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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중국산 가짜 성형 재료 주의보! 01

성형공화국 이물질 습격사건

중국산 가짜 성형 재료 급증에도 식약처와 경찰은 “나 몰라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성형공화국 이물질 습격사건

성형공화국 이물질 습격사건

8월 8일 오전 인천공항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직원들이 중국에서 밀수하다 적발된 보톡스와 불법 의료기구 등을 살펴보고 있다.

불법 성형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대명사처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일명 ‘선풍기 아줌마’ 한모(51) 씨. 요즘 한씨의 얼굴 재건 성형수술 사연과 성형 전 아리따웠던 모습이 종합편성채널 채널A ‘그때 그 사람’에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20여 차례에 걸친 재건 성형수술 과정을 통해 그의 얼굴에서 빼낸 불법 성형재료만 약 1kg. 불법 성형시술업자들은 그의 사각턱을 교정해준다며 바셀린, 파라핀, 콩기름, 실리콘(공업용) 등 온갖 이물질을 얼굴에 주입했다. 한씨가 이런 불법 시술을 받은 것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으로,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일이다.

선풍기 아줌마 현재진행형

하지만 선풍기 아줌마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제2, 제3의 선풍기 아줌마가 속출하는 것. 다만 피해자들이 자신이 당한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려 해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갈 뿐이다. 불법 성형재료, 즉 이물질 성형의 피해자는 대부분 불법 시술업자들에게 속아 값싼 성형, 속칭 ‘야매성형’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알리길 꺼린다. 심지어 수사당국이 불법 밀수업자나 불법 시술업자에 대한 피의 사실 구증을 위해 협조를 요청해도 십중팔구 손사래를 치며 거절한다.

관세청 인천공항본부세관이 최근 검거한 구모(49) 씨 일당 사건을 보면 이런 문제가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은 8월 7일 인체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보톡스와 필러 2만6000여 점, 시가 10억5000만 원 상당의 불법 성형시술 재료를 중국으로부터 몰래 들여와 불법 성형시술업자 등에게 판매한 조직 9명을 붙잡아 그중 주범 구씨를 구속하고, 운반책 박모(48) 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중에는 운반책을 포함, 판매상과 밀수를 도운 여행사 임원도 끼어 있었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은 한 발 더 나아가 법원과 검찰로부터 허락을 받아 이들 일당의 불법 성형시술(의료법 위반) 혐의와 불법 성형재료 제조 행위(약사법 위반) 혐의까지 잡아냈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주범 구모 씨는 운반책을 수시로 바꿔가며 중국으로부터 가짜 보톡스와 필러를 밀수입하는 한편, 비밀창고까지 마련해놓고 가짜 필러제품 2500개를 직접 만들어 전국에 판매했다.



관세청 조사 결과 보톡스 성분은 맹물이거나 조성비가 맞지 않는 보툴리눔이었고, 밀수 필러는 피부 괴사 같은 부작용 때문에 사용이 일절 금지된 폴리아크릴아미드였다. 자체 제조한 가짜 필러제품의 원료는 공업용 실리콘, 즉 재봉틀에 사용하는 윤활유 성분이었다.

구씨는 밀수한 보톡스와 필러, 자신이 직접 제조한 필러제품으로 직접 시술하기도 했다. 인천공항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소속 단속반원들은 구씨 휴대전화에 있는 번호를 일일이 추적해 불법 성형시술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이를 통해 구씨 일당의 불법 시술 전모를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구씨가 과거 10여 차례에 걸쳐 경찰 등 수사기관에 단속됐지만 무혐의나 벌금 등의 처분을 받고 풀려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도 하지 않았고, 비밀창고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특히 2009년 5월 구씨에게 가짜 필러, 보톡스로 얼굴과 가슴 성형시술을 받고 각종 부작용에 시달린 김모(46) 씨는 2010년 12월 경찰에 구씨를 고소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찰은 수사권도 없는 인천공항본부세관 측이 구씨의 범죄 사실을 1년 만에 소명한 것과 달리 “증인이 없다” “성형시술비가 아닌 마사지비용 1000만 원을 낸 것이다” 등 온갖 핑계를 대면서 수사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줬다. 관할 보건소가 불법 의약품과 불법 시술의 정황을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인천공항본부세관 단속반 관계자는 “김씨에게 변호사를 통해 재고소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이미 올 4월 인천공항본부세관으로부터 구씨 일당이 불법 밀수한 보톡스의 성분을 알아봐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도, 더욱이 구씨 일당이 밀수입한 10억5000만 원 상당의 가짜 보톡스와 필러 가운데 3억 원어치 정도가 시중에 팔려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추적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중간 유통상, 이를 구매한 피부관리실 등에 대한 추적조사를 하고 수사를 통해 팔리지 않은 제품을 회수한다면 피해자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필러는 의료기기라 우리에게 수사권이 없다. 보톡스의 경우는 어디로 판매됐는지 현재로선 추적할 방법이 없다. 우리에겐 그럴 인력도 없다”고 밝혔다.

