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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갈마반도 천지개벽 ‘김정은 도시’ 원산의 부푼 꿈

북한 원산 특구 개발계획도 최종본…외국인 관광객 유치 빅 프로젝트 가동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北 갈마반도 천지개벽 ‘김정은 도시’ 원산의 부푼 꿈

北 갈마반도 천지개벽 ‘김정은 도시’ 원산의 부푼 꿈

북한 당국이 작성한 ‘원산시 중심부 건축형성계획도’. 작은 계획도(원 안)는 지난해 작성됐고 큰 계획도는 올해 작성해 7월 확정됐다.

4월 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경제개발구 창설을 위한 사업 추진을 결정했다. 두 달 뒤인 5월 말에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해 제도적 뒷받침도 완료했다. 7월 말에는 그 후속 조치로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신설해 담당 비서에 김양국, 위원장에 김기석을 임명했다. 특히 김양국은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동생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인사였다(‘주간동아’ 901호 관련 기사 참조). 이와 함께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는 대표적인 군부 강경파 김격식을 총참모장직에서 경질하는 등 군부의 힘을 빼고 당 중심 체제를 굳히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제까지 북한에서 볼 수 없던 친(親)경제 행보가 계속되는 셈이다.

순안공항에 이어 ‘원산국제공항’ 추진

본격화하는 북한의 경제개발 프로젝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내부 문건을 국내 언론 최초로 단독 공개한다. 중국 베이징 특파원 재직 기간에 친분을 쌓은 취재원으로부터 건네받은 경제개발 계획도로, 이 가운데 특히 원산 특구 개발에 대한 계획도가 흥미롭다. 원산 특구 개발계획은 이전에도 일부 언론이 보도한 적 있지만, 이 자료는 올해 7월 확정한 최신 계획을 반영했다는 점이나, 어느 지역에 어떤 시설이 들어서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계획도를 제공한 취재원은 올해 초부터 북한 당국이 이러한 큰 틀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건설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확보한 원산 특구 개발계획도는 두 장이다. 첫 번째 도면은 하단에 ‘원산시 중심부 건축형성계획도’라고 적혀 있다. 두 번째 도면은 같은 제목 옆에 ‘(1안)’이라는 표기가 추가돼 있다(편의상 전자를 구계획도, 후자를 신계획도라고 부르기로 한다). 자료를 건네준 취재원에 따르면, 구계획도는 지난해 작성됐고 신계획도는 올해 작성해 7월 확정됐다. 이 취재원은 신계획도를 원산 특구 개발계획도의 최종본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두 계획도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갈마반도에서 드러난다. 구계획도에 있던 비행장이 신계획도에서는 사라진 것이다. 그 대신 신계획도에서는 갈마반도 좌측의 넓은 평야지대에 새로운 비행장이 등장한다. 구계획도에서 갈마반도에 있는 비행장은 원산 갈마 비행장으로, 공군 군사시설이다. 반면 신계획도에 등장하는 비행장은 영어로 ‘WONSAN International Air Port’, 즉 원산국제공항으로 돼 있다. 이 공항이 등장하는 지역은 원산시와 붙은 안변군이다. 북한이 군사 비행장인 원산 갈마 비행장을 없애고 그 대신 원산 부근 안변 지역에 민간 국제 비행장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공항이 계획대로 완공된다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이어 북한의 두 번째 국제공항이 된다.



이는 올해 3월 북측 당국자로부터 취재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당시 이 인사는 “갈마비행장을 옮겼다. 옮긴 비행장은 활주로를 만들려고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산국제공항 조성 공사가 최소한 올해 3월 이전에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인사는 그러면서 “마식령은 스키장 건설을 위해 굴을 다 뚫었다. 도로도 만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식령 스키장 건설 현장은 올여름 북한 언론을 통해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의 발언도 이와 일치한다. 박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군 비행장인 갈마 비행장을 안변으로 옮기면서 민간용으로 전환하고 관광 시설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제1비서가 마식령 스키장 건설 사업과 원산 특구 개발사업을 통해 주민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적 관광 휴양지로 탈바꿈?

계획도 속 원산 개발 지구를 내륙에서 원산항으로 들어가는 철로를 기준으로 양분해 살펴보자. 먼저 철로 우측 갈마반도 부분. 군 비행장이 사라진 갈마반도는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한다. 계획도만 놓고 보면 국제적 관광 휴양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먼저 길게 뻗은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따라 실내 수영장을 마련한다. 갈마반도 양쪽 끝 지역에는 경마장과 요트 항이 각각 들어서는 것으로 돼 있다.

