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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철도산업 개혁

준비된 경쟁레인 효율 싣고 질주

영국, 스웨덴, 독일서 배우는 철도 개혁…이용객 증가·고용 안정으로 생산성 증가

  •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연구실장 jinseok@koti.re.kr

준비된 경쟁레인 효율 싣고 질주

준비된 경쟁레인 효율 싣고 질주

22일째 이어진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 문제를 막후협상을 통해 해결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과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13년 12월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철도노조와 합의한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철도파업이 다행히 해를 넘기지 않고 끝났다. 하지만 역대 최장인 22일간 이어진 파업의 상처는 오랜 기간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파업 원인이 노동 조건과 무관한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라는 정책적·경영적 사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후유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향후 정책 집행 과정에서 파업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업은 끝났지만 아직 철도노조와 진보적 시민단체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민영화 전 단계며, 경쟁체제 도입이 공익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가 도입하려는 철도 부문 경쟁이 과연 철도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공익을 훼손하는 일일까. 과연 철도 부문의 경쟁체제 도입과 민영화가 코레일이 가진 엄청난 부채를 해소하고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 철도 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유럽 국가 사례를 보면 그 윤곽이 나온다. 사회복지 체제 발달로 ‘시민사회주의’라는 말까지 듣는 유럽 국가들이 철도 부문에 경쟁을 도입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를 살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유럽 국가의 철도 부문 개혁 과정은 비효율과 그에 따른 부채로 몸살을 앓는 우리 철도 현실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영국 연평균 이용객 2배 증가

1980년대 시작된 유럽 철도개혁의 핵심 가치는 ‘분리(separation)’였다. 시설과 운영 분리를 시작으로 회계분리, 조직분리, 지주회사제 도입 등이 이뤄졌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려는 것이었다. 또 다른 가치는 분리를 통해 월등한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철도에 대한 국가의 완전 독점체제에서 시설과 운영을 분리함으로써 운영 부문에서만큼은 보완적 경쟁 또는 완전 경쟁을 이뤄 효율성을 확보하자는 논리였다.



유럽연합은 이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분리’를 철도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확정한 후 철도화물시장 개방(2007), 국제여객운송시장 개방(2010), 국내여객시장 개방(2013)을 순차적으로 실행하거나 실행할 것을 권고했다. 더 나아가 유럽연합은 철도정책전문기구를 통해 정책 기본 방향이 잘 실행되는지를 감시하고 지원하는 체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먼저 민간을 중심으로 운영체제를 구축한 영국의 철도개혁 사례를 보자. 영국은 철도 수송 분담률 감소와 그에 따른 만성 적자(연 17억 파운드)가 누적되면서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철도 구조개혁을 진행했다. 영국의 민간 중심 운영체제는 1994년 국철 해체와 함께 시작됐다. 영국 철도개혁은 철도시설을 민간주식회사에 매각하고, 노선 운영권을 경쟁 입찰을 통해 나눠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철도시설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발견되고 이는 2000년 해트필드 전복사고 등 대형 철도사고의 원인이 됐다. 이후 영국 정부는 비영리법인인 ‘네트워크 레일(Network Rail)’을 설립해 시설 관리업무를 공공부문에서 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철도시설 관리를 정부가 하도록 법으로 명시해놓았기 때문에 법이 바뀌지 않는 한 비용 감소를 이유로 시설관리를 소홀히 하는 영국 같은 불상사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노선에 대한 경쟁 입찰 과정에서도 과잉경쟁에 따른 계약 불이행 사태가 벌어져 철도 서비스가 일부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영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대체 사업자를 선정해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철도사업자 면허발급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우리나라의 경우 서비스 중단 같은 사태는 발생하기 어려우며, 발생하더라도 100년 이상의 철도운영 경험을 가진 코레일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 같은 유형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준비된 경쟁레인 효율 싣고 질주

영국 런던 시내 킹스크로스 역에 ‘퍼스트 그레이트 웨스턴사’와 ‘버진 트레인사’ 열차가 나란히 서 있다.