가짜 보톡스와 가짜 필러

성형공화국 이물질 습격사건

요즘 중국산 가짜 필러에는 재봉틀 윤활유도 들어간다.

경찰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법을 어긴 혐의에만 관심이 있을 뿐 불법 성형재료가 일으킬 엄청난 피해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한 반응이다.

“중국산 보톡스는 찹쌀가루로 만들었기 때문에 식약처에 (추적조사를) 의뢰할 필요가 없었다. 효과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 조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

4월 중국산 가짜 보톡스를 밀반입하고 불법 성형재료를 이용해 가짜 필러 등을 제조한 뒤 전국 미용재료상과 병·의원, 피부관리실 등에 유통한 일당 2명을 구속한 경기경찰청 수사관계자의 말이다. 이 수사 과정에서 가짜 보톡스나 필러를 공급받은 것으로 밝혀진 미용재료상과 병·의원, 피부관리실은 공개되지 않았고 처벌도 받지 않았다.

중국산 불법 성형재료를 포함한 이물질 성형이 얼마나 성행하는지는 불법 성형시술로 인한 피해를 바로잡는 재건 성형수술 전문 병·의원이 급증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이물질, 전문, 성형’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전문 병·의원 수십 곳과 이를 광고 및 선전하는 수백 개의 블로그와 웹 사이트를 접할 수 있다.

불법 이물질 성형이 근절되지 않고 피해자를 양산하는 근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불법 성형재료로 쓰는 이물질이 어떤 통로를 통해서든 지속적으로 생산 및 공급된다는 것, 둘째는 환자 인생이야 어떻게 되든 불법 재료로 시술하는 악덕 불법 시술업자가 끊임없이 양산된다는 것, 셋째는 값싸다는 이유로 불법 시술인 일명 ‘야매성형’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넷째는 사회적 심각성에도 불법 이물질 성형재료 제조 판매업자와 불법 시술업자를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수사당국, 즉 식약처와 검찰, 경찰이 “안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식으로 처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 등이다.

이 중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속된 말로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심지어 출세가 보장되는 망국적 사회 분위기가 없어지지 않는 한 근절되기 어려운 게 현실. 그렇다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수사당국과 사법부의 근절 의지뿐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땜질식 처방에 그칠 뿐이다. 앞에서 본 대로 식약처와 경찰 등 수사당국은 ‘인력 부족’ ‘수사권이 없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다’ ‘사회적 관심이 약하다’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는다.

요즘 불법 성형재료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정식 허가를 받은 성형재료의 가격(병·의원 입고 기준)이 지난 10년 새 70~80% 폭락한 것과도 관련 있다. 과거 불법 성형재료는 정품에 물을 타거나 비슷한 성분을 넣는 정도였으나, 지금은 그것만으로 가격이 폭락한 정품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100% 맹물만 사용하거나 찹쌀가루, 밀가루는 보통이고, 심지어 재봉틀 윤활유를 성형재료에 넣어 팔고 또 시술하는 업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물질 불법 시술에 쓰는 대다수 불법 성형재료는 중국에서 들여오는 가짜 보톡스(보툴리눔)와 가짜 필러(히알루론산)가 주류를 이룬다. 보톡스의 정식 성분명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으로 통조림에서 발견된 일종의 독소인데, 보통 보툴리눔이라고 부른다. 가루형인 독소 A형과 액체형인 독소 B형이 있으며, 보톡스는 발기불능 치료제 비아그라처럼 대표 상품명이 전체 상품군의 대명사가 된 경우다.