갈마반도 중심에는 각종 예술센터와 스포츠센터, 야외극장, 상품 박람회장을 배치했다. 또 해변 가까이엔 어린이 종합 호스텔과 외국인 호스텔 구역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 밖에 갈마반도의 두남산 아래쪽으로 식물 연구개발 온실과 화초 온실을 배치한 점, 그리고 그 주변의 하천과 만나는 지역에 방풍림을 길게 조성한 점도 눈에 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8월 초 방송에서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호텔 2개를 새로 건설했다며 그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호텔 명칭은 갈마 호텔과 새날 호텔이다. 또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마련한 최신 시설과 해수욕을 즐기는 주민들의 모습도 공개했다.

철로의 좌측 개발 지구는 방하산, 동명산, 장덕산 등 산이 많은 지역이다. 원산항 주변 해변에는 유원지와 국제무역센터, 국제커뮤니케이션센터가 들어선다. 전자오락실과 스포츠센터, 수족관, 어린이 풀장, 대형 백화점과 송도 호텔도 함께 자리한다. 해변에서 산 방향으로는 국립공원과 북한군 전사자 기념비, 의료센터를 조성한다. 장덕산 주변으로는 야외극장과 꽃 공원, 식물원, 동물원, 송도공원이 위치한다. 호텔 밀집지역을 길게 구성했으며 대형 백화점도 들어설 예정이다.

원산항은 리모델링되고, 고속도로와 철도도 대대적으로 개량 및 보수 작업이 이뤄진다. 계획도를 살펴보면 쭉 뻗은 고속도로와 인터체인지 등 교통이 신도시답게 단장될 계획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의 고속도로는 총 6개로, 이 가운데 원산을 지나는 고속도로는 원산-금강산 고속도로와 평양-원산 고속도로 2개다. 원산항으로 들어오는 철도도 있다. 지금은 이들 고속도로와 철도 모두 시설이 상당히 노후됐기 때문에 특구 개발을 하면서 개량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취재원은 전했다.

이렇듯 원산 개발계획도는 국제공항과 도로, 철도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다양한 관광 상품을 조성해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김정은 체제의 야심을 한눈에 보여준다. 외화를 벌어들일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대외팀장에게 원산 개발계획도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조 팀장은 이번 계획도는 향후 원산의 개발 방향을 볼 수 있는 계획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제시했다.

첫째, 원산 특구에 김정은 제1비서의 취향을 잘 반영해 ‘김정은 도시’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라고 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요트와 경마 등 스포츠를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원산 개발계획도에는 이러한 시설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어린이 놀이터와 동물원 등 가족 유락시설, 예술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시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시설은 김정은 제1비서가 부인 이설주와 함께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방문했던 시설과 성격이 유사하다.

둘째, 일반 서민을 의식해 이들을 위한 시설도 배치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계획도에는 요트 항과 경마장 등 각종 호화시설이 들어서는 것으로 돼 있고, 고위층을 위한 초호화 빌라도 건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와 함께 어린이 연합 호스텔과 근로자 병원 등의 시설도 마련해놓고 있다. 원산이 일부 특수계층을 위한 도시로 재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잠재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셋째, 원산이 관광 특구를 넘어 산업단지 특구로도 발전할 개연성이 있다. 원산의 방하산과 동명산 부근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산업단지 안에 외국기업을 유치하려고 다양한 특혜를 제공하며 유인책을 쓸 것으로 보인다.

넷째, 원산 특구를 위해 대남 경제협력에 적극 나설 개연성도 있다.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외자 유치가 필수적이지만, 현 단계에서 북한의 외자 유치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자본을 끌어모으려고 시도할 공산이 크다. 향후 대남 경제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업 성공의 열쇠는 ‘신뢰’

언론을 통해 보도된 마식령 스키장 건설도 원산 특구 개발의 일환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원산 특구 개발을 자신이 추구하는 ‘경제 강국 건설’의 모델로 여기는 듯하다. 따라서 원산 특구 사업이 성공한다면 이는 김정은의 치적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업적이 될 수도 있다. 3월 필자가 만난 북측 인사는 올해 북한이 원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3분기에 접어드는 현 시점에 그의 말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영문으로 된 원산 개발계획도는 외부인이 보기에 감탄을 금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함이다. 이 계획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달렸지만, 현재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을 그만큼 신뢰하지 못한다. 결국 ‘원산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는 신뢰 회복에 있고, 평양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계획이 아니라 실천일 것이다. 말이 아닌 행동의 중요성이다.

北 갈마반도 천지개벽 ‘김정은 도시’ 원산의 부푼 꿈

7월 평양과 원산, 금강산 지역을 방문한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이 촬영한 명사십리 해수욕장. 위락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주간동아 2013.09.09 904호 (p48~50)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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