세계적인 요리사의 의견을 담은 주방가전도 선보였다.

    LG전자는 가전과 스마트기기를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연동하는 스마트홈 서비스 ‘홈챗’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일상 대화처럼 자연어를 기반으로 가전제품과 대화하듯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홈챗 메신저에 ‘사흘간 여행 갈 거야’라는 내용을 입력하면 냉장고는 ‘절전 모드로 바꿀까요’라고 묻는 식이다.

    자동차, 웨어러블 주목

    TV 화면 ‘휘었다 폈다’ 내 맘대로

    아우디는 자동 주행(piloted driving) 시스템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올해 CES에서 부상한 핫 키워드는 ‘웨어러블’과 ‘자동차’다. 두 분야는 전통 가전산업을 넘어 IT 기술이 다른 산업과 융합하면서 만들어낸 새로운 시장이다.

    CES 전시장에는 ‘피트니스(운동) 테크존’과 ‘헬스케어존’이라는 새로운 전시공간이 마련됐다. 두 전시공간을 채운 것은 대부분 웨어러블 기기였다. 웨어러블 기기는 시계형 스마트워치나 손목밴드형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삼성전자 ‘갤럭시기어’와 소니 ‘스마트워치’, 퀄컴 ‘토크’ 등 이미 알려진 기기뿐 아니라 베이시스 ‘헬스트래커’, 라이프트랙 ‘C300’, 웰로그래프 ‘사파이어 웰니스 워치’, 미오 ‘알파’ 등 새로 등장한 제품까지 줄잡아 수십 종이 전시됐다. 손목밴드형 제품도 LG전자가 선보인 ‘라이프밴드 터치’를 비롯해 수십 개나 됐다.

    이 제품들은 사용자의 운동량, 맥박, 운동 시간과 거리 등을 제시해 ‘스마트’한 운동이 가능하게 해준다. 운동할 때는 물론이고 사용자가 착용한 내내 심장 박동을 체크해 심장 건강까지 살필 수 있는 제품도 선보였다.

    웨어러블 기기는 아니지만 ‘디지털 코치’ 구실을 하는 참신한 제품도 등장했다. 인포모션 스포츠 테크놀로지스가 출품한 ‘94피프티 센서 바스켓볼’은 관람객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센서를 내장한 농구공과 모바일 앱을 통해 슛, 드리블 등 농구 활동에 대한 다양한 분석 및 조언을 제시해주는 제품이다. 센서를 내장한 공만 있으면 개인코치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가 대부분 블루투스 연동, 심장 박동 체크, 만보계, 칼로리 계산 등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데 그치면서 새로운 것이 없다는 한계도 보여줬다. 식상함을 극복하려면 삼성전자 ‘갤럭시기어’가 BMW i3와 연동한 것처럼 연결 대상을 확대하거나 디자인 개선 같은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포드,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기아자동차 등 8개 완성차 업체와 600여 개 부품 업체가 CES에 참가해 주목받았다. 자동차에 전자 시스템 적용이 확대됨에 따라 스마트카로의 진화 경쟁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자율 주행, 초고속통신, 차량용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의 합종연횡도 관심을 끌었다. 구글은 현대자동차, 아우디, GM, 혼다 등 4개 완성차 업체, 컴퓨터 하드웨어 전문업체 엔비디아와 손잡고 ‘오픈 자동차 연합(Open Automotive Alliance·OAA)을 결성했다. OAA는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적용한 스마트카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은 “최근 자동차 기술 혁신이 대부분 IT 및 전기전자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제품 개발 주기가 빠른 전자산업 노하우를 자동차 산업에 융합하고 재정립하면 기술을 통한 진보와 소비자 삶의 혁신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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