원래 근육 경련이나 소아마비 등 근육을 이완하는 주사제로 써왔지만, 미세근육의 이완을 통해 피부가 탱탱해지거나 살이 빠져 보이는 장점이 발견돼 성형재료로 널리 쓰여 왔다. 독소 성분이기 때문에 허용 용량을 조금만 초과해도 선풍기 아줌마처럼 피부조직이 딱딱하게 굳어 섬유화하거나, 진물이 나다 피부가 내려앉고 썩는 등 괴사현상을 일으킨다. 식약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종류만 국산을 합해 7개나 된다.

필러는 인체 피부조직의 한 성분인 히알루론산을 원료로 만드는데, 히알루론산은 피부 속에서 물 분자를 끌어당겨 피부조직을 촉촉하고 볼륨감 있게 만들고 세포의 이동, 분화, 증식을 자극함으로써 상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주름이나 함몰된 부위, 여드름 흉터를 메우고, 얼굴 윤곽 개선이나 교정을 위해 피부나 피하지방층에 주입하는데 보톡스처럼 허용 용량을 넘거나 불순물이 섞이면 섬유화, 괴사 등의 부작용이 일어난다. 식약처가 필러를 고도의 위해성을 가진 의료기기 등급인 4등급으로 지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필러가 인체조직의 한 성분이라서 그런 걸까. 이상하게도 필러제품은 조직수복용생체재료로 분류돼 의료기기로 관리받는다. 이 때문에 의약품에 대한 수사권(사법경찰권)을 가진 식약처는 불법 필러 시술에 대해 수사를 하지 못한다. 식약처는 약사법과 식품위생법 위반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만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액체면 뭐든 가리지 않고 넣어

성형공화국 이물질 습격사건

5월 28일 전북경찰청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성형시술용 필러를 살펴보고 있다.

전국 각 성형외과에 보톡스와 필러제품을 공급하는 한 약품도매상 대표는 “5년 전쯤 중국에서 정품 보톡스와 필러제품이 들어와 전체 가격이 많이 내렸다. 게다가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보톡스와 필러를 개발 및 판매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가장 낮은 가격을 들자면 보톡스와 필러 한 병에 각각 7만~10만 원에 납품된다. 10년 전에는 모두 60만~70만 원이었다. 반면, 성형외과가 실제 환자에게 받는 비용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으니 환자들이 일명 ‘야매’를 찾는 것이다. 성형외과를 대상으로 한 중국산 가짜 판매는 많이 줄었고, 피부관리실에서 놓는 가짜 제품의 질은 갈수록 떨어진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보톡스와 필러 정품 납품 가격이 폭락했는데도 실제 시술비는 서민이 꿈도 못 꿀 정도로 비싸니 불법 성형시술 수요가 모두 피부관리실, 피부미용실 등으로 몰린다는 이야기다. 다른 약품도매상 관계자의 말은 더 충격적이다.

“동네 아줌마 사이에서 보톡스와 필러 가격이 폭락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그러나 병·의원 시술비는 그대로이니 누가 병·의원에 가려 하겠는가. 피부관리실에서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예뻐진다고 하는데, 그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진 않다. 예전에는 물을 타거나 비슷한 성분으로 만든 가짜 보톡스를 공급했지만 최근 타산이 맞지 않자 맹물을 넣거나 찹쌀가루, 밀가루 등을 넣어 판매한다. 필러의 경우는 바셀린, 파라핀, 콩기름, 공업용 실리콘 등 액체면 뭐든 안 가린다. 피부미용실, 피부관리실, 보따리 업자가 사용하는 것은 100% 가짜고 전국 각 성형외과에 납품하는 보톡스, 필러제품 가운데 10%는 중국산 가짜가 섞여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중에는 재료만 갖고 들어와 국내에서 만든 가짜도 있다. 그러면 국적불명이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식약처와 경찰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의 태도로 일관한다.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생겨야 관심을 기울일까.



주간동아 2013.09.09 904호 (p14~16)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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