이처럼 영국에서는 개혁 초기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상태에서 당초 기대했던 철도 구조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국 철도사업협회와 교통부가 공식화한 영국 철도 구조개혁의 주요 성과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생산성 향상과 이용 수요 증가로 철도회사 직원 1인당 생산성이 철도 구조개혁 이전에 비해 약 37% 향상됐으며, 연평균 이용객이 개혁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영국 민간철도의 요금 수준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일반석을 기준으로 보면 열차 1.6km(1마일)당 요금은 3% 미만 수준의 인상에 머물렀고, 이는 다른 공공요금 인상율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안전문제도 철도 구조개혁 초반에는 상승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철도사업자가 ‘안전하지 않은 철도에 승객이 있을 수 없다’는 뼈저린 반성을 한 데다 철도시설 개량 지원 등 영국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스웨덴 내부 경쟁 도입하자 고용 안정

스웨덴의 철도 구조개혁은 공기업의 효율화 차원에서 시작됐다. 만성 적자 해소, 교통수단 간 공정경쟁 실현, 상업성과 공익성의 조화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한다는 게 모토였다. 스웨덴은 1988년부터 우리의 수서발 KTX 법인 설립처럼 운영 부문을 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을 유도한 뒤 제한적으로 민간과의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철도운영(철도운송사업)은 스웨덴 철도공사(SJ)가 담당하고, 시설관리는 철도시설공단(BV)이 전담하는 등 각 소임을 분리하고(우리나라와 같다), 지역 노선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자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스웨덴 철도 구조개혁의 특징은 철도공사의 비수익 사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업무를 이관 또는 분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역시 수서발 KTX 자회사 운영과는 별도로 현재 수익성이 극히 나쁜 일부 노선은 물론, 화물 부문 역시 우선적으로 업무를 이관하거나 분사하는 방식을 채택해 코레일의 적자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단, 이런 과정은 자발적으로 신속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스웨덴에서도 일부 사업의 이관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예는 매우 드물고, 있다 해도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는 공기업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스웨덴의 철도 경쟁 도입의 주요 성과는 철도사업 활성화에 따라 철도공사의 고용 안정성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불황기를 지났지만 점진적인 철도 구조개혁을 통해 철도공사 직원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고용 안정성 증가는 생산성 증가에서 기인한다. 직원당 매출액을 의미하는 직원 1인당 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2011년 기준 214만 스웨덴 크로나(약 3.6억 원)다. 이는 2001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고용 안정성과 함께 생산성이 높아지는 현상은 직원들의 만족도 증가로 연결됐고, 이곳이 다시 병가율(sick leave) 감소로 이어져 철도 전반의 효율성이 제고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됐다. 철도공사 연차보고서(Annual Report)는 ‘2011년 병가율이 관리목표인 4.6%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이와 동시에 직원의 만족도(Employee Satisfaction Index)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투자 여건이 개선되고, 정시율(기차가 제시간에 도착하는 비율) 또한 상승했다. 코레일 내부의 경쟁체제 도입이 노동 조건을 악화한다는 철도노조 논리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 스웨덴에서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 철도 수요와 재정 지원은 감소

