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2

2013.11.11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열정과 감동

‘무한도전 가요제’

  • 윤희성 대중문화평론가 hisoong@naver.com

    입력2013-11-11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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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열정과 감동
    MBC ‘무한도전’에서 ‘가요제’는 해를 걸러 진행해온 단골 아이템이다. 2007년 작곡가 두 명에게 음악을 일임하고 멤버들은 작사에 도전했던 ‘강변북로 가요제’를 시작으로 멤버 각자가 섭외한 뮤지션과 협업했던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2009)를 거쳐 본격적인 컬래버레이션에 돌입한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2011)에 이르기까지 무한도전 가요제의 규모와 음악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점점 커져왔다.

    그리고 해프닝으로 출발한 가요제는 어느새 정기적으로 멤버들의 캐릭터를 점검하고 멤버들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치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정준하가 ‘정주나 안 정주나 늘 정주는’(2011년 가요제 발표곡 ‘정주나요’ 가사) 새신랑의 포지션을 공고히 한 것도, 유재석이 ‘말하는 대로’(2011년 가요제 발표곡 제목)의 긍정적인 자기 최면을 공개한 것도 모두 가요제에서의 일이다.

    그러나 올해 방송한 ‘자유로 가요제’의 시선은 오히려 ‘무한도전’ 바깥을 향해 있다. 함께 음악 작업을 할 파트너를 고르고 노래를 만들면서 팀을 만들어가는 구성은 익숙한 것이었지만, 방송은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는 멤버들의 적응 과정보다 그들이 택한 뮤지션들의 작업 방식을 엿보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관록의 프로듀서 유희열과 모던록을 하는 김C부터 밴드(장미여관, 장기하와 얼굴들)와 아이돌(지드래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서로 다른 경력을 쌓아온 뮤지션들이 무한도전 멤버들을 통해 보여준 것은 음악이 탄생하고 무대가 만들어지는 순간의 비밀이었다. 말하자면 ‘자유로 가요제’는 음악 아이템인 동시에 길고 깊은 인터뷰 내용물을 갖춘 방송이기도 했다.

    섬세하고 예민한 취향을 가진 김C는 머릿속에서 무대의 큰 그림을 천천히 그려나가지만, 장미여관은 즉흥적인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서도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꼼꼼하게 포착해 음악에 반영한다. 체력적 한계에 부딪힐 정도로 몰입하면서 장르 레퍼런스를 성실하게 연구하는 유희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선택해 자신의 테마와 조화를 이끌어내는 지드래곤 역시 상반된 태도로 음악을 다듬어 나간다. 유희열의 입을 통해 프라이머리의 실력을 칭찬하고, 옥상에서 벌어진 작은 콘서트로 장미여관의 매력을 발산하게 한 것 역시 뮤지션 각자를 조망하게 하려는 방송의 의도가 다분히 감지되는 대목이었다. 음악 방송과 지면 인터뷰는 대부분 뮤지션의 결과물만 다루지만, ‘무한도전’은 그들이 실수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음악관을 정면으로 드러냈다. 그들 각자를 변별하는 특징이야말로 방송이 전달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내용인 셈이다.

    ‘무한도전’ 가요제에 등장한 노래에 순위를 매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그런 이유로 큰 의미를 갖는다. 유재석이 “가요제는 축제고, 축제에서는 댄스음악”이라는 주장을 스스로 철회하는 순간, 방송은 이미 이것이 즐거운 음악행사와 다른 지향점을 가졌음을 선언했다. 결국 김C는 종합적 차원에서 무대를 구성했고, 보아는 춤에 방점을 찍었으며, 장기하와 얼굴들은 복고 사운드를 연주로 구현했다. 뮤지션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캐릭터를 닮아가는 대신 각자의 색깔로 무대를 만들었으며, 그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지난 몇 주간 방송이 도전해온 바였다. 누구도 하지 못한 인터뷰를 완성하며. 물론, 도전은 이만하면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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