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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日 집단적 자위권 ‘감정과 실리 사이’

군비 경쟁 촉발 한반도 위협 요인…지역 안보에 최대한 활용 목소리도

  • 장원재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日 집단적 자위권 ‘감정과 실리 사이’

“미국과 한국이 함께 바다에서 훈련하다 미국 배가 공격받으면 한국은 당연히 돕지 않겠나. 하지만 일본은 바로 옆에 있어도 도울 수 없다. 동맹국을 도울 수 없는 이런 바보 같은 상황을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노가미 요시지(野上義二)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 전 외무성 사무차관)

유엔 헌장 제51조는 ‘이 헌장의 어떤 규정도 회원국에 대해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받았을 경우 회원국이 자위권 차원에서 국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각 반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 ‘집단적 자위’는 A국이 B국으로부터 공격받았을 경우 A국의 동맹국인 C국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B국에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유엔 헌장으로 보장된 집단적 자위권(Right of collective self-defense)이 최근 한일관계에서 장애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왜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일까. 그리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개별적 자위권은 ‘OK’

기자는 11월 말~12월 초 일본 외무성의 ‘보도관계자 초청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본에 다녀왔다. 현지에서 일본 정부의 전·현직 고위공무원과 전문가를 만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전달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취재 후 내린 결론은 한국 처지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무조건 찬성할 일도, 무조건 반대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은 유엔 가입국이기 때문에 개별적 자위권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일본 헌법이다. 1946년 제정한 일본 헌법 제9조 1항은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고 돼 있다.

日 집단적 자위권 ‘감정과 실리 사이’
그러면 일본은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받아도 반격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유권해석을 통해 “일본이 직접 공격받을 경우 무력을 동원해 반격하는 개별적 자위권은 인정할 수 있지만,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무력을 행사하는 집단적 자위권은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자민당 보수세력은 집단적 자위권은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이며 이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바다 위에서 미국과 일본이 함께 훈련하던 중 미국 함정이 공격받았는데 일본이 지켜만 본다면 그런 동맹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집단적 자위권 논의가 대두된 것은 ‘개헌을 통해 일본이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첫 임기를 시작한 2006년부터다. 당시 아베 총리는 적극적으로 개헌 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할 시간도 없이 약 1년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수면 위로 올라온 논의는 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 정권이던 2012년 민간인 최초로 방위상에 임명된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다쿠쇼쿠대 교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주장해온 대표적 인사였다. 그를 임명한 것을 두고 민주당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물러난 모리모토 전 방위상은 지금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최전선에서 활동 중이다. 11월 27일 도쿄 개인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기자에게 “이웃집에 불이 났는데 지켜보기만 하면 집을 지킬 수 있겠나. 주변 지역이 불안해지면 국가를 지키려고 동맹국을 도와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집단적 자위권”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엔은 찬성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시간문제가 됐다. 자문기구를 만들어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필요한 논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내년 초 보고서가 제출되면 관련 정책을 확정하고 실질적으로 이를 행사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 외무성 공무원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고 헌법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본 내부에서도 논란거리”라고 말했다. 일본 헌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개헌을 신념으로 가진 아베 총리도 헌법을 고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은 정부의 유권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문기구에서도 헌법을 바꾸지 않고 헌법에 대한 행정 해석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 경우 헌법을 고칠 때보다 제한적 범위에서 허용할 수밖에 없다.

아베 정권 1기 당시 자문기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한 경우로 공해상에서 함께 훈련 중이던 미국 함정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 받은 경우(‘사례 1’)와 제3국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사례 2’) 등을 들었다. 하지만 해당 사례들은 발표 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 2기 자문기구는 다른 사례를 들고 있다. ‘사례 ⓐ’는 미국을 공격한 제3국에 무기를 공급하려는 선박이 있다면 일단 일본 자위대 함정이 정지시키고 조사한 뒤, 필요하면 일본 항구로 강제로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무기와 탄약 공급 등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한다. ‘사례 ⓑ’는 원유를 운반하는 해상 교통로가 봉쇄될 경우 다국적군과 함께 기뢰를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日 집단적 자위권 ‘감정과 실리 사이’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적극적 평화주의’로 포장해 관련국을 설득하려고 애썼다. 이는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동아시아 지역 안보에서 일본이 좀 더 적극적인 구실을 해줄 것을 희망하는 미국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그 결과 10월 초 미국은 미·일 외교·국방장관회담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범위를 구체화하려고 자위대와 미군의 임무 분담을 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도 착수했다.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호주, 러시아도 잇달아 일본 안보정책에 동의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본의 구실을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견제 대상이 되는 중국은 관영매체 등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 역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아베 정권의 안보정책에 대한 반발 성격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에서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아베 정권의 안보정책이 지역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불안정성을 고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북한을 집단적 자위권 행사 대상 국가로 설정했다는 점 때문에 한국의 양해 없이 일본이 한반도 정세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공식 반응은 백승주 국방부 차관이 11월 초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은 주변국의 신뢰를 얻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정책을 변경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정도다. 외교부는 △집단적 자위권이 개별 국가의 고유 권리인 데다 △중국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곳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반대할 경우 미국과 일본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적 접근 필요

일본 현지에서 만난 이들은 한국의 우려에 대해 ‘근거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허용된다 해도 한국 요청 없이 한반도에 개입하는 일은 절대 없으리라는 설명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동맹국에 대한 제3국의 무력행사와 공격당한 동맹국의 요청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일본은 한국 요청이 없으면 한국의 영토, 영해, 영공에 절대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설령 북한이 미국 하와이에 장거리 미사일을 쏘더라도 한국 영공에서 격추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할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한반도에서 유사 상황이 발생해 한국이 도와달라고 요청해도 일본이 응할 수 없다”고도 했다.

모리모토 전 방위상도 “일본 정부는 한국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가 한국 고유 영토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한국 허가 없이 북한 영토에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한파(知韓派) 인사 중에도 한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정책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이가 많았다. 대표적 지한파로 꼽히는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규슈대 특임교수는 기자와 만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일본의 한반도 개입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과거 침략당한 기억 때문에 그러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국 측 논리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으로선 심정적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반기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과거 수천 년 동안 일본의 군사적 역량 증대는 어김없이 한반도에 위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아 더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해 좀 더 냉철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정적으로 반대하기보다 유사시 한반도 개입 등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명확히 의사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확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기정사실화된다면 이를 최대한 지역 안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동아시아 전략 사이에서 평화적 통일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결국 우리 책임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917호 (p52~54)

장원재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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