독일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1990년 동·서독 통일에 따른 ‘철도 시스템 통합’이라는 목표와 함께 철도 구조개혁을 시작해 지금까지 총 3단계 개혁을 진행 중이다. 제1단계는 국영철도를 통합 주식회사로 전환한 이후 사업부를 분리하는 것이었고, 제2단계에서는 지주회사를 설립한 후 사업 부문별로 자회사를 만드는 체제를 구축하고 일부 사업에 대해 민간 경쟁을 도입했다. 이후 현재까지는 제3단계로, 운영 경쟁 및 운송 부문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철도사업체계는 철도시설 관리와 함께 철도 운송사업을 병행하는 공기업(DB)이 부문별로 민간사업자와 경쟁하는 구도다. 시설 관리와 철도 운영(철도운송사업)을 병행하지만 독립적인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므로 선로 배분, 선로 사용료 등에 있어 민간사업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독일 철도 구조개혁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철도 경쟁력을 높여 철도 수요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1994년에 비해 2011년 화물수송량(ton-kilometer)은 60%, 여객 수송 인원(person-kilometer)은 30%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정부의 재정 지원은 35%나 감소했다. 94년 재정 지원금 수준은 134억 유로였으며, 2010년 재정 지원금은 169억 유로로 마치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2010년 화폐가치를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36억 유로 감소한 것이라서 재정 부담이 35% 경감됐다.

세 번째 효과는 독일 철도사업 시장에서 유효경쟁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1999년 200만 열차km(train kilometer·열차가 주행한 거리) 운송에 그쳤던 공기업 소속 자회사들이 2011년에는 11배나 증가한 2억2000만 열차km를 운송했다. 시장점유율 역시 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 이용이 확대되면서 수입이 증가하는 구조를 정착했기 때문에 철도에 대한 정부의 재정 부담은 줄어들었다. 국가별 열차 운임에서 재정 지원 비율을 비교한 결과, 독일은 유럽에서 영국 다음으로 낮은 8%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2010년 한 해만 살펴본 것이고 전반적인 추세를 보면 스위스, 프랑스, 독일이 낮은 비율을 유지하는 반면, 영국은 그 편차가 매우 크다.

독일 철도 구조개혁의 또 다른 성과는 지속적인 고용 창출과 생산성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부 고용 감소 추세가 발견되지만,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때도 직원 수가 계속 증가했다는 것은 독일 철도사업의 건강성을 입증하는 증거다.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정상적인 노동자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게 하는 대목이다.

직원 대비 매출액, 즉 생산성은 지난 10년간 21% 상승해 2012년 독일 철도 공기업 DB 직원 1인의 생산성은 13만7000유로(약 2.4억 원) 수준이다. 이 수치는 앞서 살펴본 스웨덴 철도공사 직원의 생산성 3.6억 원보다 낮지만 코레일의 1.23억 원에 비해서는 2배 수준이다.

준비된 경쟁레인 효율 싣고 질주

스웨덴 ‘SJ’(왼쪽)와 독일철도지주회사 ‘DB’.

준비된 경쟁레인 효율 싣고 질주
경쟁체제 도입에 명심해야 할 점

유럽 각국에서 발견되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서비스 전문화와 고급화를 통한 이용객 증가다. 유럽 주요 3국 사례에서 모두 뚜렷한 이용객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이용객 증가는 운임 인상 요인을 상쇄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운임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이용객 증가는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철도 사업자에게는 매출 증가를 가져왔다.

한편, 안전문제는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 없다는 것이 국제기구인 세계교통포럼(OECD-ITF)의 평가다. 마지막으로 경쟁체제 도입은 시행 초기 거래비용 증가 등으로 비용이 높아질 수 있으나, 전문화 효과가 이를 빠르게 상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철도 이용객과 매출액 증가는 고용 여건 개선과 생산성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일부 철도사업자는 자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철도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철도사업 표준화와 국제화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유럽에서의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국민에게는 공급 증가, 사고 감소 같은 서비스 품질 개선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안겨줬고, 정부에게는 재정 부담 감소와 세수 증대, 철도사업자에게는 매출과 생산성 증가, 철도 관련 직원에게는 고용 안정성과 직업 만족도 증가 등을 가져다줬다.

정부나 코레일이 명심해야 할 점은 유럽에서의 이런 성과가 자동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 이전에 체계적인 준비와 대처를 통해 만들어졌고, 또한 그렇게 해야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파업도 끝난 만큼 더는 비생산적인 논쟁이 아닌, 긍정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주간동아 2014.01.06 920호 (p32~35)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연구실장 jinseok@ko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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